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주최 정책포럼 '모두를 위한 경제성장과 아동인권: 아동노동 근절을 위한 한국의 역할 모색'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귀빈식당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2002년 제정한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인 6월 12일을 앞두고, 국제 NGO들과 유엔 산하기구·학계·인권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아동 인권을 고려한 경제성장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월드비전 측은 "여전히 전 세계 8,500만여명의 어린이들이 '가장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The worst form of child labour)'에 동원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며 취지를 밝혔다.

포럼에서는 이일형 G20 국제협력대사 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의 축사 후 토무 호즈미(Tomoo Hozumi) 유니세프 네팔 국가사무소 대표가 '아동권리와 아동노동', 레니 제이콥(Reni Jacob) 인도 월드비전 옹호부장이 '월드비전 아동노동 근절사업 사례', 김종철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가 '아동노동 근절을 위한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각각 발표했으며, 홍문숙 연구실장(글로벌발전연구원 ReDI)을 좌장으로 조영무 과장(외교부 인권사회과), 안정권 심사원(영국표준협회), 주병기 교수(서울대), 남상은 옹호팀장(월드비전) 등이 토론을 펼쳤다.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아동노동, 특히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가혹한 형태의 노동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분은 한 분도 안 계실 것"이라며 "아이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이 있어야 할 곳은 탄광이나 공사장이 아니다"며 "가족과 지역사회, 국가의 보살핌 속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아동노동 근절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과 노력을 제고하기 위해 기념일 제정을 비롯한 다각적 노력이 이어진 결과 2000년 이래 전 세계 아동노동 인구는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아동 10명 중 1명이 노동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라며 "아동노동은 아동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 나아가 세계 경제의 건전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줘 가난하고 취약한 환경의 아동들을 또다시 노동 현장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양 회장은 "국제사회는 2016년까지 '가장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만큼은 근절하겠다는 목표로 전 세계적 협력을 약속했지만, 한 국가나 대륙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 모든 나라간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목표 달성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유엔 아동권리협약과 국제노동기구협약을 비준한 데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책임에 예외일 수 없기 때문에, 2조원 이상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자랑하는 선진 공여국으로서 규모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아동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국제개발협력을 실천하면서 모범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토무 호즈미 유니세프 네팔 국가사무소 대표는 "아동노동은 생리적·신체적·인체공학적·심리사회적 위험과 더불어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생활환경 등의 위험요소 탓에 각종 질병과 상해에 시달리고, 심지어는 생명을 잃기도 한다"며 "신체적 과로는 성장기 아동의 뼈와 관절의 성장을 방해해 경추 손상 또는 평생 지속되는 장애나 기형을 유발할 수 있고, 착취와 괴롭힘, 폭력과 학대가 만연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생활할 경우 심리적 외상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즈미 대표는 "아동노동은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고 학습권을 침해하여 교육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에 유니세프는 소규모 사업방식을 지양하고 보다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구체적인 이슈에 따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을 사용하면서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네팔의 경우 정부와 개발기관 및 민간부문이 참여한 아동친화 도시행정 프레임워크를 통해,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아동노동에 시달리던 9천명 이상의 아동이 가정으로 돌아갔고, 아동노동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은 1만명 이상의 아동이 상담을 제공받고 생계 지원 및 교육 기회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레니 제이콥 인도 월드비전 옹호부장은 "인도는 국내법상 아동노동이 금지돼 있지만, 정부는 약 1,200만명, 국제자유노동조합연맹(ICFTU) 보고서는 약 6천만명의 아동노동자들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아동노동은 농업과 공업,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에서 발견되고 있으나, 아동노동 근절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부분은 빈곤과 열악한 금융서비스, 교육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부실한 사법기관 등이 있다"고 말했다.

제이콥 부장은 "인도에서는 일반적 아동노동에 종사하지 않고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는 '갈 곳 잃은 아이들(Nowhere Children)'이 아동노동자의 4배로, 이들은 남아보다 여아가 더 많고 도심보다 외곽 지역에 집중돼 있다"며 이들의 특징으로 △빈곤계층에 속하고 글을 읽지 못하고 △특정 카스트 계급이나 소수 민족으로 소외된 지역에 거주하며 △회교도이거나 강제이주자 출신으로 △길거리에서 생활하며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도 월드비전은 이러한 현실에서 '아동 중심의 대응'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제이콥 부장은 "2002년부터 아동노동 근절 사업을 모든 지역개발사업(ADP)과 연계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별 아동을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맞춤형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며 "특히 2005년부터는 주요 이해관계자 중 하나로 아동노동을 경험한 아동을 포함했고, 이들의 경험과 의견은 사업 기반에 좋은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개발 전문가, 지역 사회복지사, 아동노동 경험 아동이 공동으로 예방과 재통합, 옹호 등 3가지 전략을 수립한 후, 30만 이상의 아동이 거주하는 1,945곳의 마을에서 아동노동이 사라졌다"며 "아직도 많은 업주들은 아동노동을 생계를 위한 것으로 정당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 무엇도 아이들에게 주어진 신나게 놀고 존중받으며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를 빼앗을 수 없음을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