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웹페이지를 바꾸지 않은 기업 등을 상대로 공익 지원 법률업체나 장애인 단체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고, 각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는 뉴스가 최근 화제가 됐다. 이는 '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안'의 파급성과 잠재적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사례라는 평가다.
동성애 단체나 동성애자들이, 교리나 개인적 신념에 의해 동성애를 반대하는 목회자들이나 교회·단체들을 대상으로 충분히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만으로는 그럴 염려가 없다며 법안 통과를 주장하던 이들도 할 말을 잃게 됐다.
이같은 차별금지법의 위험성을 줄기차게 알려온 곳은, 안용운 목사(부산온천교회), 길원평 교수(부산대) 등과 함께 차별금지법반대국민연대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는 이용희 교수(가천대)이다. 이 교수는 지난 2007년과 2010년 법무부의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 때도 가장 앞장서 이를 반대했고, 끝내 관철시켰다. 3년 주기로 계속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의 문제점에 대해 좀더 자세히 들어봤다.
-김한길·최원식 의원이 일단 법안 발의를 미룬다고 발표했다. 소감과 향후 과제는.
"세 차례나 입법이 시도됐지만 저지된 것에 대해서는 한국교회 기도의 열매라고 생각한다. 교회 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들도 앞장서 반대했다. 모든 일을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려드린다. 특히 이번에는 입법예고 후 10만명 이상의 의견이 국회 홈페이지 등에 올라왔는데, 99%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글이었다. 시민의식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그동안 나라를 지키려는 분들께서 생각만 하시고 참여하지 않으셨는데, 이번에 확실히 행동하시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됐다. 반대의견 서명도 30만명에 육박했는데, 1천만명까지 계속해나갈 것이다."
-법무부나 의원들이 진정 차별금지법 입법을 원한다면 논란이 되는 '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만 빼면 될텐데, 왜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세 차례나 이 항목을 포함시킨다고 보나.
"하나의 전략인 것 같다. 인종이나 남녀,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은 마땅히 금지돼야 한다. 그런데도 이 모두를 포기한 채 '성적지향'과 '성적 정체성'을 고집하는 것은 반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정치적 전략이 아닌가 생각한다. 차별금지법 입법 철회 후 나온 언론 기사만 봐도, '민주당과 보수 기독교의 싸움을 넘어 정부와의 싸움으로 만들어야 한다'더라. 보수 세력을 분열시키고 함몰시키려는 하나의 전략일 뿐이다."
-지난 2007년과 2010년에는 주로 시민단체에서 반대에 앞장섰는데, 이번에는 교계가 전면에 나섰다. 이에 대한 평가는.
"2007년에는 국지전이었다. 법무부 인권국만 상대하면 됐다. 그때는 우리조차 '성적 지향'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때였다. 그런데 2010년부터는 SBS TV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방영되면서 싸움이 광범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까지 동성결혼 반대에 반대하고 나섰고, 군 내 동성애 금지 항목에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니 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게 됐다.
여기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추진한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거부감이 더 커졌다. '동성애' 문제가 들어가 있으니 몇몇 교회가 앞장서게 되면서 기독교가 부각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는 차별금지 항목에 '주체사상'까지 들어가면서, 보수 언론이나 인사들도 반대운동에 나서게 돼 입법 시도가 좌절되는 데 힘이 됐다."
-그렇지만, '차별금지를 반대하는 기독교가 부끄럽다'는 기독교인들도 적지 않다.
"요한복음 8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이 돌을 맞아 죽도록 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으셨다. '다시는 죄를 범치 말라'고 하셨다. 성경에서 죄라고 하는 것을 죄가 아니라고 한다면, 기독교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여인을 긍휼히 여기듯 동성애자들을 사랑하고 섬겨야 하지만, 회복과 치유를 돕는 것도 성경적인 지침이다. '부끄럽다'는 것은 성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인정하는 마음이 부족한 게 아닐까. 개인의 삶 뿐 아니라 사회와 나라의 건강을 무너뜨리고, 다음 세대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라면 성경적 입장을 갖고 돌파해야 한다."
-'간음한 여인'을 말씀하셨는데, 동성애법 저지와 함께 동성애자들을 품으려는 사역은 어디까지 왔나.
"한국교회가 이 일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동성애 애니메이션이나 만들어서 동성애를 권장할 게 아니라, 치유 프로그램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지금부터 선진국 사례들을 수집하고 우리나라만의 사정도 연구해서 상담과 치유, 회복에 힘써야 한다. 그들을 위한 섬김 프로그램에 재정과 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성애를 막는 일이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단순히 동성애 확대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 자체가 섬겨야 할 우리의 이웃이 아닌가. 이렇게 동성애자들의 회복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선진국들에도 보급해야 한다.
교회에서 아직 이 일에 눈 뜨지 못했다면, 뜻 있는 크리스천들이 기부해서 펀드레이징을 통해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좋겠다. 교회와 사회, 국가와 전세계적으로 유익한 일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제 '치유 프로그램'을 내세울 수 없다. 단순 상담은 가능하지만, '동성애에서의 회복'을 위한 상담은 할 수 없게 됐다. '병'이라고 하는 순간 저촉된다. 치유와 상담을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안이 통과돼선 안 되는 것이다."
-프랑스와 뉴질랜드에서는 이미 '동성결혼'까지 합법화됐다. 13개 선진국들에서 동성애가 인정되고 있는데, 왜 유독 우리나라만 반대해야 하나.
"'거룩한 선진한국'을 위해서다. 동성애에 있어 선진국들이 다 몰락하고 무너져도, 한국이 예수 생명으로 충만하다면 동성애를 막을 수 있다. 알을 낳기 위해 강 상류까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모두 쓰러져도 우리는 끝까지 간다. 우리마저 무너진다면, 우리가 파송한 선교사들의 선교지는 또 어떻게 되겠나. 동성애법을 막아내는 세계적인 모델로 서서, 거룩한 대한민국을 꽃피워야 한다. 미국도 기우뚱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지만, 흔들리지 말고 바로 서서 미국과 유럽, 전세계를 비추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가 선진국이 돼도 동성애가 합법화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자.
우리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분들께 말씀드릴 게 있다. 동성결혼 합법화 9년째인 메사추세츠주 중·고등학교에서 동성간 성행위와 항문성교를 가르쳤다는 주장은 미국의 목사님께서 직접 겪고 말씀하신 내용이다. 그곳에서 5세 자녀의 동성애 교육을 반대한 아버지는 감옥에 잡혀갔다. 또 그곳 한 공립학교에서는 성경 속 '아담과 하와' 대신 '아담과 스티브', '하와와 제인'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뮤지컬을 만들었다. 동정녀 마리아는 레즈비언으로, 노아는 방주에서 동물들과 성행위하는 인물로, 동방박사는 에이즈 환자로 각각 묘사했다. 많은 기독 단체들이 반대했지만 강행했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 명예훼손으로 소송도 할 수 없다.
뉴질랜드에서 동성혼이 합법화될 당시, 목회자가 교리적 이유로 주례를 거절하거나 교회 장소 제공을 거절할 경우 처벌을 면제해 달라고 청원했지만 부결됐다. 이제 뉴질랜드에서는 무조건 동성혼을 원하는 이들이 목회자에게 주례를 요청하면 해 줘야 한다. 스웨덴에서는 지난 2003년 법이 통과됐는데, 그곳 기독교단체 회장이 입법시 교회 처벌을 우려하면서 반대하니 법무부 장관이 그럴 염려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다음해에 한 목사님이 동성애에 반대하는 설교를 하다 1개월간 구속됐다. 당시 그 회장이 '법무부 장관 말에 속지 말라'고 했는데, 그 말은 사실이었다. 재판부는 법무부 장관의 말이 아니라, 법으로 판결할 뿐이다."
-김재연 의원은 법안을 철회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차별금지법 입법 시도는 계속될 것 같은데, 향후 계획은 어떠한가.
"민주주의 사회는 결국 '표'더라. 국회의원들은 표에 따라 움직인다. 그들을 움직이는 건 유권자들이다. 학부모와 성도들이 유권자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광고비가 많이 들었지만, '동성애자 양심고백'을 퍼뜨리는 이유는, 한 번이라도 이를 읽는다면 누구라도 동성애에 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실제 사실을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제적인 상황은 좋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동성애 청정 선진국'으로 홀로서기를 하려면 국민들의 인식 속으로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도자들도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SNS를 통해서도 적극 정보를 나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