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시카고 대학 소속의 교수 가운데 찬드라세카르(Subrahmanyan Chandrasekhar)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주 근무지는 위스콘신 주 윌리엄스베이에 있는 ‘예르크스 천문대’(Yerkes Observatory)였다. 겨울이면 폭설이 잦고, 시카고까지는 수백 km를 직접 운전해야 했다. 1942년, 시카고 대학에서 겨울방학 특강을 요청받았다. 그런데 수강 신청을 학생이 단 두 명에 불과했다. 학교 행정 측은 “비효율적”이라며 폐강을 고려했다.
[2] 그러나 찬드라세카르는 강의를 강행했다. 매주 위스콘신에서 시카고 대학까지 주말마다 150마일(240km) 눈보라를 뚫고 직접 운전해 강의를 했다. 이 때 강의를 들은 양전닝(Chen-Ning Yang, 楊振寧)과 리정다오(Tsung-Dao Lee, 李政道) 두 명의 학생은 훗날 1957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 되었다.
당시에는 모두가 이렇게 생각했다. “참 비효율적인 짓이다.”
[3] 우리 사회는 흔히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모든 가치를 측정하곤 한다. 투입 대비 산출이 얼마나 큰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 즉각적인 성과가 눈에 보이는지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1942년 겨울, 예르크스 천문대에서 시카고 대학까지 눈 덮인 왕복 480km 거리의 도로를 매주 운전한 찬드라세카르 교수는 이 효율성의 논리를 정면으로 거슬러버렸다.
[4] 대학 행정실조차 폐강을 권유했을 만큼 그 강의는 수치상으로 효율성이 없어 보였으나, 위대한 학자는 그 수치를 보지 않고 수강생들의 가능성을 보았다. 찬드라세카르는 훗날 자신이 왜 그 강의를 강행했는지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학생 수가 아니라,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가를 보고 강의했다.” 찬드라세카르 교수 역시 강의실에 앉아 있을 수십 명의 군중이 아니라, 학문을 갈망하는 두 영혼의 눈빛을 보았다.
[5] 그는 숫자를 헤아리는 ‘행정가’의 눈으로가 아니라, 한 영혼의 가능성을 귀히 여기는 ‘목자’의 마음으로 그 험난한 겨울 길을 달렸던 것이다.
성경 역시 우리에게 숫자의 논리를 뛰어넘는 다른 가치를 제시한다.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길을 잃었으면 그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두고 가서 길 잃은 양을 찾지 않겠느냐”(마 18:12).
[6]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잃은 양 한 마리’의 비유는 효율성이 아니라 ‘영혼의 가치’에 집중한다. 우리는 흔히 큰 규모의 집회, 화려한 행사에 마음을 빼앗길 때가 많다. 그러나 위대한 역사는 언제나 소수의 헌신과 깊이 있는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적게 심는 자는 적게 거두고 많이 심는 자는 많이 거둔다 하는 말이로다”(고후 9:6).
여기서 ‘많이 심는다’라는 것은 단순히 양적인 풍요를 의미하지 않는다.
[7] 심는 이의 진심과 정성이 얼마나 깊게 뿌리내렸느냐를 뜻한다. 찬드라세카르 교수는 비록 학생의 숫자는 적게 심었을지언정, 그들에게 쏟은 열정과 학문의 깊이는 누구보다도 풍성하게 심었다. 그 결과는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라는 경이로운 열매로 돌아왔다. 만약 그가 “학생이 두 명뿐이니 시간이 아깝다”라며 강의를 포기했다면, 현대 물리학의 거대한 진보는 그만큼 늦춰졌을지도 모른다.
[8] 찬드라세카르 교수는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보다 본질적인 소통과 변화에 집중했다는 뜻이다. 성경 역시 겉모양보다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의 기준을 강조한다.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삼상 16:7)
우리의 삶도 이와 같아야 한다. 내가 지금 목회하고 있는 성도 수가 몇 명인지, 내가 오늘 만나는 사람이 몇 명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9] 단 한 사람이라도 나의 진심을 이해하고, 나의 작은 도움으로 인해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학문이든, 신앙이든, 인간관계든 본질은 ‘진심의 전달’에 있기 때문이다.
찬드라세카르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기다림의 미학’과 ‘한 사람의 중요성’을 가르쳐 준다. 내가 영향 끼치고 있는 사람의 수가 많지 않다고 낙심하지 말자.
[10] 눈보라를 뚫고 달려간 스승의 헌신이 훗날 노벨상이라는 빛나는 선물로 열매 맺었듯, 누군가를 향한 보이지 않는 수고와 진심 어린 교육은 반드시 엄청나게 소중한 미래의 열매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소중한 가치들이 포기되고 있지는 않은가? 숫자의 함정에서 벗어나, 새해엔 한 영혼의 깊이와 소중함을 인식하며 살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