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교회 수장이 23일(현지시각) “동성결혼의 합법화는 반드시 막아야 하는 ‘종말론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모스크바의 키릴(Kirill I) 총대주교는 지난 주일 카잔 성당에서 예배를 마친 후, 이 같이 밝혔다.
키릴 총대주교는 “우리는 이 죄가 러시아에서 절대 허가되지 않도록,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국가가 자멸하는 길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많은 나라에서 죄를 승인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법으로 성문화하고 있는 이 때, 우리 역시 거대한 유혹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키릴 총대주교의 이같은 발언은 동유럽의 강대국들이 성소수자와 동성애자들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나왔다. 프랑스·영국과 같은 서유럽에서는 친동성애 법안 통과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 반해, 러시아는 과거부터 이와 반대 입장을 보였다.
지난 해, 러시아 법원은 동성애자들의 공개적인 행사 개최를 100년 동안 법적으로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동성애자들의 입양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친동성애 문학 보급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심지어 2014년 겨울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러시아 경찰이 동성애자로 의심되는 관광객 혹은 외국인들을 체포할 수 있도록 했다.
푸틴의 이같은 노력은 러시아인들 사이에서도 지지를 얻고 있다. 동성애 입양 금지 법안은 러시아 국가의회에서 찬성 436표, 반대 0표, 기권 1표로 통과됐다.
지난 달, 세계적인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에서 실시한 ‘세계인의 태도’(Global Attitudes Project) 조사에 따르면, 부유하고 세속적인 나라일수록 동성애에 대해 호의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경향을 나타냈으나 러시아는 예외였다.
퓨 포럼 보고서는 “러시아와 중국은 종교성(Religiosity Scale)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동성애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의 관용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러시아인의 16%, 중국인의 21%만이 동성애를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