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시편 45편 가운데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움" 이란 제목으로 말씀을 묵상하다가 잠시 리더십에 대한 갈등이 제 마음에 일어났습니다. 시편 45편은 왕의 결혼식에 드려졌던 찬송시로 왕의 존귀와 영화를 찬양하는 한편 왕의 사모함을 받는 왕비의 아름다움에 대하여도 언급합니다. 이 내용은 그대로 왕이신 예수님과 그의 신부들인 성도의 관계에 대한 교훈도 주기에 저는 그날 주께서 기뻐하시는 그리스도인에 대하여 묵상했었지요. 그 날 본문 가운데 깨달은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움은 무엇보다 세상에서 구별된 순결함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왕비의 '수놓은 옷'에 대하여 묵상하는 중 골로새서에서 바울이 가르치는 그리스도인의 옷에 관한 내용들이 떠올랐습니다. "너희는 하나님의 택하신 자처럼 긍휼과 자비와 겸손과 온유와 오래참음을 옷입고...주께서 용서하듯 서로 용서하며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더하라. 이는 온전하게 매는 띠니라." 골 3:12-14. 남들에게 긍휼과 자비를 베풀고, 겸손과 온유로 자기를 낮추고 자신을 주장하거나 나타내지 아니하며, 오래참음으로 범사에 신중하고 사려깊고 침착하며 항상 하나님의 사랑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하는 자들은 주님 보시기에 수놓은 옷을 입듯 아름답게 단장한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지요. 그 날 시편 45편은 이렇게 단장한 왕비가 궁중에서 누리는 모든 영화에 대하여도 언급합니다. 아름다운 인격으로 단장한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누리는 풍성한 은총을 의미하겠지요.
그런데 한편 성경은 자녀가 잘못할 때 부모가 매를 들라고 가르칩니다. 사랑하는 자의 잘못을 단호하게 바로 잡으라는 가르침도 여러번 언급됩니다. 매를 들고 권면을 하며 잘못을 바로잡는 모습은 어쩌면 긍휼, 자비, 온유, 오래참음 등과는 거리가 멀게 보여질 수도 있겠지요. 리더는 자신이 이끌고 가는 단체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기에, 긍휼과 자비와 겸손으로 잘못 나아가는 자들을 오래참음으로 인내하다가는 직무유기에 해당되는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존 맥스웰 목사님같은 기독교 리더십 전문가는 그의 리더십에 관한 저서들에서, 리더가 무능하고 게으른 스태프들을 단호하게 대체함으로 죽어가는 교회나 단체를 살린 예들을 열거하며 단체를 살리기 위한 리더십의 단호한 결정을 촉구하기도 합니다. 무능하고 게으르다고 직원을 해고하는 리더가 과연 긍휼, 자비, 오래참음이라는 그리스도인의 인격을 갖춘자일 수 있을까요? 크고 작은 단체를 이끌고 가는 모든 그리스도인 리더들은 이같은 갈등을 대개 경험할 것입니다. 과연 훌륭한 리더가 되는 길과 아름다운 그리스도인이 되는 길은 서로 상충할까요?
그런 갈등의 시간을 잠시 갖는데 잠언서 20:28 말씀을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왕은 인자와 진리로 스스로 보호하고 그 위도 인자함으로 말미암아 견고하니라." 왕을 보호하고 그 위를 견고케 하시는 또 다른 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씀합니다. 리더가 이끄는 단체의 번성 여부는 그 리더의 리더십 역량에 의한다기 보다는 하나님의 은혜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말씀하는 것이지요. 교회의 머리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이 세상 어떤 리더이든지 결국은 그 분의 종일 뿐입니다. 다윗과 솔로몬은 전혀 다른 종류의 리더였습니다. 다윗은 문자 그대로 긍휼과 자비와 겸손과 오래참음 등으로 신하들의 잘못을 인내하였습니다. 그러나 솔로몬은 자신의 왕위에 해가 될 위험이 있는 인물들을 과감하게 숙청하였습니다. 두 나라를 비교하여 볼 때, 솔로몬 왕국이 잠시 더 강해보인듯 했지만 결국 솔로몬 왕 이후 나라는 두 동강이 났습니다. 다윗의 리더십은 메시야의 통치를 반영하는 리더십이었습니다.
성도는 왕 같은 제사장으로 이 세상에서 리더로 부름받았습니다. 그리고 리더로서 갈등할 것입니다. "과연 어디까지 긍휼과 자비로 인내해야 하는가?" 그러나 우리는 리더이기에 앞서 왕이신 그리스도를 섬기는 그리스도의 신부이며 그리스도의 종입니다. 긍휼과 자비와 겸손과 온유, 오래참음과 용서와 사랑으로 옷입고 그리스도를 섬기듯 모든 자들을 섬기는 리더로서 부르심 받았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가 이끄는 단체는 우리 모두의 리더이신 주님께서 책임지시고 돌보실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