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북한의 종교박해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과 북한 지하교회의 실상을 알리는 도서 「박해」 출판기념회가 25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연이어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박해」를 함께 저술한 김희태 사무국장의 북한인권개선모임과 정베드로 대표의 북한정의연대가 공동 주최했다.

1부 기자회견에서는 윤여상 소장(북한인권기록보존소)과 탈북민들의 발표가 진행됐다. 탈북민으로는 김일성종합대학 신학과를 졸업하고 전도사로 시무했던 한정화 씨(44), ‘그루터기 지하교회’ 출신으로 교화소에 10년간 갇혀 있다 탈북한 김은사 씨(62), 회령 ‘신(新) 지하교회’ 출신 안인옥 씨(48·이상 가명) 등이 증언했다.

◈지하교회 출신, 칠골교회 전도사 출신 탈북민 등 증언

한정화 씨는 “1988년 신학과 1기생으로 수학하면서 기독교 박해정책을 학습했고, 신학과 2년 생활 후 봉수교회에서 3개월 봉사하다 칠골교회 전도사로 2년간 시무했는데, 당시 봉수·칠골교회 전도사들과 신학과 학생들은 기독교인들의 처형 자료와 기록을 열람할 수 있었다”며 “당시 없어졌다고 선전한 11호 수용소는 기독교 신자들의 집단 수감시설이었고, 김일성은 1955-1963년 기독교를 일제히 소탕하면서 일부러 죽이지 않고 비밀리에 수감시켰다”고 말했다.

신학과는 2006년 김정일의 지시로 경제대학에 편제됐고, 현재는 ‘영성학과’로 개명됐다고 한다. 한 씨는 당시 하나님을 믿지도 않았지만, 외국에서 말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본국에 송환돼 재판을 받고 10년 동안 수감됐다.

김은사 씨는 “저는 우리나라 최초의 그루터기 기독교 3대 목사 집안으로, 복음전도를 위해 정규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을 통해 전도활동을 하기 위해 고모의 권유로 1972년 평양의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자격을 취득했다”며 “졸업 후 배낭을 메고 약초를 캐러 전국 산을 다니면서 많은 이들을 치료하고 전도하다 보위부 함정에 걸려 체포됐다”고 했다.

안인옥 씨는 “성분이 대단히 좋은 엘리트 가문 출신이라 처음 성경을 접하고 매우 놀랐지만, 병을 앓던 딸이 치유되는 기적을 체험하고 성경 읽기를 통해 신앙을 갖게 됐다”며 “이후 지인들과 지하교회를 만들었지만 북한 보위부의 살인그물망에 걸려 큰 피해를 입고 상상 못할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에 앞서 ‘북한 종교자유와 박해 실태’를 발표한 윤여상 소장은 “북한의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는 규정이 포함돼 있으나, 실제 북한 지역에서 종교 활동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객관적 정보는 없다”며 “북한 당국이 평양 이외의 지방에서 제한적이지만 종교 활동이 가능한 가정예배 장소를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매년 탈북민들과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북한 종교자유 백서’를 발간하고 있는 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윤여상 소장은 “일반인들이 종교행위 목적으로 종교시설을 방문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지만, 비공개적 종교 활동은 비밀스럽게 극히 일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더구나 2009년 이후 최근 입국자들의 경우 비밀 종교 활동 경험자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교박해 수준’에 대해서는 2012년 12월 기준으로 수집된 박해사건이 960건이며, 이 중 종교활동에 의한 경우가 465건(48.4%), 성경책 등 종교물품 소지 226건(23.5%), 종교 전파 115건(12.0%), 종교인 접촉 51건(5.3%)의 순서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윤 소장은 마지막으로 ①종교자유와 종교박해 실태 상시 모니터링 ②종교박해 희생자에 대한 구제수단과 예방방안 개발 ③대북 종교교류 및 종교계 대북지원과 북한 종교자유 확대와의 연계 검토 ④북한주민에 대한 공식적·비공식적 종교적 접근 강화 ⑤북한 종교자유 확대를 위한 범종교계 연합체 구성 ⑥북한 종교자유와 종교박해 구제를 위한 국제연대 강화 ⑦북한 종교 관련 전문인력 양성 및 훈련 ⑧중국 등 북한 주민 왕래 지역 종교 활동(해외선교) 강화 ⑨국내 거주 북한생활 경험자 종교 활동 지원 강화 ⑩장기적·단계적 북한 복음화 전략 개발 등을 제언했다.

◈북한 시기별 박해양상 등 다루고 있는 책 「박해」

2부 출판기념회에서는 안희환 목사(기독교싱크탱크 공동대표)의 개회기도와 축사, 격려사, 서평, 저자 인사말, 라오스 탈북 청소년 9명 강제북송 관련 영상 시청, 향후 계획 발표 등의 순서가 이어졌다.

「박해」에서는 해방 전까지의 북한 기독교의 선교 역사를 정리하고, 북한 정권 수립 이후를 ‘해방-한국전쟁-분단 초기-남북대화-서울올림픽-고난의 행군-김정은 등장’ 순으로 시기별 박해양상을 다뤘다. 또 ‘그루터기 기독교인’과 ‘지하교인’, ‘신 지하교인’ 등 성분별 박해의 차이도 보여주고 있다. 결론으로는 한국교회의 북한선교 자세와 방향 등을 제언하고 있다.

책에는 “종교·미신 행위를 하는 자들과 숭배하는 자들을 엄격한 법적 처리할 것을 지시한다”, “종교·미신 행위는 사회주의·공산주의 사상을 부식시키는 기초 사상” 등의 내용이 실려, 절대 비밀로 분류돼 있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국 지시문(52쪽)’ 등 사료 가치가 높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또 기독교인들의 고문 모습을 많은 삽화로 생생하게 그려내기도 했다.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상임대표)는 축사를 통해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이지만 마음이 착잡하다”며 “북한 기독교인들의 고통을 우리의 고통으로 여기지 못한다는 반성을 새삼스럽게 하게 되고, 북한 기독교인들과 주민들에 대해 아직도 책임져 주지 못했고 정성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서 목사는 “이스라엘 백성을 바로왕의 압제에서 해방시켜 주신 하나님께서, 북한 동포들의 절규를 들으시고 반드시 그 압제에서 해방시켜 주시리라는 확신과 믿음이 부족하지 않았나 한다”며 “제게 확신이 있었다면, 만사를 제쳐놓고 목숨을 걸고 투쟁하고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말끝마다 평화·대화를 이야기하고 봉수교회·칠골교회와 기도문을 교환하고 있는 기독교인들을 보면서, 저들은 하나님께서 북한 동포들을 해방시키시리라는 믿음이 없는 이들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저자들은 인사를 통해 “북한 당국은 주체사상이라는 그들만의 종교이자 철학을 만들어 더 이상 다른 종교가 필요 없는 나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기독교 박해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게 돼 버렸다”며 “한국교회가 진영간 논리를 갖고 탁상공론을 벌이고 있는 이 시간에도, 북한의 기독교인들은 체포와 구금, 그리고 정치범수용소 수감과 처형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유관지 목사(북한교회연구원장)·이시영 대표(시니어선교한국·전 유엔 대사)가 축사, 김상헌 대표(북한인권 제3의길)·팀 피터스 대표(헬핑핸즈 코리아)·김영순 부위원장(북한민주화위원회) 등이 격려사, 정광일 실장(북한민주화운동본부)이 서평 등을 각각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