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민 목사
엄영민목사

목회자는 비교적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내 경우도 필요한 책은 읽는 편이다.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지만 시력이 좋지않아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장시간 독서하는 것이 내게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몇 주 사이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섬기고 있는 교회 성도 중 독서를 무척 즐기는 장로가 있다. 필자보다 훨씬 연로하지만 독서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또 시력도 매우 좋다. 개인적이긴 하지만, 당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은 시력 유지 비결이라 한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필자도 조금 신경 써서 당근을 먹기 시작했다. 이 성도는 독서 후 양서는 필자를 비롯, 주위 성도들에게도 권장하곤 한다. 약 이 주 전에도 필자에게 좋은 책 몇 권을 권했다. 그 마음 써줌이 너무 감사해서 한가한 시간 그 중 한 권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마침 고맙게도 검안의를 하는 장로 성도가 책 볼 때 사용하라고 선물해 준 독서용 리딩 글래스가 있어 그것을 쓰고 책을 읽어내려 갔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평상시와 달리 한참을 읽어도 눈이 피곤해지지 않았다. 책의 내용이 너무 좋은 데다 눈이 피곤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꿀맛 같은 독서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한 권을 다 읽어도 눈이 피곤하지 않으니 또 한권을 읽기 시작했다. 눈은 여전히 피곤하지 않았다.

이게 웬일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몇가지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은 책의 내용이 흥미있고 은혜로웠다. 책의 활자도 큼직큼직하고 편집도 읽기에 좋도록 잘 돼 있었다. 당근을 섭취한 것도 효과가 있는 듯 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리딩 글래스가 아닌가 싶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리딩 글래스를 따로 사용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책을 읽거나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언제든지 이것을 사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시력이 약한 필자는 안경 자체가 생활의 큰 도움이지만 리딩글래스가 독서에 이렇게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그러나 어디 안경뿐이랴? 가만 보니 생활 구석구석에 누군가의 도움 때문에 지탱하고 있는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안경이 없었으면 책은 커녕 일상생활도 불편했을 것이다. 좋은 치과의들 아니었으면 이미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 버렸을 것이고 마이크가 없었다면 내 목은 예전에 이미 망가지고 말았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도록 나의 삶을 사랑의 끈으로 매어주시는 주님의 은혜가 없었다면 나라는 사람은 예전에 이미 아무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겠구나 싶다. 그러니 어찌 내가 주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러분의 삶은 어떠한가? 필경 필자처럼 누군가의 도움, 또 그것을 가능케 하는 하나님의 은혜가 없었다면 오늘 이만큼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즉 우리 모두는 그저 자나깨나 주님과 모든 사람 앞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