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11일(현지시간) 그리스의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단기유동성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또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아야 할 7억5,000만 유로(약 9,224억 원)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만기일(12일)을 하루 앞두고 갚아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를 불식시켰다.
금융시장에서는 그리스가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IMF 등 소위 트로이카 채권단과 구제금융 분할금 72억 유로 지원을 위한 협상이 난항을 겪자 디폴트 가능성에 촉각을 세워왔다.
그리스 정부는 이날 IMF 채무 7억5,000만 유로를 상환했다고 발표, 디폴트 우려를 불식시켰다.
관측통들은 그리스가 정부 재정보유금을 총동원해 IMF 만기 채무를 상환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추후 만기에 도달하는 채무를 상환하고 연금 등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서 그동안 국제 채권단과 그리스 간 구조개혁 협상 결과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유로그룹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채권단과 그리스 간 구조 개혁 협상에서 진전이 있지만,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합의에 도달하기까지는 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후 실무 협상에서 합의에 도달하면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오는 6월말 시한인 구제금융 연장을 위해서는 완전한 합의가 필요하다"며 "구제금융이 집행되기 전에 포괄적인 협상이 완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분할금 72억 유로(약 8조4,000억 원) 지원을 위한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리스가 만기 채무를 상환하고 공무원 임금과 연금 등을 지급할 수 있도록 단기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로그룹은 지난 2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6월 말까지 4개월 연장해주기로 합의했지만,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을 위해서는 그리스의 개혁안에 대한 채권단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리스는 2월 이후 채권단에 수차례 개혁안을 제출했지만 아직 승인을 받지 못했으며, 그리스의 재정수입 증대방안 등을 담은 개혁안에 대한 최종 조율 작업을 계속해서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는 그동안 '금지선'(red line)으로 설정한 연금과 부가가치세, 민영화, 노동관계 등 4개 부문에서 일부 양보안을 내놓아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과 그리스는 5월 말까지 최종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구조개혁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날 회담 시작에 앞서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구조개혁 논의 과정에서 많은 의견 접근을 보았다면서 "그리스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가 오늘 당장은 아니더라도 수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단기 유동성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