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다 이제 풀이 죽은 것 같은 느낌이다. 말복이 지나고 입추가 지났으니, 이제 큰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그런데 세상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는다. 아니 더 고조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두렵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터지려나?' 예측할 수 없다. 한 번 터진 사건들은 쉽게 수습도 안 된다. 정말 세상이 뜨거워서 견디기가 힘들다.
100일을 훌쩍 넘긴 세월호 참사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생존자 수색 작업에 열기가 오르더니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시끄럽다.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유병언과 구원파 난동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한 편의 드라마는 유병언의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가 싶지만, 좀처럼 마무리되지 않는다.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과 윤 일병 구타 사건이 또 다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함께 국가의 부름을 받고 고생하고 있는 동료인데, 왜 이다지도 무참한 짓을 저지르는 건지 가슴 아프기 그지없다. 더구나 아들을 군대로 보내야 하는 부모들은 적잖이 놀랐다. 이미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간이 콩알만해질 게다. 우리 아들도 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며칠 전 자대 배치를 받았다. 어느 날 저녁에 전화가 왔다. 부대 상사가 전화를 주었다. 요즘 세상이 시끄러운데 걱정 마시라고.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군대 폭력과 왕따 문제가 쉬 사라질 거라곤 상상도 하기 힘들다.
얼마 전 이스라엘 소년 3명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관여됐다고 보았다. 그래서 대규모 보복 전쟁에 나섰다. 무자비한 공격이다. 그런데 가슴 아픈 것은 팔레스타인 사망자 중 상당수가 어린이라는 사실이다. 국제적 여론에 밀려 다행히 어렵사리 휴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다. 72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로켓포 공격이 시작되어, 가자지구에서 거대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휴전은 3일 천하로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어느 자료에 의하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지역을 70여 차례 공습해 최소 35명이 사망했고 팔레스타인 희생자는 모두 1.650여명이라고 한다. 언제까지 가려는지? 이스라엘의 공습 속에서 그곳에 살고 있는 크리스천들이 호소하고 있다. "가자지구에도 크리스천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두 가지 공격(fire)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스라엘 군의 미사일과 이슬람 무장단체의 박해입니다. 그렇게 47년을 살아왔습니다. 팔레스타인 기독교인을 기억해 주십시오."
땅이 가라앉아 생긴 동굴을 싱크홀(Sink Hole)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싱크홀이 발생하는 원인은 땅 속의 균열대를 채우고 있던 지하수가 사라지면서 그 공간으로 지반이 일시에 내려앉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한순간에 수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최근 석촌동이 시끄럽다.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왜? 원인 모를 대규모 싱크홀 때문에. 두 달 동안 5개나 나타났다. 자칫 잘못하면 건물이나 차량을 집어삼키는 대형 참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런데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조사도 하지 않은 채 160t의 흙을 메워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제2롯데월드 공사 때문일까? 그렇지 않으면 지하철 9호선 공사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노후한 상하수도관 때문에 빚어진 현상일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 규명은 되지 않았다. 어쨌든 편리함이 불편함을 낳는다면? 이게 재앙까지 치닫게 된다면 가슴 아픈 일이다.
요즘 전 세계가 떨고 있다. 에볼라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적으로 에볼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런데도 에볼라는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에볼라 감염자는 점점 더 늘어간다. 나라마다 에볼라 감염을 막기 위해 아프리카 사람들의 입국도 거부하고, 동식물 수입도 제한하고 있다. 이 정도 되니 불안감도 더해간다. 인터넷 누리꾼의 불안한 목소리도 있다. "정말 이 개독들아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 좀 끼치지 마라. 선교야 너희들 맘대로지만 너희들이 갔다가 에볼라 묻어오면 그 병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 죽어나가니..., 제발 좀 민폐 좀 끼치지 마라. 이건 이기주의가 아니란다. 죽기 살기 생존의 게임이야. 정 가고 싶다면 나가서 영원히 들어오지 마라. 너희들이 이명박 그 사탄마귀를 대통령 만들어서 얼마나 많은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혔냐." 할 말은 있지만, 여하튼 이 정도로 세상이 불안증을 겪고 있다는 게다.
또 달리 오르는 열기도 있다. 전국에 이순신 장군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는 영화 명량이다. 명량은 1597년 임진왜란 6년에 있었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인 명량대첩을 그린 전쟁액션 대작이다.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선 싸움이다. 그런데 최단기간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떠들썩하다. 한국 영화의 최고 관객 확보에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아마 시대를 반영한 것일까? 흔들리는 리더십 때문에 역풍이 부는 건 아닌지? 어쨌든 이런 열기는 좀 더 뜨거워도 괜찮을 것 같다. 아니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열풍이 불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요즘 식어가는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뜨거운 세상의 열기는 좀처럼 식을 것 같지 않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본다. 세상을 뜨겁게 만드는 사람들의 가슴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음을 본다. 그들의 심장이 뜨겁게 타오른다면, 세상이 이렇게 차가워지지는 않을 텐데. 차가운 가슴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자기 이권이 제일이다. 본인들 욕구만 채울 수 있다면 남이야 어찌 되든 관심이 없다. 그러니 세상은 더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뜨거워진 세상을 보니 이성도 마비되어 가는 느낌이다. 개념 없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일들이 아니던가? 합리적인 생각만 해도 세상이 이다지 뜨거워지지는 않을 텐데. 고 정주영 회장이 생각 없는 사람을 '빈대보다 못한 놈'이라고 했는데, 정말 빈대보다도 못한 인간들이 많다.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람이 걸어야 할 길이 있건만, 아무 길이나 걸어가니 그게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한 번만 더 생각하면 해답이 나올 텐데, 정말 머리가 냉동된 것 같은 느낌이다.
예수님은 율법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축약하셨다. 결국 모든 율법은 사랑으로 정리된다. 그런데 우리네 현실이 사랑을 잃어버리고 있다. 사랑을 상실한 사회는 비정상적으로 달아오른다. 비정상적으로 뜨거운 세상을 식힐 수 있는 비결은 사람들 가슴에 사랑이 회복되는 것이다. 죽어가는 강도를 살리는 건 신분도, 직업도 아니다. 제사장이나 레위 사람에게 기대할 건 없다. 사랑의 심장을 가진 사람이 희망이다.
차가워진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기대하겠는가? 자신을 가만히 관찰해 보더라도, 우리네 가슴에 사랑이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본다. 내 의지로 되지 않는 사랑이 그분을 바라볼 때 가능해지니까. 도저히 품을 수 없는 사람도, 예수님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면 용납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이 사회는 말과 혀로만 하는 사랑이 필요한 게 아니다.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랑하는 행함이 있는 제자를 필요로 한다. 삶으로 믿음을 증명해 주는 그리스도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