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춘 교수의 발언 모습. ⓒ신태진 기자정시춘 교수의 발언 모습. ⓒ신태진 기자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4일 오후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연수실에서 '사랑의교회와 한국교회의 건축 문제에 관한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는 신동식 목사(기윤실 정직윤리운동본부장)가 맡았으며, 권혁률 기자(CBS), 정시춘 건축가(정주건축연구소 대표),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 좌담회에서 정시춘 교수는 교회 건축가의 입장에서 견해를 밝혔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 건축의 문제로는 경제성·공공성·상징성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며 "교회의 한정된 자금을 건축에 쏟아부으면 사역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건물 짓고 경매에 들어가는 교회도 많이 봤다. 또 교회를 지역 환경의 일부로 본다면, 공공성도 생각해야 하며, 교회 본연의 상징성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딕건축을 처음 했던 프랑스의 생드니 수도원 원장은 '하나님의 성전이기에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으로 건축하고 장식해야 한다'면서 황금제단과 보석으로 장식한 거대한 십자가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동시대에 생 베르나르 수도원장은 그것을 비난하면서 '가난한 자에게 써야 할 돈을 허식에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며 "현재 한국교회의 문제가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또 "대형교회 안에는 비기독교인이었던 성도들보다는 오랫동안 믿었던 성도들이 훨씬 더 많다. 수평이동을 한 것으로 교회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지만, 그럼에도 교회당 건축을 교회 선교의 최상의 도구로 여기고 있다. 화려한 교회당이 더 큰 상징이라는 신념은 교회 건축 경쟁을 유발시켰다"면서 "한국 목회자와 교인들은 정말로 아름다운 교회당이 어떤 것인지를 판단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초동 사랑의교회 건축에 대해서는 "사랑의교회는 한국의 개신교를 대표하는 교회로 인식되어 왔기에, 이것이 한국교회의 문제로 인식되는 것 같다. 특히 요즘에는 개신교에 대한 사회 인식이 굉장히 악화되어 있어서, 문제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면서 "저는 건축인의 입장에서, 사랑의교회의 새 교회당이 위치한 자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자리이기에 일반인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의 디자인 및 규모와 관련해서는 "쇼핑몰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른 것으로, 저는 그 건물을 쇼핑몰 같다고 보지는 않는다. 건물 자체는 디자이너가 잘 디자인하려고 꽤 노력했다. 다만 일반인들이 봤을 때 '교회가 왜 이렇게 커'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틀림없다. 다른 건축가의 건축물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 자리에 화려하게 보이는 방법으로 그 만한 크기의 교회를 지었어야 했을까라는 의문은 있다"고 했다.

정재영 교수는 모두발언에서 "한국교회는 모두 건축 중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다. 예배당을 건축하기 위해, 혹은 예배당을 건축해서, 긴축예산을 편성한다. 이는 교회 안팎의 어려움이 되고 있다. 교회 다니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며 "교회 안에서 이런 것들(교회 건축에 관한)이 얼마나 공동체적으로 의사결정되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또 좌담회에 참석한 고직한 선교사는 토론 시간에 "저는 청년사역을 하는 사람으로서 건축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역에) 치명적이지만, 과연 사랑의교회가 상당한 돈을 들여서 새 교회 건물을 지었어야 했는가와 건축과정에서 위법성에 대한 논란, 수천억원대 건물이면 최소한 50년 이상은 바라보고 지었어야 했는데 아름다움에 대한 고려보다는 규모에 대한 위화감이 있지는 않나라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