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선 소장
(Photo : 기독일보) 아시안 약물중독 치료서비스 이태선 소장

2013년 전국의 중학생 21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인성조사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바로 정직이었다고 하며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그들이 앞으로 부정한 입학이나 부정한 취업을 제안 받는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대답한 학생들이 절반이 훨씬 넘었다고 한다.

 

바로 오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 자녀들에 대한 교육의 결과이다. 누가, 아이들에게 이런 참담한 인격을 심어주고 있는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한국사회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면을 온통 도배하다 시피 하는 거짓과 부패의 어른들의 모습들이 우리의 자녀들로 하여금 나중에 어른이 되면 반드시 필요한 처세술임을 자연스럽게 가르쳐 주는 이 현실에서 누가 누구를 나무랄 것도 없이 바로 우리 스스로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임을 인정해야 하며 각자의 처절한 자기반성과 회개의 자세가 오늘 우리 시대에 요구되는 절실함이다.

사람들은 너무도 그 사회를 믿지 못하는 의심의 심리에 빠져 버렸고 그 사회에 믿음을 줄 수 있는 우리 시대의 큰 아버지들의 모습들을 찾기가 힘들어 졌다. 아버지들은 돈에 노예가 되어서 자신들의 양심을 팔아먹고 남을 짓밟고 일어서야만 된다는 위기의식을 놓지 않고 있으며 단지 투쟁하고 항변하며 거친 목소리로 상대방을 공격해야 한다는 비이성적인 중년의 삶에서 표류하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아버지들의 모습들을 대한민국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거기가 정치 1번지인 여의도이든, 삶의 한복판인 동네 어귀의 시장 통이든 말이다. 아버지들은 많이 배우고 돈 많이 벌면 그것이 행복인줄만 알았다. 하지만 지독한 성공주의에 빠져버린 대한민국에서 자기보다도 더 많이 가진 자들의 끊임없는 출현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게 하며 삶의 행복을 어디에서도 찾지 못하게 하고 있다. 가족은 단지 남들 다 있는 액세서리에 불과할 뿐이다.

아이들은 남의 자식들 하는 만큼은 다 해야 하며 아버지가 원하는 인생을 성취해 주기만을 절실히 바랄 뿐이다. 우리의 자녀들은 그러한 가정에서 그리고 그 사회 속에서 신음하며 꿈과 이상을 상실 당한 채 일찌감치 어른들의 가치관에 익숙해져 성인아이의 모습들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상담의 과정에서 오늘 가정과 사회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많은 심리들을 분석하며 아직도 아파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억눌린 어린자아가 그들 내면에서 떠나지 않고 그들을 괴롭히고 있음을 발견한다. 어린 자신의 느낌을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 없었고 대부분 거짓과 임기응변술로 대처해야만 했던 역기능적인 가정환경 속에서 성장해야만 했던 아이들은 훗날 성인이 되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전략적으로만 대하는 살얼음판의 인생을 살게 된다. 아버지가 되었어도 어른의 인격을 갖추기 보다는 의심과 두려움속의 어린아이의 심리속에 매몰될 수밖에는 없게 된다.

최근 한국의 어느 대학생이 현실의 막막함과 좌절감속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하는 제목으로 답답한 자신의 사견을 학내 대자보에 올렸는데 그의 글이 갑자기 매스컴을 타게 되면서 이 평범한 글귀는 학교 담장 밖을 뛰어넘어 이제는 온 나라의 각계각층이 그 대학생의 '안녕 특허권'을 무단으로 도용하며 유행병처럼 번져 나가는 '안녕'타령에 너도나도 동참하며 오늘 대한민국의 잘못된 가치관이 만들고 있는 이 참담함을 다 현 정권 탓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하는 현 정권에 협력과 격려보다는 누군가의 선동에 의해서 뒤집어 보려는 욕구가 팽배해 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한국사회에 진정한 어른들의 역할이 필요할 때이다. 어른으로서의 성숙함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욕구불만으로 신음했던 어린 자아를 깨 뜨려야 한다. 자신의 불행을 남의 탓으로 돌리며 자꾸만 투쟁일변도의 모습을 보이는 대한민국의 오늘은 억눌린 어린아이와 같은 심정들이 함께 힘을 합해 자신보다도 더욱 커다란 아버지의 권위에 항거하는 아우성이다. 아버지가 되자. 바로 내가 어른이다. 어른은 삶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스스로 책임지며 사람들과 협력을 통해서 살아갈 때 비로소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며 가족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행복한 삶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런 아버지가 우리 사회에 제자리를 찾아갈 때 대한민국은 안녕할 것이다. 새해에는 내가 바로 그런 아버지로 거듭나고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는 사회로의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