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더 나가서 아시아 전체의 지형을 보면 지뢰밭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것 같은 위기감과 답답함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어느 지점에서 터지든지 만약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그 지뢰가 하나 둘씩 순차적으로 터지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폭발하게 될 것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우리에게 절실한 문제는 역시 북한이다. 아직도 우리와 북한은 정전상태이다. 남북한의 모습은 다음 라운드를 뛰기 위해 벤치에 앉아 있는 권투선수와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전쟁은 승리자가 있을 수 없는 전쟁이다. 양쪽 그 누구도 쓰러질 때까지 기권의 타월을 던지지 않을 것이며 어줍잖은 판정에도 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닌 그 지리하고 참혹한 화약 냄새가 일상이 된지 벌써 60년이 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북화해의 상징과도 같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한 당국의 회담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성공단은 남북한 평화의 산소호흡기와 같다. 이 문제를 잘 풀어서 남북간 대화와 협력, 화해와 평화가 더욱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남북 문제가 내부문제라면 외부에는 일본과 중국의 문제가 있다. 일본, 중국 모두 경제적으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치적, 군사적으로는 마치 적대국을 대하는 것과 같은 양상이다.
동아시아의 또 하나의 위협은 일본의 노골적인 우경화 문제이다. 일본은 얼마 전 '이즈모'라고 하는 항모에 준하는 초대형 헬기호위함을 건조하였다. '이즈모'는 과거 러일 전쟁과 중일전쟁,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선봉에 섰던 해군함의 이름이다. 그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에 대해 중국은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일본의 우경화는 앞으로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아베 정부는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일본판 양적완화를 통해 침체된 일본 경기에 무리한 활력을 불어 넣으려 하고 있고, 정치적으로는 평화헌법을 고쳐서 자위대가 아닌 군대 보유의 야욕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는 중국도 만만치는 않다. 이제 'G2'로 불리며 명실상부하게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중국은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세계의 패권다툼에 이미 뛰어 들었다. 세계 자원을 싹쓸이하고, 항공모함을 취역시키고 군사대국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어도’ 문제는 이런 중국과 일본의 욕망의 충돌지점이다. 우리는 조어도를 '다오위다오'로 부를 수도 '센카쿠 열도'로 부를 수도 없는 애매한 입장이다. 중국을 지지하자니 중국과 우리는 '이이도 문제'가 있고 그렇다고 일본을 지지하자니 '독도'문제가 있다.
한 다리 건너서는 러시아와 일본의 쿠릴열도 북방 4개 섬 문제, 양안관계, 그리고 모두 핵 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의 국경 분쟁은 또 다른 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계속해서 중국견제를 위해 우리나라와 일본을 끌어들이려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넣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가 종교적, 민족적 갈등은 아시아 위기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아는 지금 노란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다. 이 신호등이 빨간 불이 될지 파란 불로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그 신호등의 색깔에 수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행복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호가 바뀌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이다. 그리고 신호등은 누가 먼저 지킬 것인 것 논쟁이 필요 없는 모두가 지켜야 하는 법이다. 21세기의 전쟁은 승자가 없는 전쟁이다. 평화만이 살 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노란 경고등이 파란 신호등으로 바뀔 수 있도록 아시아 모든 나라들이 함께 협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