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하와>와 <데몬>으로 호평받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토스카 리가 이번에는 가룟 유다를 정면으로 다룬 <유다: 배신의 입맞춤(Iscariot: A Novel of Judas·이상 홍성사)>을 발표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출간된 이 책은 미국 기독교출판협회(ECPA) 선정 '올해의 도서' 기독교 소설 부문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소설은 예수님이나 다른 제자들이 아닌, '배신자 유다'의 관점에서 당대를 다루고 있다. 유다의 파란만장한 가족사와 로마 치하의 혼란상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2천년 전 이스라엘의 공기를 재현해 낸다. 상상력을 발휘해, 이름 없이 등장하는 성경 인물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는 등 예수님 공생애 3년 동안의 '빈칸'들을 채워넣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룟 유다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에게 '배신의 입맞춤'을 하기까지 겪어야 했던 그의 고뇌와 유혹들을,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작가는 유다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지도 않고, 완전한 면죄부를 주지도 않는다.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신학적으로 접근해선 곤란하겠다.
특히 소설과 비슷한 시기에 '나사렛 예수의 전기'를 표방하며 나온 <젤롯>과 비교할 만하다. 예수를 '정치적 혁명가'로 묘사한 이 책은 논픽션임을 강조하지만, 픽션인 <유다>에 비해 논지가 빈약해 보이기 때문. 다음은 <유다>의 작가 토스카 리와의 이메일 인터뷰다.
-먼저 <유다>가 2014년 ECPA 소설 분야에서 수상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유다 중심의 이야기였지만, 그 시대 예수님의 행적에 대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런 것들을 묘사하는 데) 어떤 준비 과정이 있었나요.
"감사합니다. 수상 소식에 저도 놀랐습니다. 책을 위한 조사 작업은 정말 방대한 일이었습니다. 또다른 학위 과정을 이수하는 느낌이었지요. 성서고고학회 분들과 이스라엘 여행을 했는데, 이 여행이 참으로 중요했습니다.
여행 전후로는 100여 권의 책과 기사, 다큐멘터리, 강연과 해설집을 망라하여 연구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신학자들, 고고학자들과 대학생들을 전문가 패널에 합류시켰는데, 소설의 개요를 잡고 집필하면서 감사하게도 그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구세주요 그리스도라는 사실에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과감하게 여기서 벗어나 당대의 혼란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1세기 역사에 대한 엄청난 양의 공부에서 시작한 점진적 변화입니다. 당대의 정치적 배경과 종교적 학파의 사고들을 알 수 있게 되었지요. 복음서의 사건을 2천 년이 지난 지금 제대로 볼 수 있으려면, 현대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는 엄청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이 작업을 통해 제가 발견한 것은 민족의 구원을 위해 신음했던, 점령당한 국가와 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로마의 압제에서 해방시켜 주시리라는 기대 속에, 오로지 하나님의 법을 지키는 일에 골몰했습니다. 사람들은 세금에 짓눌려 가난에 내몰렸고, 혹독한 로마인들과 변덕스러운 헤롯 왕에게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산적들은 백성들의 영웅이 됐고, 반란으로 메시야(구원자)가 되려던 이들은 끔찍한 죽음에 직면하게 되었지요."
-유다에게 면죄부를 준 것까지는 아니지만, 예수님을 그들에게 넘겨준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은 아닐까요. 특히 가룟 유다의 가족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집필해 가면서 저는 메시야-그리고 하나님-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기 생각이 아주 분명한 한 남자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오늘날 우리만큼이나 매우 분명하게 사고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유다에 대해 원고의 절반 가량을 써 가면서, 더 이상 유다 이야기가 아니라 저 자신에 대해 쓰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2천년 후 지금의 관점에서 유다를 비난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다른 제자들도 그랬듯, 스승의 행동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인다면....... 여러분이나 제가 그와 같이 행동하지 않았으리라고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유다가 어떻게 하리라는 것을 예상하셨음에도, 예수께서 그를 사랑하셨다는 것은 우리에게 얼마나 슬프면서도 동시에 희망적인 일인가요."
-소설에는 성경에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도 많이 등장합니다. 고문서 등을 통한 고증인가요, 아니면 작가의 상상력인가요. 특히 비밀결사 이야기에서 말입니다. 어느 정도 비율로 생각하면 될까요.
"그런 반란 집단이 존재한 것은 분명합니다만, '바-라바들'이라는 산적 집단의 이름은 추측에 따른 것입니다. 갈릴리 사람 유다는 역사적 인물입니다. 요세푸스는 그를 '주님 외에는 왕이 없다'고 가르친, 네 번째 철학(the Fourth Philosophy, 바리새, 사두개, 에세네 학파 다음) 학파의 창시자이자 선생이라 불리지요. 갈릴리(사람) 유다의 아들 므나헴과 후손 엘르아살은 그의 발자취를 따랐습니다. 말 그대로 '스승의 아들들'이지요. 이 소설의 산적 집단 이름은 여기에 근거하여 짓게 된 것입니다. 산적 두목 바라바의 이름인 '예수'는 제가 지어낸 게 아니라, 고대 복음서에 따른 것입니다. 예수, 유다, 시몬은 매우 흔한 이름이었지요."
-소설 속 제자들과 예수님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인상적입니다. 오늘날 성도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그 일은 오늘날 우리에게 교만하지 말 것을 가르칩니다. 현대의 시각에서 그들이 근시안적이었다고 말하기는 매우 쉽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오른뺨을 때리거든) 다른 뺨도 대라거나, 오 리를 가자고 할 때(당시 로마인들은 유대인들에게 자기 짐을 지고 1마일을 동행하도록 시킬 수 있었습니다.) 십 리를 가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이나, 저항하지 않고 목숨을 내려놓는 것은 호전적 유대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에게 구원의 개념이란 민족적이고 공동체적인 것이었습니다. 개인 구원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었지요."
-한국에서는 현재 레자 아슬란의 <젤롯>이 발간돼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소설과 비슷한 시기를 전혀 다른 입장과 논조로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만, 이곳 미국에서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의견이 분분한 상태입니다."
-신자와 불신자들이 각각 이 소설을 어떻게 읽었으면 좋겠습니까.
"독자들은 자신이 어떤 곳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을 얻습니다. 저는 제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에 기초하여 이야기를 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록 책 속의 페이지에서지만, 예수님 곁에 앉아 제가 메시야라고 부르는 이 분을 바라보며 접촉하는 멋진 여행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바로 그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