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민 목사
(Photo : ) 엄영민 목사

 

지난 주일 1, 2부 예배를 마친 후 야외예배를 드렸다. 일년에 한 번 있는 행사인지라 이미 오래 전부터 날을 잡고 준비를 해온 행사였다.

그런데 행사를 앞두고 날씨 비상이 걸렸다. 큰 행사를 앞두고 일기예보를 예의 주시해서 보던 관계자들이 어쩌면 행사 당일에 비가 올지도 모른다며 염려를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대부분의 일기예보가 야외예배가 있는 해당 주일을 전후해서 비가 있을 것이라는 예보를 내보내고 있었다.

일기예보에 따라, 당일 많이 흐리겠지만 비는 아니라는 약간은 희망적인 예보를 하는 곳도 있었고 비가 올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보를 하는 곳도 있었다.

어린 아이들로부터 노인들까지 온 교회가 참여하는 행사에 비가 오게 되면 얼마나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지 잘 아는 까닭에 행사 며칠 전부터 비가 오지 않도록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일기예보가 바뀌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더 비 올 확률이 커지고 있었다. 마침내 디데이(D-Day).

주일 새벽에 교회로 오는 길에서 보니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었고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도 같았다. 큰일이다 싶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행사를 주관하는 장로님과 행정목사님과 함께 다시 한 번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았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상황은 좋지 않았다. 행사 당일 12시-2시까지 비올 확률이 40%, 2시부터 4시까지는 50%의 비 올 확률이었다. 미국 일기예보의 정확도로 미루어보면 이것은 거의 비가 온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를 어찌 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졌다.

부랴부랴 장로님 몇 분들과도 의논을 해 보았다. 그러나 그 분들이라고 해서 달리 뾰족한 방법이 있을 수 없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비가 올 것이 뻔한데 이대로 행사를 강행하기보다는 다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

그런데 왠지 마음 한 구석에 “그냥 가라. 내가 언제 너희 잔치 날에 비를 내리더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난 20여년 간 이 행사를 계속해 오면서 매년 날씨 걱정을 하지만 그래도 비가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이미 준비된 선발대들이 도착하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주관부서의 장로님과 함께 일단 기도하면서 행사를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되 중간중간 상황을 보고 대응하기로 했고 이윽고 장로님을 비롯한 선발대들이 출발을 했다.

예배를 드리면서도 한편으론 내심 날씨가 여간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예배 시간에 기도하시는 장로님들도 행사와 날씨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 주셨다. 다행히 2부 예배를 마치기까지는 비가 오지 않았다. 모든 교인이 다 공원으로 떠났고 이제부터 전적으로 날씨를 주관하시는 주님께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잔뜩 염려하며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비록 날씨는 잔뜩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고 묘하게도 찌푸린 가운데도 행사장의 하늘 위에는 순간적이나마 살짝 구름이 걷히고 푸른 하늘이 보이기까지 했다. 왠지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그래도 걱정이 싹 가신 것은 아니었다. 꾸물꾸물 날씨는 흐렸지만 다행히 점심 식사를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선 이런 저런 재미있는 게임들이 진행되었는데 유난히 재미있게 진행이 되었다. 하나 둘 게임이 진행되면서 함께 걱정하던 장로님 집사님들의 얼굴도 활짝 펴졌다.

결국 모든 행사가 끝날 때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는 집으로 오는 길에 야외행사 때마다 추위를 많이 탔던 아내는 이날은 어쩐 일인지 야외에 나와 있는데도 푸근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난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교회를 사랑하시고 성도의 삶을 인도하시는 주님 앞에 괜히 비바람과 추위를 염려했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좋은 하루를 마치고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하루 종일 날씨를 염려했던 탓일까? 자는데 후두둑 후두둑 세찬 빗소리가 들렸다. 그 빗소리를 듣는 순간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비몽사몽간 나는 “할렐루아! 아멘!” 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