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루터 킹 Jr. 목사의 '노벨 평화상'과 '여행용 성경책'을 팔려는 아들들과 이를 막기 위해 물건을 숨겨 놓은 딸의 싸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지난 금요일, 킹 목사의 모든 유품과 재산을 관리하는 킹 재단 측은 버니스 킹에게 숨겨 놓은 '노벨 평화상'과 '성경책'을 돌려 놓으라는 내용의 소송을 접수했다.
표면적으로는 재단과 개인의 싸움이지만, 조금만 들춰보면 킹 목사의 장남이자 킹 재단의 이사인 마틴 루터 킹 3세와 텍스터 스캇 킹, 그리고 막내 딸인 버니스 킹의 싸움인 셈이다. 킹 목사 자녀들간의 불화는 심심찮게 불거졌지만 이번 소송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값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킹 목사의 유품을 '긴급구제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시장에 내 놓으려는 아들들과 그것을 지키려는 딸의 힘 겨루기라는 점이다.
화요일 공개된 버니스 킹의 성명서와 목요일 오전 에벤에셀침례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 내용에 따르면 킹 목사의 85번째 생일을 맞아 가족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마틴과 스캇은 아버지의 유품 가운데 가장 값어치가 나가는 노벨 평화상 메달과 개인적인 성경책을 제 3자에게 팔 계획임을 알렸다고 한다. 특히 성경책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됐을 당시 대통령 선서를 하기도 한 상징적인 물건이다.
유품을 보관하고 있던 버니스는 형제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유품을 안전한 곳에 옮겼고, 이에 마틴과 스캇이 소송을 걸어 두 가지 유품을 내 놓으라고 법적 대응을 하게 됐다.
버니스 킹은 "나의 형제들을 매우 사랑하지만, 그들의 결정은 매우 어려움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 생긴 불미스러운 일이 무척이나 부끄럽고 슬픈 일인 동시에 이를 팔려고 하는 형제들에게 솔직히 매우 실망스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마틴 루터 킹 3세와 덱스터 스캇 킹은 별다른 대응을 내 놓고 있지는 않다.
이유야 어쨌든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이자 영적인 지도자였던 마틴 루터 킹 Jr. 목사의 뜻 깊은 유품을 개인에게 팔려고 했다는 사실 자체가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지역 언론의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은 한결같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것을 개인에게 팔려고 했다니 충격적이다"라는 반응이다.
지역 언론들 역시 두 아들들의 시도에 연일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킹 목사와 함께 인권운동을 했던 시민운동가들과 친인척들은 버니스 킹 편에 서서 마틴과 덱스터에 반대하는 양상이 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