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한영훈 목사, 이하 한교연) 한국교회찬송가대책위원회(위원장 안영로 목사, 이하 찬송가대책위)가 지난 5월에 이어 15일 오후 서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제2차 한국교회 찬송가 대토론회 -한국교회 찬송가 이대로 좋은가'를 개최했다.

한교연 찬송가대책위는 이번 토론회 취지에 대해 "최근 <21세기 찬송가>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저작권 사용료 문제도 크게 대두되고 있어서 교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 문제들을 검토 및 토론하고 적절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대토론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제1차 토론회가 <21세기 찬송가>의 문제점을 주로 지적했다면, 이번 제2차 토론회는 그 반론적 성격으로 기획됐다는 게 한교연 찬송가대책위 측의 설명이다. 그리고 오는 가을, 종합토론 형식으로 양측의 입장을 모두 다룰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는 박성배 목사(찬송가대책위 부위원장)의 사회, 안영로 목사의 인사말씀, 정서영 목사(찬송가대책위 부위원장)의 기도, 서정배 목사(한국찬송가공회 이사장)와 김정일 장로(한국찬송가위원회 위원, 한국찬송가공회 이사)의 발제, 자유토론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21세기 찬송가> 부인하고 새 찬송가 만들 이유 없다"

'21세기 한국 찬송가에 대하여'를 제목으로 발제한 서정배 목사는 먼저 한국찬송가공회가 발행하고 있는 <21세기 찬송가>에 대해 "21세기 한국교회의 신앙에 적합한 찬송가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해, 1995년부터 200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400여회의 회의와 토론을 거쳐 개발했다"며 "그 결과 지난 2006년 개발을 완료했고,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 목사는 "<21세기 찬송가>의 미흡한 부분은 수정·보완해가면서 더 좋은 찬송가를 만들 수 있다"며 "그러므로 <21세기 찬송가>를 전면 부인하고 새로운 찬송가를 만들 이유는 없다. 이렇게 되면 한국교회에는 찬송가로 인한 혼란이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찬송가공회의 법인화에 대해선 "창립 당시부터 재단법인 전환을 결의했던 본 공회는, 몇몇 교단의 오해와 반대로 그동안 임의단체로 운영되면서 교단의 이기주의와 투명성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며 "2007년에는 교계주변의 모 단체의 고발로 국세청으로부터 70일간의 조사를 받고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게 되었다. 이에 문제점들을 불식시키고 한국교회 찬송가의 발전과 개혁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재단법인으로 전환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 목사는, 이 법인화가 한국교회의 지지 속에서 매우 적법하게 진행됐다고도 말했다. 그는 "예장통합, 기감, 기장, 기성, 기침, 예장고신 등으로 이루어진 '한국찬송가위원회'는 법인화 되기 약 한 달 반 전, 제46회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찬송가공회의 법인화를 결의했고, 다음날 재단 설립을 빠른 시일 안에 처리될 수 있도록 강력히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구 찬송가공회 측에 전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찬송가공회는 창립 이래 지금까지 한국교회 부흥과 영적 성장을 위해서 기여해 왔다"며 "(재)한국찬송가공회는 조속히 소송을 마무리하고 본연의 사명으로 되돌아가 한국교회 부흥에 매진하겠다. 모든 사안을 조속히 해결한 후에는 과거처럼 각 교단 선교배당금을 지급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발제한 김정일 장로 역시 서정배 목사와 같은 제목으로 발표하며, 비록 <21세기 찬송가>에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과거의 찬송가에 비하면 한 걸음 더 나아갔음에는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21세기 찬송가>의 장점을 △예배찬송과 절기찬송의 보강 △항목별 찬송(청년, 절기행사, 자연환경, 추모) 등의 보강 △가사를 현대어법으로 수정 △전통 4성부에서 벗어난 단선율 찬송 수용 △다양한 박자의 변화된 곡 수록 △편집의 세분화 △기존 18, 19세기 영·미 찬송가 외 러시아, 브라질, 남인도, 앙고니, 중국, 카메룬, 폴란드 등의 민속음악과 외국인이 작곡한 곡들을 수록 △교독문 보강 △한국인 창작찬송 128곡 수록 등을 꼽았다.

김 장로는 "<21세기 찬송가>가 발행된 지 7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아직도 찬송가를 비판하며 잘못된 찬송가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들의 비판이 잘못된 비판이라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비판을 위한 비판, 심지어 천만 성도를 우롱하였다는 비판에는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비판하는 분의 그 비판 역시도 100%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21세기 찬송가>는 한국교회에 선교적으로나 음악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찬송이요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찬송가라는 점"이라며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고집과 아집을 버리고 미래를 향한 찬송가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것이며 그 길이 어떤 길인가를 고민하고 기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될 때 <21세기 찬송가>는 분명 한국교회 모든 성도님들의 신앙생활에 아름다운 찬송책으로 가슴 깊이 새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제 후 자유토론 시간에선 <21세기 찬송가>의 저작권 문제를 비롯해 한국찬송가공회(이하 공회)의 법인화 과정 등에 대한 참석자와 공회 측(법인 측) 사이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그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한 서정배 목사(왼쪽)와 김정일 장로. ⓒ김진영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한 서정배 목사(왼쪽)와 김정일 장로. ⓒ김진영 기자

일문일답

-공회 측이 지난 2009년 3월까지 <21세기 찬송가>에 실린 해외 찬송가 21곡에 대한 저작권료로 약 4억 8천만 원을 지불한 것으로 안다. 그 후 현재까지 <21세기 찬송가>의 발행 부수와 그에 따른 저작권료는 얼마인가?

"이와 관련한 통계가 있지만 국내·외로 구분하지 않은 것이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 또 일부 국내 찬송가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정확한 부수와 액수를 말하기가 곤란하다. 다만 저작권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해외 찬송가 21곡에 대한 저작권료로 약 4억 8천만 원을 지불한 것은 맞나?

"그렇다."

-국내 찬송가에 대해서도 저작권료를 지불했나?

"<21세기 찬송가>에는 총 128명의 한국인 작곡자의 곡들이 실려 있다. 이분들 중 공회에 곡을 양도 내지 사용을 허락한 분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사용승락서를 (공회 측에) 낸 분들 16명이 공회를 상대로 법원에 저작권 관련 소송을 냈다. 그러나 2명을 제외하고 모두 공회가 승소했다."

-공회가 충청남도 도청에 재단법인 등록을 했다가 취소됐고, 이와 관련한 행정재판에서도 진 걸로 안다. 법인화 과정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나?

"충남도청이 법인 등록을 취소한 것도 맞고 관련 행정재판에서도 (법인) 취소를 인정했지만, 본안이라 할 수 있는, 공회와 충남도청 사이의 대전지방법원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21세기 찬송가>에 실린 국내 찬송가 작사·작곡가들 중 일부의 자격에 대한 비판이 있다. 그래서 생존한 작곡가보다는 이미 소천한 이들 중 실력과 인성 면에서 존경받는 이들의 곡을 실었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외국 찬송가들을 보면 생존한 이들의 곡도 상당수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곡을 찬송가에 넣으면서, 앞으로 생길지도 모를 해당 작곡가의 여러 문제들을 예단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한편 자유토론 도중 한국찬송가위원회 측 한 관계자는 서정배 목사의 발제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예장통합, 기감, 기장, 기성, 기침, 예장고신 등으로 이루어진 '한국찬송가위원회'는 법인화되기 약 한 달 반 전, 제46회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찬송가공회의 법인화를 결의했다"는 서 목사의 주장에 "사실이 아니"라며 "당시 총회에 참석한 통합 측 한 장로는 '법인화를 추진하려면 먼저 이 자리에서 정관을 승인받으라'고 했지만, 정관이 준비되지 않아 (법인화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공회가 한국교회의 지지 속에서 법인화를 추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인화를 추진하는 공회가 구(舊) 공회를 승계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빙자료가 법적 다툼 과정에서 여러 번 등장했다"며 "이런 일련의 흐름들을 볼 때 과연 공회가 한국교회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