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의 대북선교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규모와 방법으로 진행되어 왔다. 북한 정권의 도발과 전쟁위협 속에서도 한국교회는 드러나지 않게 대북선교를 이어왔다.

한국 기독교의 대북선교는 크게 두 가지로 양분되어 왔다. 보수신학을 중심으로 한 대북선교단체들이 탈북자 망명과 북한 선교사 양육, 북한 내 성경반입과 ‘삐라’나 대북선교방송, 북한지하교회 구제를 실시한 것이 첫 번째다. 진보적 신학을 중심으로 한 대북지원단체가 북한과의 협조를 통한 구제 사업 및 기관 건립 사업을 진행한 것이 두 번째다.

두 가지 방법 모두 북한 내부로부터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사역으로, 북한 체제 유지 목적이 아닌, 북한 주민들의 생존 및 경제적 자립, 기독교 복음 전파를 위한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요즘 탈북자 3만 명 시대를 맞아 첫 번째 대북선교가 실효성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데 반해, 두 번째 대북선교 방법은 과연 선교 효과가 있는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는 북한에 병원과 학교, 공장 건립과 기술 이전 등 북한의 국가 기반을 세우는데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만으로도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과 해외의 기독교인들이 북한 동포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으로 지어준 병원이나 학교, 공장 등이 북한정권에 압류당한 일은 비일비재 했다. 또한 탈북자들에 의하면 밀가루, 라면, 분유, 설탕, 초코파이 등 공식적인 방법으로 지원하는 물품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대부분 북한 권력층이 착취하기 때문이다.

대북 구제품의 권력층 전용을 막기 위해 외화가 아닌 빵과 국수 같은 식품을 지원해 보지만, 식품 원료가 되는 밀가루는 북한 당국에 의해 임의로 사용되고 있으며, 공장에서 나온 빵 또한 뼈만 남은 어린이들이 아니라 중앙당 간부들의 탁아소 유치원인 평양 <김정숙 탁아소, 창광유치원> 등으로 배급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북한은 올해까지 11년 연속 기독교 박해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성경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노동교화소에 끌려가고,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북한에서 6.25전쟁 이후 순교한 기독교인 수가 3만 명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 교회의 대북지원이 오용될 수밖에 없는 요인은 ‘북한’이라는 독특한 체제 때문이다. 북한은 김일성 우상화를 무너뜨리는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다.

북한 체제의 목표는 민생이나 국민경제 발전이 아니라 공산 정권 유지를 위한 군사력 확보이기 때문에, 북한을 돕는 것은 1차적으로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 진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가 대북지원이나 북한 구제 사업을 포기해야 할까?

아니다. 한국으로 건너와 예수님을 영접한 한 탈북자는 “북한에 있는 내 가족들이 굶어죽고 있을 때, 한국의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절규했다. 물론 그 탈북자는 한국 교회의 대북 선교와 구제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한탄은 한국 교회의 대북 선교 및 구제의 필요성을 깨닫게 했다.

북한 주민들은 분명 한민족이며 우리의 동포다. 그리고 그곳에는 억압과 폭력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지키는 지하교회 성도들이 존재한다. 또 기아로 허덕이며 오늘도 배고파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다.

이제는 대북 구제 선교의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끌려 다니는 선교가 아니라 선교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급변하는 동북아 상황가운데 북한에 대한 세계 각국의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 늘 그랬듯이 북한은 이번 위기 상황에도 한국 교회와 해외 디아스포라 한인교회에 구호의 손을 내밀 것이다.

대북 선교에 있어 변화 없이 이전과 같은 방식이 반복된다면 북한은 전과 다름없이 선한 의도를 악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