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 신앙산맥 1
전택부 | 홍성사 | 234쪽 | 21,000원

오리(吾里) 전택부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주요 저작들이 '전택부 선집' 시리즈로 홍성사에서 재출간되는 가운데, 그 첫 작품으로 <토박이 신앙산맥 1- 한국 기독교회의 '사도행전'>이 출간됐다.

이 책은 '예수쟁이와 예수꾼이 된 사연', '천민들의 신앙산맥', '관잣골의 박가 성춘', '왕손 이 목사와 마부꾼 엄 영수', '선비 및 양반교회', '성신강림의 땅 원산', '남편 찾아 하와이로' 등 7가지 글과 부록로 구성돼 있다. 전 선생은 '(외국에서 전래되어) 토착화된 신앙'이 아닌, 자생적 뿌리에 의한 '토박이 신앙'의 근원을 추적하는 기초 작업을 하고 있다. 책 본문 레이아웃부터 '옛 정취'가 묻어난다.

저자는 이 책 속 글들을 한 기독교계 신문에 '역사수필'로 연재했었다. 그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귀중한 생명들이 유린당하고, 엉뚱한 사람들이 교계에서 출세하기 때문"이라며 "애국적이고 선량한 신앙인들은 전연 무시되고,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들이 윗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보고 참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제시대 '한글'을 유린당했고, 그 결과 자신의 이름마저 빼앗겼던 기억을 갖고 있다.

책에서 저자는 한국교회 초기, 복음을 받아들인 '토박이'들의 계급제도가 남아 있던 당시 출신과 특징 등을 살피고 있다. 초기 '토박이' 성도들 중에는 백정들도, 왕손들도, 선비들도 있었다. 저자는 이들의 충돌과 갈등, 그리고 극복 과정을 통해 '토박이 신앙'의 맥과 줄기를 찾아내고자 했다. 또 한국 기독교 선교 초기, 해외 선교사들 뿐 아니라 한국 '토박이'들이 그 선봉에 섰던 이야기들을 전해 준다.

초기 외국 선교사들에 대해서는 "천주교와 정반대로 변장하고 잠입하는 따위의 행위를 하지 않고, 개화 이전에는 국경 밖에서 또 변두리에서 빙빙 돌며 소식을 전하며 국내 정세를 살피고 때를 기다리면서 인편을 통해 가만가만히 간접 전도를 했다"며 "개화 이후에도 정식 입국수속을 하고 들어와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전도사업을 꾀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자연 가톨릭보다 용감하지 못했고, 투쟁적이거나 결사적이지도 못했으며, 순교자가 적었다"며 "여기에 개신교의 약점이 있고 또 장점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후기에서 저자는 "'토박이'는 진정 내 사관이요 주장으로, 이 책이 진정 한국 기독교의 '사도행전'이 되길 기도할 뿐"이라며 "이는 하나의 교회사인 동시에 역사수필이다. 수필체이지만 결코 역사적 사실이나 정황을 소홀히 다루지 않았고, 역사이지만 내 나름의 사관 때문에 무엇에나 구애받지도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故 오리 전택부 선생. ⓒ크리스천투데이 DB
 故 오리 전택부 선생. ⓒ크리스천투데이 DB

한글학자이자 '영원한 YMCA맨'으로 불린 故 전택부 장로는 1915년 함남 문천에서 태어나 15세 때 예수님을 영접했으며, 함흥 영생중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떠났으나 도쿄 일본신학교(現 일본신학대)를 중퇴하고 고국으로 돌아온다. 이후 YMCA를 기반으로 종교·사회운동을 펼쳐 왔으며, 한글날 국경일 복원운동 등 한글 사랑 운동에 앞장섰다.

특히 6·25 전쟁으로 회관마저 파괴됐던 YMCA를 9명의 직원들과 모금운동을 시작해 재건한 공로자로, 1962-1975년 서울YMCA 총무(現 회장)를 지냈다. 은퇴 후에도 서울YMCA 명예총무를 맡았고, 1978년 한국기독교청년회 운동사(1903-1945)를 쓰며 YMCA 역사를 정리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월간 <새벗>과 <사상계> 주간을 지냈고, 1980년대에는 TV 프로그램 '사랑방 중계'에 고정 출연하며 구수한 목소리로 사랑받았다.

홍성사는 "어른의 경륜과 지혜가 필요하지만 실상은 그리 주목하지도 존중하지도 않으려는 세태를 바로잡고, 그분들의 소리를 담아 간직하고자" 전 10권의 '시인 구상 선생 전집'을 2002-2010년에 걸쳐 간행한 이후, 두 번째로 '전택부 선집'을 출간한다.

전 선생의 저작물 중 전 3권의 <토박이 신앙산맥> 외에도 <강아지의 항변>, <무슨 재미로 사나>, <한국기독교청년회운동사>, <한국에큐메니칼운동사>, <세상은 달라진다>, <부부의 십계명>, <달을 쏘는 아이>, <남기고 싶은 종로 이야기>, <자화상을 그리듯이(전 3권)>, <월남 이상재의 생애와 사상>, <양화진 선교사 열전> 등 14종 18권을 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