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가 또다시 혼란의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5년 만에 가까스로 감독회장이 선출되며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었으나, 총회특별재판위원회(특별재판위)에서 금품수수설이 불거지며 당선무효가 결정됐다. 이에 감독협의회가 열기로 결정한 16일 실행부위원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선무효형을 받은 전용재 목사는 해당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결국 지도부 공백사태가 발생했고, 여기에 은급대책위원회(위원장 가흥순 감독)로부터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당한 신경하 전 감독회장마저 특별재판위에서 '목사 면직' 처분을 당하면서, '감독회장'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론까지 들리는 상황이다.

전용재 목사(우)가 감독회장 취임식 당시 신경하 전 감독회장(좌)과 포옹하던 모습.
전용재 목사(우)가 감독회장 취임식 당시 신경하 전 감독회장(좌)과 포옹하던 모습.

더구나 또다른 감독회장 선거 출마자로 특별재판위에 출석한 강문호 목사의 금권선거 폭로와 함께, 고신일 중부연회 감독의 사퇴서 파동 등으로 사태는 계속 커지고 있다. 강 목사는 특별재판위에서 "감독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네 명의 후보들 모두 이러한 금품과 향응의 요구를 받았고, 모두 돈을 썼다"고 증언했다. 그는 "특정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려는 게 아니라, (천주교의 교황 선출 과정을 뜻하는) 콘클라베처럼 돈 선거 없는 감리회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현실을 고발하러 나온 것"이라며 "돈 쓰게 만드는 현 선거법을, 개정할 게 아니라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독협의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긴급 모임을 갖고 16일 실행부위원회를 소집해 일단 직무대행을 선출하기로 했으며, 입법의회는 시일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다음 달로 연기해 놓은 상태이다. 직무대행이 선출될 경우 전용재 목사는 사실상 복귀가 힘들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전용재 목사는 법원에 특별재판위의 '당선무효' 판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5년간 '지도부 공백'... '감독회장 권한 집중'이 문제인가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사태'는 5년 전인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년 전임제' 도입 후 처음 직무를 수행한 신경하 감독회장 체제 이후, 제28회 총회 감독회장 선거에서 고수철 목사와 김국도 목사가 각자 당선을 주장하면서 파행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2008년 감독회장 사태 당시 서로 당선을 주장했던 고수철 목사(좌측 맨 앞)와 김국도 목사(우측 맨 앞).
2008년 감독회장 사태 당시 서로 당선을 주장했던 고수철 목사(좌측 맨 앞)와 김국도 목사(우측 맨 앞).

김국도 목사는 투표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으나, 선거 전날 법원에 의해 후보자등록효력정지 가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차점자이자 신경하 감독회장이 손을 들어준 고수철 목사마저 법원에서 당선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렇게 시작된 감독회장 공석 사태는 지난 5년간 2명의 직무대행을 거치고 몇 차례의 특별총회와 재선거를 치렀음에도 해결되지 못했다. 특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때마다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지도부 공백 사태가 5년 가까이 이어졌다.

이 같은 5년 간의 좌절을 딛고 올해 가까스로 수장을 선출했지만, 또다시 암초를 만난 셈. 감리회는 전용재 감독회장 취임 이후 '하디 1903 성령한국 대회'를 의욕적으로 치르는 등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었으나, 다시 뒤숭숭한 분위기가 됐다.

얼마 전 진행됐던 ‘하디 1903’ 대회에서 감리교 지도자들이 기도하던 모습.
얼마 전 진행됐던 ‘하디 1903’ 대회에서 감리교 지도자들이 기도하던 모습.

앞길은 험난하다. 감신·목원·협성 3개 신학대 출신들 간의 뿌리 깊은 '경쟁 의식'이 여전한 데다, '금권선거'로 인한 도덕성 논란까지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직무대행 체제로 WCC 총회에 참석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사실 감리회는 '4년 전임제'인 감독회장 제도를 '2년 겸임'으로 개정하는 헌법개정안을 공고하는 등, 지나친 권한 집중을 방지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었다.

현재 감독회장은 4년간의 임기 중 미주특별연회와 서부연회를 관리하고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 이사장, 사회복지법인 감리회 태화복지재단 이사장, 교역자 은급재단 이사장, 장학재단 이사장, 기감 산하 감신대·목원대·협성대 이사 등을 맡아 감리회 본부 행정을 총괄해 왔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감독회장에 당선되면 담임목사직에서 사임하고 임기 후에는 은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실행부위원회를 이틀 앞둔 14일에는 장정개정위원회가 열려 금권선거 종식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기존 선거관리 시스템에 감시를 강화하고 포상금·과태료 제도를 활성화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감독회장의 과도한 권한 자체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았다.

장개위는 각 지방에까지 선거감시원을 신설하고, 선관위원들의 중립의무 위반시 처벌을 규정했으며, 선거운동원 제도 폐지를 추진 중이다. 전용재 목사의 당선무효형에 단초가 되기도 했던 각종 향응 숙식 및 여행 제공·협찬 행위도 금지를 명문화하고, 금품이 오갈 가능성이 있는 모임을 주선 또는 참여하는 행위, 후보자간 담합 등도 금지했다. 문자나 이메일을 통한 선거운동도 금지됐는데, 이는 강문호 목사가 "문자 발송에만 수천만원이 들었다"고 증언한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