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상담에서 상담적 대화법은 가장 효과를 올릴 수 있다. 일반인이 쉽게 하기 어려움이 있지만, 시도하면 놀라운 효과를 산출할 수 있다. 상담적 대화란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 마음이 치료되는 효과를 경험하거나 그런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 대화법에 대해 마지막으로 기술한다.
1. 긍정적으로 대화하기
부부의 대화는 일정한 격식을 갖추어 진행한다고만 할 순 없을지 모른다. 서로 편하게 대화하며 하루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방법이라는 점에서다. 다만 한 가지를 지적하자면, 감사의 말이 너무 없다는 문제를 들 수 있다. 대화란 눈으로 말하고 감정으로 아는 것이라 항변할지 모르지만, '감사하다'는 말을 모르는 것은 지적되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긍정적 대화를 시도하는 태도는 좋은 훈련이 될 것이다.
1) 불만보다 감사를
누구나 불만보다 감사하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태도가 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부간에 고마워하는 말을 자존심을 버리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이 한국인 부부간의 문화이다.
때로 손님을 대접하고 나서 남편이 아내에게 불만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대개 더 잘 대접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지만, 아내는 남편이 수고에 고마워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때 주위 사람들은 그들의 금슬이 자신들보다 좋다면, 우리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부부가 부끄러워서 또는 여러 이유로 고마워하는 마음을 표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부부간 고마운 일이나 사랑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표현하지 않고 은근함을 보여주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그러나 서양 교육이 들어와 한 세기가 지나다 보니 이제 그 은근과 끈기의 사랑은 퇴색되고 있다. 시대 흐름에 따라, 고마움과 사랑을 분명하게 표현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부부간에도 여러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30-40대 여성들이 능력 없는 남편들에 대해 이혼을 요구하면서, 남편들의 분위기도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 아내를 대하는 태도나 분위기, 대화도 부드러워지고 있다. 이는 남편들이 아내의 노고를 이해하고 적극 도와주고 대화가 통해야 함을 의미한다.
바야흐로 우리는 부부간 대화와 마음의 일치는 가정을 유지하느냐, 즉 생을 계속 사느냐의 관건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내들은 남편들에게 가정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게 됐고, 천성이 착한 남편들은 아내를 도와 작은 텃밭이라도 함께 가꾸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친절하지 못하고 아내에게 잘하지 못하면 서서히 이혼이 많아지게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혼녀는 불명예의 표본이었지만, 경제가 어렵다 보니 게으르고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상대를 반드시 잡아둘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다. 요즘 30대 여성들은 이혼에 대한 생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두 해 살 것도 아닌데, 일단 못 살 사람이라 생각되면 미련 없이 빨리 이혼해야 한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같은 값이면 좋은 사람 만나 재미있게 살다 죽어야지. 무엇 때문에 마음 맞지 않는 남자를 만나 일생 속 썩이며 살겠는가."
여기서 우리는 부부에게 맞는 기준이란 그리 높지 않음을 알게 된다. 비록 생활능력은 없다 해도 아내가 멀리 다녀오면 밥을 해 놓고 아내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남자, 역에까지 마중 나와 무거운 짐을 받아주며 "수고했구나, 고생했다, 세대주라는 게 제 구실 못해서..." 라고 한 마디 따뜻하게 할 수 있는 남자면 그만이다. 무뚝뚝한 말이지만, 아내가 이해해주는 대화는 아무리 힘들고 지쳐 있더라도 풀어지고 새로운 기운을 얻을 수 있다.
부부가 서로에게 새로운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서는 대화에서 상대를 비판하거나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가정마다 다툼이 자주 벌어지는 것은 다른 집과 비교하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에, 부부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 가운데 행복을 찾아야 한다. 부부의 능력은 서너 개에 불과한데, 열 개로 착각해서 비교하기에 괴롭고 한탄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아내가 동창회를 다녀온 뒤 신세타령하고 바가지가 심해졌다는 말을 듣는다. 대개 남자들은 동창들에게 절대로 구차한 삶을 말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물론 여성들은 더할 수 있다. 모두 출세한 가문의 마님 정도로 자랑하는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그대로 믿는 순진한 아내들은 동창회나 모임에 다녀와서 투정을 부린다. 이러한 투정과 바가지는 그들의 실제를 보지 못하고 그림자만 살피는 꼴이다. 부부는 자신보다 상대를 위해 존재하므로, 상대를 비판하면 곧 나를 비판하는 것이 됨을 기억해야 한다. 부부란 서로가 자신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이는 누구만의 책임이 아니라 서로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결과이다.
2) 적극적 대화의 자세
남편들이 아내의 잘못을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남편이 회사에서 부하직원을 다루듯 다그치거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경우이다. 그러나 아내들은 실수에 대해 관대한 편인데, 이는 자신의 가슴속에 흐르는 모성애의 감정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부부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이다. 밖에서는 위대한 사람이나 사업가, 명예가 높은 사람이라도, 가정에 돌아오면 아버지고 어머니며 남편이며 아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 외에 다른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부부의 갈등은 대개 시시한 것에서 시작한다. 밖에서의 권위가 가정까지 들어와 체면이라는 것 때문에 대화도 달라지고 부부간의 관계는 서먹해지기도 한다. 이는 부부간에 실수를 인정하고 위선을 버려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독선을 벗어나야 한다. 가정에서 남편만이 모든 문제를 결정을 하는 존재로 생각한다. 부부간에서도 부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부인의 창의적인 생각은 무시해버린다.
이는 여자가 3가지를 따라야 한다는 삼종지의(三從之義)의 봉건적 사고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집에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해서는 남편을 따르며 남편이 죽은 후에는 아들을 따르는 말 그대로 여성은 결코 남자들만 따르다가 일생을 마쳐야 한다는 사고에 기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는 부드러우며 여성의 섬세함이 필요한 세대이다. 힘의 상징인 남성들의 속성은 산업사회에서 필요했지만, 정보화 사회에서는 남성의 진취성과 여성의 세밀함이 함께 공존해야 성공할 수 있다. 독선을 버려야만 상대의 장점을 볼 수 있다.
부부에게 일어나는 갈등은 어떤 이유로든 마음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어떤 경우라도 이해하려는 마음에서는 갈등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서로가 좋은 마음의 태도로 대하고 긍정적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것은 똑같은 사물을 보는데도 어떤 사람은 긍정적으로 보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부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긍정적인 사람은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발전해나가고 있지만, 부정적인 사람들은 결코 해결하지 못한다. 서로의 믿음은 긍정이다. 이런 믿음은 능히 행치 못할 일이 없다.
부정적인 사고는 결국 스트레스로 남는다. 스트레스는 질병이나 암으로 결말이 난다. 똑같은 일을 두고 어느 사람은 할 수 있다는 사고를 하는가 하면, 어느 사람은 그렇게 될까 쉽지 않다는 생각으로 시작한다. 이런 것은 부정적인 사람은 어떤 유리한 상황이라도 성공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부부는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상대에게 손을 내이는 것은 모성애와 부성애가 있기 때문이다. 부부관계에서도 자신이 베풀었던 것만 생각나고 상대가 해준 것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괴테는 "자기가 베푼 은혜는 생각나지만 자기에게 은혜를 베푼 것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래서 명심보감 존심편(存心篇)에 서는 "은혜를 베풀거든 그 보답을 바라지 말고 상대에게 주었거든 후회하지 말라"고 했다.부부간에 베푸는 것도, 보상을 바라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아름다움이요 행복의 시작이다. 그저 베푸는 것이 기쁘고 행복함은 사랑이 익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는 부부의 대화란 서로에게 사랑의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부의 사랑은 서로가 만드는 것이기에, 대화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부부의 대화는 메아리와도 같다. 사랑의 말을 하면 사랑의 말이 돌아오지만, 화내거나 토라진 말은 토라진 말로 되돌아온다. 부부의 대화는 진실한 대화여야 하고, 상대의 수고에 대한 감사는 그대로 삶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2. 대화에 필요한 요령들
대화는 마음에 있는 의견이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일정한 방법이 있게 마련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점에서 대화에 필요한 요령이란 그런 방법이면서 대화에 대처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1) 상황에 어울리는 말을 하라
상황에 어울리는 말이란 상대방이 듣고자 하는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거울을 보며 자기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제품에만 소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말에도 소재가 중요하듯, 분위기에 맞는 말을 하는 사람이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결혼식에서는 행복을 빌어주는 얘기를 하고 초상집에서는 고인을 추모하는 말을 해야 한다. 결혼식장에서 주례사를 할 때 와글와글 떠드는 사람은 말을 못하는 사람이기보다 행복을 방해하기 위해 온 사람 같다.
그런가 하면 초상집에서 고인의 생전 일을 흉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저승에 가서 보복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는 마치 군인이 듣고 싶은 말이 따로 있고 민간인이 듣고 싶은 말이 따로 있는 것과 같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적절한 말이 표현되어야 한다. 야구에서 타자가 공이 날아오는 순간 방망이로 때리듯, 말도 그 순간에 맞게 적시에 어울리는 안타를 쳐야 한다. 센스가 늦는 이른바 '형광등'은 지나고 나서 말을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난 말은 주책이 되어 버린다.
2) 경청하는 자세로 하라
경청하는 자세는 잘 들어주는 자세이다. 말 잘하는 사람은 열심히 떠드는 사람이 아니라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이다. 물론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들어주며 맞장구를 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열심히 들어주면 말하는 사람도 신바람이 난다.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상대방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기에 온몸으로 들어주는 사람만이 진정한 웅변가라 할 수 있다. 이때 상대방의 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중도에서 끊어서는 안 된다. "그 말은 벌써 다섯 번째예요" 하는 사람이야말로 원수를 만들려고 작정을 한 사람이다. 100번 들었어도 처음 듣는 것 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며, 곧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이것은 경청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잘 경청하기 위해서는 의도를 가지고 여러 번 훈련을 해야만 가능하게 될 것이다.
3) 밝은 표정으로 말하라
말에는 인상이나 표정이 중요하다. 어떤 표정이나 인상으로 말하는가는, 말 이상의 효과를 거둔다. 이는 우리와 서양인을 비교하게 된다. 서양인은 말하는 것에 따라 자연스럽게 표정을 수반하는 편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그다지 표정 없이 말한다. 말에 표정을 수반하면 그만큼 효과가 있다. 마치 아이들에게는 말보다는 인상이 오래 기억되는 것과 같다. 그러기에 부부는 어떤 경우에도 일단 밝은 표정으로 말해야 한다. 표정은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무표정에 익숙하다 보니, 무덤덤하게 주고 받게 된다.
그리고 말을 맛나게 해야 한다. 음식에만 맛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말에도 맛이 있다. 감칠 맛 나게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말에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4) 솔직하게 말하라
솔직한 말은 가슴에서 나오는 진심어린 말이다. 물론 솔직한 것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솔직한 말은 오히려 해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필요한 경우에 솔직한 말을 해야 한다고 제한한다. "입에서 말이 나오는 사람은 말을 못하는 사람이고, 가슴에서 나오는 사람은 잘하는 사람이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실제로 이런 진심어린 말, 즉 솔직하게 말하는 자세는 상대방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모르는 사실은 솔직히 모른다고 해야 한다. 우리는 모른다는 말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이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만물박사라 해도 모르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는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이라 부르는 것이다.
5) 알아듣기 쉽게 말하라
쉬운 말도 어렵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말도 쉽게 하는 사람이 있다. 누구나 알아듣게 말하는 사람이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자기 자랑에 열을 올리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그런 말은 누구의 흥미도 끌 수 없기 때문이다. 말 잘하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실수를 말한다. 그랬을 때 듣는 사람들은 오히려 동류의식을 갖고 친근감을 느낀다.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은 몇 수 앞을 내다보고 돌을 놓는다. 말도 다를 것이 없다. 내가 이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은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를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자기 기분에 도취되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는 사람은 말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표정을 읽어야 한다. 말을 잘하려면 상대방을 바라보며 해야 한다. 방송 앵커를 보자. 언제나 앞을 보고 말을 하는 것이다. 정면을 바라보지 못하고 땅을 내려다보거나 외면하고 하다 보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상대가 슬픈 말을 할 때 슬픈 표정을 짓고, 우스운 얘기를 할 때 책상을 두드리거나 큰 소리로 폭소를 터뜨려 보자. 상대방의 얘기가 훨씬 재미있어진다.
6) 효과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라
부부에게는 효과적으로 말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효과적인 말은 상대방에게 의사전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말을 해도 잘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그리고 동일한 말이라도 상대방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서도 다르게 들리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우리는 말을 할 때는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전에 시나리오를 만들어 예행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부부가 효과적으로 말하기 위해서 자신이 하는 말을 녹음하여 다시 들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이것은 마치 학생이 복습을 하여 성적을 올리듯, 개선할 것이 발견되면서 차츰 완벽한 화술의 전문가가 된다. 이렇게 연습을 하다보면 부부는 점점 짜임새 있는 말이 나오게 돼 있다. 정치와 종교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 서로 지지자와 종교가 다를 수 있어, 오해를 부르거나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얘기를 들으면서, 중요한 부분은 복명복창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랬을 때 대화는 훨씬 활기를 띄게 된다.
7) 차이를 인정하고, 정서적 지능을 읽어라
부부이기에 앞서 각각 다른 성으로 만난 두 사람 사이에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독일 코미디언 마리오 바르트는 여자들의 언어를 집중 분석한 것으로 유명하다. 남자들로 하여금 여자들의 성향을 알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만큼 의사소통에 있어 남녀 간 감성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갈등이 많다는 의미. 예를 들어 "무슨 일 있어?"라는 남자의 물음에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라고 답하는 여자의 속내는 '이 멍청아, 할 말이 진짜 많은데 너는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내가 대답할 때까지 계속 물어봐 바보야' 라는 뜻이므로, 이럴 때는 남자가 먼저 "그래도 나에게 툭 털어놓고 말해봐"라고 제안해 주기를 바란다.
남녀간 감성 차이는 이미 성인이 되기 전에는 어린아이들을 통해서도 발견되기도 한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7살짜리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남녀의 감성 차이를 볼 수 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놀이를 하는 똑같은 상황 속에서도 놀이를 이끌어가는 남녀 어린이들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역할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남자아이들은 본인이 원하는 역할에 무작정 덤벼들어 싸움까지 벌어졌는가 하면, 정서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여자아이들은 친구들끼리 서로 상의해서 역할을 나누고 순번을 바꿔가며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남자아이들은 힘이 세고 싸움을 잘하는 아이를 리더로 생각했으며, 여자아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양보하는 사람을 바람직한 리더상으로 꼽았다. 정서적 지능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었을 때 갈등의 불씨가 생길 가능성은 언제나 엄존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서적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행복한 결혼생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8) 흥분하지 말고 싸움을 리드하라
미국 버클리 대학의 심리학교수인 로버트 레벤슨(Robert W. Leven- son)은 강한 폭발음에 반응하는 정도를 남녀의 차이에 따라 분석했다. 보통 갑작스런 폭발음이 들려오면 여성들이 먼저 소리를 지르고, 쉽게 겁을 먹은 채 심장박동수도 빨라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예상과 판이하게 달랐다. 심장박동이 정상치로 되돌아오기까지 남성이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 사회적 편견과는 달리, 여성이 남성보다 덜 흥분하고 더 논리적으로 판단해 행동까지 제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부싸움을 할 때에도 여성이 감정 조절을 남성보다도 더 잘한다는 뜻이다.
남녀 뇌파의 차이를 실험으로 직접 확인해봤다. 실제로 부부싸움을 하는 부부의 뇌파를 측정해보니 여성은 감정이 격해지면 서서히 흥분했다가 약 5분 뒤 안정된 상태로 바뀌는 반면, 남성은 흥분을 하면 싸움이 끝난 후에도 약 25분 동안 흥분 상태가 지속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싸움 본연의 내용으로만 대화가 오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현명한 아내여, 효과적인 부부싸움을 하려면 남편이 진정한 후에 다시 대화를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9) 훈련방식을 상대에게 적용하라
맞벌이 부부의 비율이 높아졌지만, 가사의 합리적 분담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생기는 스트레스는 몽땅 아내의 몫.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분명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의 개 조련사 애니 클레이튼(Anny Cleyten)은 남편을 가사에 합류하게 할 때 개를 조련하듯 적절한 보상과 친절을 베풀라고 권한다. 그녀의 방식은 BBC 방송의 대표적인 TV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 큰 인기를 끌었다.
맞벌이 부부의 아내들을 직접 만나 효과적으로 남편이 바뀔 수 있는 방식을 남편에게 적용하도록 했다. 2주 뒤 결혼만족도 검사의 점수는 예전보다 눈에 띄게 향상되어 있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소파에서 뒹굴던 남편이 너무나 자연스레 팔을 걷어붙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설거지를 하고, 만두까지 빚는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남편을 변화시킨 방법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일단 가사-일을 부탁할 땐 남편이 싫어하지 않는 쉬운 일을 선택해 조금씩 시켜보고, 그 결과에 관계없이 칭찬과 감사의 표현을 해야만 한다. 아내 또한 마음가짐을 바꿈으로써 단지 집안일을 거드는 차원에서만 좋은 것이 아니라, 남편이 아내를 배려해준다는 느낌에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3. 결론: 상황과 상태 등을 고려해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우리는 부부생활에서 상담적인 대화의 방법들을 다루어 보았다. 이런 대화의 방법들은 상당한 검증을 거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에 따라서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이론의 적용이란 상당한 합리성을 담보한다고 해도 그만큼 실제적인 적용에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런 경우에는 자신의 상황과 상태 등을 고려하여 어느 정도 자기에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고쳐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개선에서 대부분의 부부의 문제점들과 현상들이 밝혀진 만큼 이를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요한 한 가지를 빼놓지 말아야 한다. 외면적인 것보다, 보이지 않는 내면적인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제시된 방법들은 사실상 진실성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전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진실성은 없고 방법만을 활용할 때 오히려 가식적이 되어 서로의 마음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부의 문제가 마음의 문제임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상담대화법을 생활에서 자주 활용하고 실천하면서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발견하기 바라고, 나아가 그것이 도움이 되어 부부생활이 가일층 발전되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