꺼지지 않는 불길
마이클 리브스 | 복있는사람 | 304쪽
"종교개혁은 대중이 일으킨 도덕 개혁이 아니었다. 기독교의 핵심 자체에 던진 도전이었다. 그것은 아무도 예상 못한 사건이었고, 그야말로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었다. 인간이 한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던지신 폭탄이었다."
종교개혁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오직 은혜로', '오직 성경으로', '오직 믿음으로'라고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듯 수십 또는 수백 년에 걸쳐 여러 지역과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수많은 인물들에 의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일어났기에,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도록 선명하게 정리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기독교 신학자이자 역사가·작가로, 영국의 런던 랭엄플레이스 올소울스 처치 목회자로 섬기다 웨일스 복음주의신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마이클 리브스(Michael Reeves)는, 이 까다로운 종교개혁사를 루터와 칼뱅, 츠빙글리 등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박진감 있게 서술하고 있다.
역사란 물론 그 자체로도 훌륭한 '이야기'이지만, 이 책은 마치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주요 종교개혁가들의 신학적인 특징들과 인간적인 특성, 종교개혁이 촉발된 시대적·교회적 배경, 해당 지역의 특성, 청교도에 대한 내용 등을 잘 버무려 독자들에게 '맛있는' 종교개혁사를 선물한다.
'시대의 개혁자들, 종교개혁의 심장을 발견하다'라는 부제처럼, 저자는 당연시됐던 교황과 미사, 각종 교회 전통들과 연옥 교리, 누구나 읽을 수 없었던 성경, 화체설 등이 종교개혁자들에 의해 어떻게 하나씩 발가벗겨졌는지를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종교개혁 전야의 기독교는 분명 대중에게 인기가 있었고 활력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 기독교가 건강하다거나 성경에 부합했다는 뜻은 아니다."
유대인을 증오한 것처럼 알려진 루터, 세르베투스 화형에 직접 책임이 있다는 칼뱅 등, 잘못 덧씌워진 이미지들을 바로잡는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급진적인 사상들로 빗나간 일부 종교개혁의 모습들도 가감 없이 꺼내 보이고 있다.
책은 결론에서 '종교개혁은 끝났는가?'라고 묻는다. 21세기를 맞이한 지금, 가톨릭과 개신교 신자들은 으레 협력하면서 세속주의와 상대주의, 무신론과 이슬람교 같은 공통 위협에 맞서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저자는 "종교개혁의 주관심사는 '칭의'였고, 종교개혁자들이 성경에서 발견한 칭의론이 이들과 로마가 거의 모든 측면에서 보여 준 견해 차이를 만들어 냈고 지배했으므로, 종교개혁이 정말로 끝났다면 개신교와 가톨릭 두 진영은 칭의에 관해 일치된 이해에 이르렀어야 한다"며 "로마에도 특히 1960년 이후 변화가 일어나긴 했지만, 종교개혁을 일으켰던 신학적 문제들과 관련된 교리들은 전혀 취소되지 않았다"는 말로 부정적 입장을 밝힌다.
더구나 "오늘날의 상황은 그때만큼이나 큰 개혁이 필요함을 증언한다"며 "이신칭의 교리를 하찮다거나 잘못된 생각이라거나 복잡하다 하여 부끄럽게 여기고 멀리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고 개탄한다. 소위 '새 관점'에 대해서도 "사도 바울이 말하고자 했던 칭의의 의미를 새롭게 들여다 보려는 일부 '새 관점주의자'들은 특별히 그 강조점을 개인의 회심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 놓으려 하면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루터가 결코 포기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조항이라고 말했던 것을 포기하거나 타협할 거리로 만들고 말았다"고 지적한다.
초신자도 읽을 수 있는 '종교개혁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각 장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한 '추천도서'도 나열하고 있다. 원제 'The Unquenchable Fl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