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일동 명성교회(담임 김삼환 목사)가 9월 2-6일 '2014년 가을철 특별새벽기도회(특새)'를 개최했다. 특새 기간 중 9월 4일과 5일 명성교회 예루살렘성전에서는 제5회 새벽기도 목회자 국제 컨퍼런스도 열렸다.
목회자 컨퍼런스 둘째 날 오전, 김명용 장신대 총장은 '하나님 계심과 신정론의 문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총장은 먼저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말미암아 심각한 신학적 질문이 한국교회 내에서 많이 제기됐다. '왜 하나님께서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게 하셨는가?', '그 많은 아이들이 죽어갈 때 하나님께서는 무얼 하고 계셨는가?', '하나님께서는 정말 계시는 것일까?', 이 질문을 깊게 하게 되면 하나님께서 계시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오고,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신앙을 잃을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기독교 신학이 답하기가 극난했던, 신정론에 관한 질문"이라고 전했다.
자연 속의 혼돈 경험, 과학적 무신론 범람의 근거
그러면서 "신정론이란 '정의로우시고 사랑이 많으시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세상을 다스리시는데, 어떻게 이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비극이 있고 수많은 악과 그로 말미암은 거대한 고통이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20세기에 신정론에 관한 질문의 절정은 아우슈비츠의 비극이었다. 아돌프 히틀러가 아우슈비츠, 다하우, 베르겐 벨젠 등의 수용소에서 600만 유대인을 학살했는데, 이 학살의 비극 때 하나님께서는 무얼 하고 계셨는가를 묻는 것이다. 전통적 유신논증은 이 신정론의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그 힘을 상당 부분 잃게 된다. 그 이유는 하나님의 통치가 상당히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역사적 차원에서만 신정론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주만물 삼라만상 속에 신정론의 문제가 있다. 일본에 닥친 쓰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 엄청난 자연 재해 앞에, 자비하시고 전능하신 신은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비극을 허락하신 신이 있다면, 그 신은 악마이지 결코 사랑과 자비의 신은 아닐 것이다. 신정론의 문제는 세상 속 악마의 경험 속에서, 하나님 계심에 대한 깊은 회의를 반영하는 질문이다. 유신논증 가운데 목적론적 논증은, 세상의 조화와 질서를 기초로 하나님의 계심을 논증하는 논증이다. 그런데 쓰나미의 경험은 유신논증에도 큰 타격을 주고,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매우 위태롭게 한다"고 했다.
김 총장은 "세계의 현실이 조화와 질서만이 아닌 깊은 혼돈이라면, 세계 속에 존재하는 조화와 질서는 우연의 결과가 아닐까? 자연 속의 혼돈 경험은 이내 세계의 기원이 우연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깊게 하고, 마침내 과학적 무신론이 범람하는 근거가 된다. 신정론의 문제는 도덕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문제이고, 정의롭고 사랑이 많고 조화와 질서로 세상을 통치하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에 대한 깊은 회의를 일으킨다. 기독교 신학은 과연 이 신정론의 문제에 대해 답을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자유로운 인간' 창조하시면서 이미 그리스도 예비
그러면서 "인간의 타락과 반역은 인간에 대한 심판으로 모든 것이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인간에게 부여한 자유는 결국 인간에 대한 심판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 사실을 잘 알고 계셨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자유를 부여하신 것이다. 인간의 창조가 인간에 대한 심판과 멸망으로 끝난다면 그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바로 이 자리가, 어마어마한 하나님의 은총의 사건이 시작되는 자리이다. 하나님께서는 자유로운 인간을 창조하시면서, 이미 예수 그리스도를 예비하셨다. 이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창조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님께서는 외아들의 죽음을 각오하시고 자유로운 인간을 창조하신 것이다. 자유로운 인간의 창조에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 이미 전제되어 있다. 하나님의 고난과 성자의 죽음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 '자유로운 인간의 창조'이다. 인간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일은 하나님께 어마어마하게 위험한 일이었다. 그것은 성자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셨고, 인간에게 완전한 자유를 부여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어마어마한 자유의 신이시고, 이 어마어마한 자유의 세계를 향해 크나큰 고난의 길을 가시기로 작정하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만 자유를 부여하신 것이 아니다. 피조물에게도 자유가 부여되어 있다. 자연 안에도 놀라운 자유가 있다. 나무 한 그루도 똑같은 것이 없다. 그런데 이 자유로운 자연이 엄청나게 아름답다. 인간과 자연만 자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영적인 존재들도 자유가 있다. 천사의 타락이라는 것은 천사의 자유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이다. 어마어마한 자유의 신이신 하나님께서는, 영적인 존재를 포함한 모든 피조물에게 자유를 부여하셨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자유는 엄청난 은총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위험도 내포되어 있다"고 했다.
김 총장은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를 경험하면서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런 일을 만드시느냐'고 질문했다. 이 질문은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하나님께로 귀결시키는 질문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자유를 부여하시고 인간의 타락을 예견하신 것과, 인간의 타락과 반역이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인간의 타락과 반역은 하나님께서 정말 원치 않으신 것이었고, 결국 외아들을 버려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것의 원인이 하나님이신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타락과 반역은 예수 그리스도의 빛에서 보면 하나님의 역사 안에 존재하고 있다. 하나님의 역사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말의 뜻은 인간의 타락과 반역 속에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어떤 동인이 있다는 말이 아니고, 타락과 반역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숨어있다는 말"이라고 했다.
죄악된 역사는 자유의지 받은 인간과 마귀의 합작품
신정론의 답은 그리스도... 이것 없는 역사는 이중적
이어 "세월호 참사와 아우슈비츠의 비극은 하나님과 아무 관련이 없다. 그것은 자유의지를 부여받은 인간과 마귀의 합작품이다. 신약성경은 마귀의 실재를 정확히 언급하고 있고, 이 마귀의 활동에 대해 경각심을 깨우치고 있다. 마귀를 고대인의 신화로 해석한 유럽의 일부 신학은, 마귀에 대해 대단히 잘못 해석한 것이다. 이런 잘못된 해석은 교회를 위험에 빠뜨리고, 세계 역사가 마귀의 활동무대가 되도록 방치하는 큰 실수의 원인이 된다. 유럽의 열강들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고 흑인들을 동물처럼 잡아서 파는 노예무역을 할 때, 마귀는 어디에 있었을까? 마귀는 서구 열강의 식민지 운동과 노예 무역의 구조를 지배하고 있었을 것이다. 식민지 운동, 노예 무역, 인종차별 등은 모두 마귀에 의해 자행된 것이고, 탐욕에 물든 인간의 죄악된 역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신론적 과학자들이 유신진화론을 배척하는 이유는, 진화의 과정이 신적인 계획이라기보다는 우연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실은 두 가지가 다 존재한다. 신적인 계획과 피조물의 자유에 근거한 우연적 요소가 모두 전제된다. 무신론적 과학자들은 우연적 요소들을 열심히 찾고 있고, 이런 요소들을 찾아내면 이내 세계가 신의 창조가 아니라고 결론 내린다. 자연의 역사 속에 우연적인 요소가 많이 있다. 그 우연적인 요소들은 하나님에 의해 부여된, 피조물의 자유이다. 우연성이 하나님 없음의 근거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피조물에 부여한 풍요로움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반사하는 것들이다. 세계의 조화로운 질서와 유목적성이 하나님로부터 온 것과 마찬가지로, 우연성 역시 하나님으로부터 온, 피조물의 자유이다. 어마어마한 자유의 신이신 하나님께서는 그 수많은 우연성을 통합하고 구원하셔서 어마어마한 아름다운 자유의 세계를 만드시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신정론의 문제에 대한 답은 예수 그리스도"라며 "일본이 행한 남경대학살의 역사 속에, 과연 하나님의 통치를 입증할 수 있을까? 예수 그리스도 없는 세계 역사는 모호하고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통치를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 없음을 느끼는 역사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세계 역사 속에서 악마를 경험한다. 이는 매우 참혹한 일이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세계 역사 속에서 악마를 경험하고 무너지고 쓰러진다.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 속에서 허무를 느낀다. 허무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돈 많은 사람들도, 권력자들도, 깊고 깊은 허무를 느낀다. 보편사가 간접적으로 하나님의 자기계시라는 판넨베르크의 보편사 신학은, 보편역사의 경험과는 상당한 간격이 있다"고 했다.
이어 "세계 역사의 빛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오고 성령으로부터 온다. 식민지 마귀가 성령에 의해 무너질 때, 식민지 백성들은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하나님의 통치를 느낀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될 때, 삼천리강산은 기뻐했고 하나님을 찬양했다. 보편사는 하나님의 통치를 입증하기 어렵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세계사는 다른 차원의 역사이다. 이 역사 속에는 하나님의 영광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신정론의 질문에 대한 답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고, 성령 안에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땅은 지금 세계 속에서 확산되어 나가고 있다. 몰트만이 자연신학은 역사의 마지막에 가능하다고 한 말은 옳다. 역사를 통한 하나님의 완전한 입증은 역사의 마지막에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 여기에서도 하나님의 통치와 존재하심은 성령을 통해 입증되어가고 있다. 교회는 하나님의 통치와 존재하심을 입증해 나가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는 공동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정론 질문에 대한 궁극적인 답은 부활이고 하나님 나라이다. 하나님께서는 영원 전부터 인류를 창조하시면서 신정론의 문제에 대한 답을 예비하셨다. 그것은 하나님의 엄청난 사랑이고 은혜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이 엄청난 사랑과 은혜는, 지금 세상 속으로 확산되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총장은 "칼빈주의 신학의 전통은 하나님의 통치와 주권 및 섭리를 강조한다. 이 전통이 잘못 이해되면 신정론의 질문이 제기하는, '악이 하나님과 관계되는 일'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 세상의 악은 하나님과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악이 하나님의 눈길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창세기 요셉의 이야기는 칼빈주의 섭리론에서 매우 중요한 본문이다. '형님들은 나를 해치려고 하였지만 하나님은 오히려 그것을 선하게 바꾸셔서 오늘과 같이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원하셨습니다'(창 50:20) 이 본문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모습이다. 요셉의 형들이 행한 일은 분명 악이었다. 그 악을 선으로 바꾸시고 계신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놀라우신 하나님의 통치이고 섭리"라고 했다.
한편 명성교회의 이번 특새는 '여호수아의 믿음(민 27:18)'을 주제로 김삼환 목사가 설교했다. 국제 컨퍼런스는 '교회와 선교'를 주제로 김삼환 목사 외에도 김명용 장신대 총장, 김의원 전 총신대 총장, 도한호 전 침신대 총장, 민경배 백석대 석좌교수, 정석환 연세대 신과대학장, 황승룡 전 호남신대 총장 등이 강사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