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자
(Photo : 기독일보) 이성자 목사.

어느 날 기도시에 주님의 강한 책망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손에 들고 있는 돌을 내려놓으라." 그 날 큐티는 시편 32편, 사함받은 자의 복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하나님께 용서받은 자가 누리는 아름다운 복들이 기록된 감동적인 시편입니다. "허물의 사함을 받고 자신의 죄가 가려진 자는 복이 있도다. 마음에 간사함이 없고 여호와께 정죄를 당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저는 그 날 새벽 이 말씀을 은혜스럽게 묵상한 후, 나를 용서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기도를 하는데 참으로 예기치 않게 내가 용서를 구하는 자가 아니라 남을 정죄하는 자로 비쳐진 것입니다. 요한복음 8장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가련한 여인을 가운데 데려다 놓고, 분에 차서 손에 돌을 들고 그녀 주변에 둘러 서있는 바리새인들의 이그러진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는 땅에 무엇인가 쓰신 후 일어나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누구든지 죄없는 자가 먼저 돌을 치라." 그 때 모든 사람들이 돌을 내려놓고 다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저는 언제나 그 말씀을 생각할 때, 내가 죄인의 모습으로 엎드려 있고 주께서 극적으로 용서해 주시고 자유케 해 주시는 은혜를 묵상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내가 돌을 들고 서 있는 바리새인의 모습으로 묵상이 되었던 것입니다. 얼마나 놀라운 일이었는지요. 그리고 가만히 제 심령을 들여다보니 아닌게 아니라, 아직 용서하지 못하는 이슈들이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용서하려 노력했지만 완전히 용서하지 못한채 마음에 묻어둔 분노의 무거운 돌들이 여전히 있었던 것입니다.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딸아, 손에 든 그 분노와 정죄의 돌을 내려 놓으라. 그리고 그 손을 펴서 내 손을 잡으라. 내가 너의 손에 나의 은총을 담으리라." 저는 많은 눈물 가운데 그 말씀을 아멘으로 받았습니다. 성경은 우리가 중심으로 용서해야 하나님께서도 우리를 용서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용서해야 비로소 사함 받은 자의 복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머리 속으로 잘 알고 있는 용서의 진리가 막상 상황 속으로 들어가면 쉽게 안 되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 빚진 자의 비유처럼, 일만 달란트 빚진 자가 어떻게 100 데나리온 빚진 자를 용서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분명히 이 땅에 우리가 용서 못할 죄인은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적으로 잘 안되는 것입니다. 누군가 과거의 상처는 마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뜨겁게 들끓고 있는 화산과도 같다고 말했습니다. 늘 마음이 미움과 분노로 들끓은 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그런데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기독교는 용서의 종교라는 점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는 자들을 위하여 저들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기도하며 숨지셨습니다. 예수님을 본 받아 스데반도 동일한 기도를 하며 돌에 맞아 죽어갔습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이렇게 위대한 용서를 할 수 있을까요? 스데반은 죽기 직전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 우편에 서신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그가 돌을 던지는 무리가 아니라 자신을 향하여 예수님께 초점을 맞추었기에, 그도 예수님처럼 자기를 향하여 돌을 던지는 무리를 용서하며 저들의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말아달라고 기도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손에 든 돌을 내려놓으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완전히 용서하고자 하였으나 여전히 생각나는 아픔들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내 손에는 무거운 돌들이 들려져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답은 예수님이었습니다. 저의 가장 간절한 소원은 예수님을 날마다 더 사랑하는 것입니다. 어느 날, 내가 주님을 사랑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하며 기도하는데, 용서하기 힘든 자들을 주님처럼 완전히 용서하고 축복하며 사랑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깊이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주님 사랑하기 때문에, 주님이 원하신다면 온전히 용서합니다. 주님처럼 용서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렇게 고백하며 마음을 결정하고 나니, 무거운 돌들이 드디어 나를 떠나는 느낌과 함께 깊은 평안이 제 심령에 밀려왔습니다. 주님을 사랑한다 하면서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거짓말하는 자라고 성경은 말씀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진정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 없는 자를 사랑하고, 용서할 수 없는 자를 용서하도록 주께서 도와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