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강연 동영상과 관련, 여러 목회자와 신학교수들도 SNS 등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김병삼 목사(만나교회).
김병삼 목사(만나교회).

김병삼 목사 "아무리 골리앗 무서워도, 용기 있게 나서야"

먼저 김병삼 목사(만나교회)는 "단순히 정치적 문제라면 이야기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나, 온누리교회에서 한 강연에 대해서라면 제가 무언가 말해야 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은 그의 삶이나 이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교회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목회자로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동영상 전체를 들은 후 글을 쓴다는 김 목사는 "그(문 후보)는 친미도 친일도 아닌 '친한파'이고, (강연에서)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아닌 하나님을 믿고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며 "그의 강연을 놓고 교회가 극우고 꼴통 보수라고 이야기한다면 저는 기꺼이 그쪽 편에 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신앙인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손가락질을 당한다면 당연히 감수해야 하고, 교회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세상이 지적한다면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세상이 악의적으로 하나님과 교회를 우롱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지적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물론 신앙적 견해가 다를 수 있고, 그렇다면, '나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며 "그 영상을 편집한 사람의 의도가 반보수주의인지 반교회주의인지 그것 역시 그 사람의 견해이다. 하지만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객관성의 얼굴'을 하고 악의적이고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은 듯하다"고 덧붙였다. "그 사람이 총리가 되느냐 마느냐는 제 논의가 아니다"고도 했다.

김병삼 목사는 "갑자기 이스라엘과 하나님을 조롱하는 거대한 거인 골리앗이 생각났다"며 "이스라엘은 거인이 무서워 그 조롱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참을 수 없었던 다윗은 물매를 들고 나갔다. 아무리 골리앗이 무서워도 그 적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자료들이 동영상으로 떠돌고 있는데, 한번 시간을 내서 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며 "우리 하나님과 교회는 그렇게 세상에 조롱거리가 돼선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규 교수 "특정 표현 고의적 문제 삼는 것, 정직하지 않다"

이상규 교수.
이상규 교수.

이상규 교수(고신대 역사신학)는 교단 관련 언론에 '문창극 후보의 '하나님의 뜻'이 문제인가?'를 기고했다. 이 교수는 "첫째로 생각해야 할 점은, 다름 아닌 기독교인들이 모이는 교회에서 행한 강연이었다는 것"이라며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신앙적 관점에서 일제 식민지배나 조국의 분단도 한국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있지 않는가 하는 취지의 강연으로, 전체를 들어보면 강연자의 의도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공공기관이 아닌 교회 공동체에서 '하나님의 뜻'을 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럼에도 문맥 관계를 무시하고 종교 집단인 교회에서 행한 강연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표현을 고의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정직한 태도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둘째로 인간 역사의 개별 사건을 '하나님의 뜻'이라 말하는 것이 부당하고, 그것이 잘못된 역사인식인가"라며 "식민지배나 남북분단만이 아니라, 6·25 동란, 4·19나 5·16 등 우리의 역사 사건들을 '하나님의 뜻'이라 말하는 것이 부당한가 하는 점"이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역사에서의 동인과 역사 과정을 단순히 역사 내적인 인과론으로 보지 않고, 역사의 과정과 의미와 목적을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인식한다"며 "이런 관점을 기독교적 역사이해라 부르고, 이 가장 기본적인 관점이 인간이 역사의 주인이 아니라 하나님이 역사를 운행하신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 후보자의 역사인식은 전통적 기독교 역사관, 곧 하나님이 직접 역사에 관여하신다는 점, 역사를 일직선으로 이끌어 가신다는 점, 역사를 그가 정한 목표로 인도하신다는 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며 "발생하는 모든 사건은 한정된 인간의 인식 여부와 관계없이 하나님의 주권적 의지(sovereign will)의 표현으로, 이런 인식은 어거스틴에서 시작되는 서구 기독교의 가장 일반적인 역사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문 후보자가 언급한) 함석헌의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며 <뜻으로 본 한국역사>의 한 구절(80쪽)을 인용하면서, "함석헌도 역사를 우연으로 보지 않고 어떤 계획자인 하나님의 뜻의 구현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수많은 군중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칠 때, 빌라도는 '나는 그에게서 죄를 발견하지 못하겠노라'고 했는데, 문 후보자에 대해 나도 빌라도의 말을 차용하고 싶다"며 "나의 판단으로는 문 후보자를 비난할 죄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의 총리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역사 인식의 문제에 대해서"라고 전했다.

이 교수의 글에 많은 의견들이 댓글로 표현되는 가운데, 정주채 목사(전 향상교회)는 실명으로 "나도 문창극 장로처럼 많은 설교와 개인적인 권면을 해 왔다"며 "약한 자로부터 위해를 당하고 시련 속에 있지만, 그 속에서 자신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라고 말이다. 박영돈 교수의 글에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어디 있을까?"라고 물었다.

정 목사는 "문 장로는 일반 대중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찾는 성도들을 향하여 권면과 간증을 했는데, 이런 말도 할 수 없다면 온갖 악한 일들로 말미암아 고난 중에 있는 성도들을 목사가 무슨 말로 위로하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도록 격려할 수 있겠는가"라며 "일본의 식민통치는 악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런 반성도 할 필요가 없고,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없는가"라고 했다.

한목협 상임총무인 이성구 목사(시온성교회)도 "지극히 상식적인 일을 두고 그리스도인들조차 비방하려 드는 것은 비겁해 보이기까지 한다"며 "오늘 시류에, 세상의 소리에 너무 박자를 맞추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이고, 세상의 비방에 두려워하는 소시민적 기독인들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아프다. 원수가 집안 식구"라고 일갈했다.

이 목사는 "2014년 오늘 우리나라에 '친일파'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 살아서 나라를 위해 공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인사들은 일제 시대와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라며 "해방둥이가 지금 우리나이로 70세인데, 무슨 연유로 일제와 아무 상관도 없는 현재의 사람들에게 '친일파' 운운하는가? 종북좌파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변명삼아 해 보는 소리 아니겠는가?"라고도 했다.

박영돈 교수 "하나님의 뜻으로 뒤틀린 역사의식"

박영돈 교수(고신대).
박영돈 교수(고신대).

정주채 목사가 언급한 박영돈 교수(고신대원)의 글은 자신의 SNS에 쓴 '하나님의 뜻으로 뒤틀린 역사의식'이다. 박 교수는 "그의 발언에 거세게 반발하는 세상과 달리, 교회에서 나타나는 반응은 미묘하게 엇갈린다"며 "교회 안에는 세상과 함께 격분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그런 적대적 반응이 지나치다고 보는 교인들과 목사들도 적잖은 양상"이라고 서두를 열었다.

박 교수는 "그런 식으로 하나님의 뜻을 운운하는 것이 그동안 한국교회에 너무도 만연했기에, 별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며 "세상역사가 담지하는 복잡다단한 차원의 의미에 대한 심층적 고찰은 모두 생략하고, 하나님의 뜻을 둘러대며 역사를 단순무지하게 해석해버리는 경솔함이 한국교회가 자주 범하는 과오, 즉 신앙의 이름으로 신앙의 본질을 배반하는 어리석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 장로의 발언은 다시 한 번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드러내며, 그에 대한 신학적 반성을 촉구하는 사건"이라며 "이는 전통적으로 교회가 신봉해온 하나님의 절대주권 사상이 얼마나 피상적으로 이해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실례"라고 했다. 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하나님의 주권 아래 발생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악까지도 하나님의 뜻이라는 단순 귀결에 이르는 것만큼 주권사상을 왜곡하는 것은 없다는 것.

박영돈 교수는 "악과 불의는 결코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될 수 없고, 불의는 하나님의 공의와 선하심을 거스르는 반역"이라며 "하나님은 당신의 선하신 뜻을 끊임없이 거역하고 방해하며 좌절시키려는 악과 불의의 세력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반역의 세력을 주권적인 섭리로 제압하고 승화하여 궁극적으로 당신의 선하신 뜻을 이루신다는 것이 주권사상의 핵심이다. 그러나 어떤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악과 불의를 발생케 한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 말하는 것은 주권사상의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고 그 교리를 현저히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일제의 악랄한 침략과 착취, 그리고 남북분단과 6·25 전쟁의 참사가 우리 민족을 연단하여 결국 축복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이라 말하는 것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모독하는 위험이 다분한 발언"이라며 "물론 문 장로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런 표현은 하나님을 악과 불의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하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동시에 일제 식민통치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정도 정당성과 필연성을 부여받게 되니 사람들이 격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고, 더불어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면 일제 치하에 순응한 친일파들은 하나님의 뜻에 순복한 사람들인 반면, 일제 식민통치에 반기를 들고 항쟁한 독립투사들은 모두 하나님의 뜻을 거스른 반역자들이 되는 셈 아니냐는 것. 그는 "문 장로가 의도하지 않은 것까지 논리적으로 비약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나, 그런 논리적인 귀결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회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발언에서 나타나는 주권사상에 대한 오해와 맞물린 문제는 잘못된 성경해석"이라며 "문 장로는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과 우리 민족을 대비하여 하나님이 우리 민족을 새로운 예루살렘으로 세우려 하신다고 주장하고, 그들에 대한 하나님의 특별한 통치와 섭리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백성을 이방의 압제로 연단하신 것처럼 우리 민족을 일제의 지배 아래 연단하셨다는 것인데, 이런 성경해석이 그의 역사의식을 상당 부분 주관하고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박영돈 교수는 "지금 구약의 이스라엘 국가와 유일하게 대비되는 대상은 새로운 하나님의 백성인 교회"라며 "교회는 새 이스라엘이자 하나님이 직접 통치하는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로, 과거 이스라엘 백성을 다루시는 하나님의 손길에서 오늘날 하나님의 백성들, 즉 교회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유추할 수 있지만 하나님의 언약백성을 연단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이방인들이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특정 국가에 그대로 적용하여 하나님의 뜻을 운운하는 것은 성경 해석의 기본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고, 거기서부터 역사의식이 뒤틀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