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나일강 유역 일부 사람들에게 악어는 신성(神聖)의 상징 동물이었다. 주전 5세기 이집트를 찾아간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에 의하면, 나일강 주변 일부 사람들은 악어에게 귀걸이를 달아주고 팔찌까지 끼워주는가 하면 정성스레 구별된 음식을 대접하였다. 완전한 귀족 대우였다. 게다가 악어가 죽으면 썩지 않게 방부제로 처리하고 수의(壽衣)를 입혀서 성스럽게 관에 넣어 엄숙히 매장하였다. 미이라를 통해 소생과 영생을 꿈꾸던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껍질이 질기고 부패에 잘 견디는 악어의 겉모습은 아마 적합한 상징의 도구였던 듯하다. 독재자들의 시신을 그대로 방부 처리하여 보존하는 것도 인간이 가진, 생명의 지속에 대한 어떤 집착을 반영한다.
이렇게 영생과 부활은 오랫동안 우리 인류 최대 희망사항이었다. 이제 오늘날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면서 과거 나일강에서 수천 년 지속되어온 영생의 소망을 인간복제를 통해 다시 꿈꾸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악어나 미이라가 아닌 과학으로 도구만 바꾸었을 뿐이다. 21세기 들어 생명 복제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세계인이 가장 주목하는 주제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 가운데 복제인간 탄생을 주장하여 과학계 뿐 아니라 온 세계에 파문을 던진 단체도 있었다. 복제인간 소동의 중심에는 클로네이드(Clonaid)라는 상업 회사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 회사의 배경에는 라엘리안 무브먼트(Raelian Movement)라는 무신론적 종교운동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왜 그렇게 대다수의 과학자들과 일반인들이 우려하는 인간복제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일까? 그들의 종교적 신념은 어떤 것인가? 그들은 정말 인간복제를 해낸 것일까? 라엘리안 무브먼트는 비록 무신론적 운동임을 표방하고 있기는 하나, 분명 종교적 운동이다. 197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창설된 이 종교적 국제단체의 교주 라엘(Rael)은 프랑스 스포츠 잡지 기자와 카레이서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람은 1973년 프랑스 중부에 있는 클레르몽 페랑에서 우주선을 타고 온 외계인을 만났고, 2년 뒤인 75년에는 광속보다 수십 배 이상 빠른 우주선을 타고 외계인의 행성에 가서 지구보다 2만 5천년이나 진보된 과학 문명을 체험했다고 주장한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엘로힘'으로 불리는 외계인류에 의해 유전자 조작으로 창조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그 외계인류의 이름인 엘로힘은 히브리어 성서에서도 발견되며 훗날 '하나님'(God)이라는 단어로 오역되었고, 예수도 엘로힘의 발전된 복제기술로 부활했다고 주장한다. 가상의 외계인을 우리 인류의 창조주로 믿는, 과학 시대의 특이한 종교라 할 수 있다.
클로네이드는 바로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지도자인 라엘에 의해 1997년 2월 설립된 회사이다. 이들 클로네이드가 복제인간 탄생을 주된 목표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들의 종교적 신념과 관련되어 있다. 복제는 인류를 영원한 삶에 도달할 수 있는 방식이며, 그 다음 단계는 자신들의 주장대로 25,000년 진보한 우주인 엘로힘처럼 성장 과정을 거치지 않고 초고속 인큐베이터에 의해 바로 성인의 육체로 복제한다는 것이며, 동시에 복제된 육체에 과거의 삶에 대한 기억과 개성을 이전시키게 될 것이라 한다. 마치 잠을 자고 난 것처럼 사후에 새로운 육체 안에서 깨어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극단적 자연주의 진화론이 기독교의 '부활' 개념조차 물질적 토대 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인간 복제 주장에 대해 도대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첫째, 이들의 인간복제 주장은 아직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있다.
클로네이드 회사의 인간복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표는 브리짓트 봐셀리에(Brigitte Boisselier)라는 생화학자이다. 한때 이 회사의 이름과 위치는 중대한 보안상 이유 때문에 비밀로 지켜졌었다. 그러나 이들 비밀연구소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작은 시골 마을의 낡은 옛 학교 건물에 입주해 있는 것이 곧 밝혀졌다. 니트로라는 작은 마을의 1950년대 고등학교 건물에 위치해 있는 월세 350달러짜리 연구실의 실험기기와 인큐베이터에서 봐셀리에 박사와 유전학자, 그리고 체외수정 전문 산부인과 의사 등 3명의 고용 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복제인간을 연구해오고 있었다. 이것이 연구 핵심 인력의 전부였다. 과연 기본적인 복제 연구 실험능력조차 갖추었는지 신뢰를 주지 못하는 환경이었다. 급기야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이 실험실에 폐쇄를 명령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복제인간을 탄생시켰다는 급작스런 보도는 이들의 능력을 의심의 눈으로 보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클로네이드사와 함께 첫 복제 아기의 진위 여부를 검증키로 돼 있던 미 방송 과학 담당 기자 출신의 마이클 길렌은 "클로네이드의 첫 복제아 탄생 주장은 자신들의 종교 홍보를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하나의 사기극일 수 있다"며 자신의 검증 역할 중단을 선언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합당한 과학적 주장을 하려면 권위 있는 과학저널을 통해 발표해야 하며, 그 이전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객관적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클로네이드는 과거 과학저널이 아닌 크리스마스 때를 맞춰 TV 스크린을 직접 상대하여 인간복제를 주장한 적이 있다. 미 의학연구진보연맹(CAMR)은 언론의 속성을 잘 아는 라엘리안들이 이 시기를 일부러 겨냥, 발표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장만 있을 뿐 그 이후 지금까지 클로네이드 측은 복제 성공 여부에 대해 전혀 아무런 증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간단한 머리털·혈액을 비교하거나 발뒤꿈치 세포를 긁어 DNA 검사만 해도 2-3일이면 가능한 일인데도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두 번째, 정말 인간복제가 이루어졌다면 이후에 발생할 엄청난 부작용에 대해 이들은 아무런 조치나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1996년 7월 성장한 암양의 젖샘세포를 복제해서 만든 최초의 복제 포유동물인 '돌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소재 로슬린연구소가 277번의 실패 후 겨우 성공한 것이었다. 그것은 그때까지 복제를 시도한 전 세계의 수많은 생명공학자들이 천문학적 숫자의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제대로 된 개체를 만들기 위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징표이다. 우리에게 더욱 충격을 준 사건은 지난 2월 로슬린연구소가 직접 돌리를 치명적 질환을 이유로 돌연 도축해버린 점이다.
지난 10년간 가장 중대한 연구결과로 평가되는 돌리는 개체 발생과 분화의 비밀, 암과 유전질환 등의 발병 메카니즘을 규명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등 생물학과 의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명성과 비교할 때 그 최후가 너무 뜻밖이다. 물론 돌리는 이미 지난 99년부터 세포의 조기노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었다. 특히 돌리의 건강 상태는 겨우 5살 반 만에 관절염 증상을 보이면서 크게 악화됐다. 결국 돌리는 양들의 평균수명인 11-12년의 절반을 채 못 넘기고 도축으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같은 포유동물이라도 인간복제는 양(羊)복제보다 훨씬 난관이 많은 작업이다. 그렇다면 인간복제를 정말 시도할 경우 돌리를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엄청난 태아 살인(복제 실패) 이상의 대가와, 설령 성공했다 하더라도 복제인간이 태생적 조기 노화와 조기사망 가능성이 있음을 돌리는 시사한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클로네이드는 자기들이 10명 시도해서 그 중 5명의 복제아를 성공시켰다는 공허한 주장만 되풀이하였다. 클로네이드는 한 술 더 떠 인공자궁을 개발하겠다는 과감한 주장를 펴고 있다. '서로게이드(SURROGAID)'로 불리는 인공자궁 프로젝트를 통해 '베이비 트론(BABY TRON)'으로 불리는 최초 인공자궁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 인공자궁으로 복제아를 원하는 부모들이나 동성애자들이 대리모를 찾지 않고 아기를 얻게 될 수 있다는 장밋빛 환상을 계속 세상을 향해 공표하고 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신묘막측한 모태 내에서도 여러 요인에 의해 태아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인공자궁(?)이라니, 정말 괴이한 발상이다.
마지막으로 생명 복제는 결코 부활이 아니다.
성경의 부활은 전혀 복제가 아니다. 복제란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세계의 것들의 유사한 재현에 불과하다. 반면 부활은 새 하늘과 새 땅에서의 신령한 새 생명이다. 결국 복제되어도 또다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복제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사건이다. 부모와 우리가 다른 개체인 것처럼 세포의 공여자와 복제된 생명은 전혀 다른 개체일 따름이다. 그러나 부활은 인류 각 개인의 영육의 신령한 부활이다. 죽음도 극복 못하는 인간은 그 흉내조차 낼 수 없다.
제자들은 바로 그 예수를 보았다. 그리고 요한을 제외한 모든 제자들은 담대히 부활의 복음을 증거하다 순교를 택하였다. 사도 바울이 외친 복음도 자기의 주장이 아니었다.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이 직접 전해주신 구약의 선지자들이 하나님께 받았던 바로 그 계시였다. 천국을 잠시 맛보기도 했던 사도 바울이 볼 때, 썩을 육체는 부활의 생명에 비하면 배설물만도 못한 것이었다. 이들이 어떻게 거짓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었겠는가!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났다. 즉 그들은 예수님의 죽음과 신령한 부활을 똑똑히 목격한 것이다.
1970년 대 프랭크 모리슨이라는 언론인은 예수 부활을 반박하기 위해 기자 정신으로 모든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만 거꾸로 그는 예수 부활이 분명한 사실이라는 고백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역사적 사실은 바뀔 수 없다. 다만 이제 바뀐 것은 내 해석이다' 이렇게 고백한 후 그는 거꾸로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전도자가 되었다. 「돌을 옮긴 사람은 누구인가」('Who Move the Stone')라는 유명한 책이 바로 그 책이다. 우리는 시몬 베드로의 고백에서 분명한 예수님의 부활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과 강림하심을 너희에게 알게 한 것이 공교히 만든 이야기를 좇은 것이 아니요 우리는 그의 크신 위엄을 친히 본 자라"(벧후 1:16). 인간은 기껏해야 말썽 많은 인간복제 타령을 노래할 뿐 부활은 결코 노래할 수 없다. 복제가 되든 안 되든 육신은 결국 썩게 마련이다. 그러나 부활된 우리는 썩지 않을 것이다. 예수님 부활은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차원 자체가 전혀 다름을 웅변하는 사건이다. 이제 우리도 베드로처럼 부활하신 예수님의 강림을 대망하자!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 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www.kictnet.net)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글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퍼온 것이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