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한파는 교회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 등으로 국민들의 씀씀이가 줄어든 가운데, 교회의 헌금 역시 예년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 것. 한 목회자는 “교회들이 대부분 재정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전반적 교세 감소와 불황 등이 겹치며 헌금이 상당히 줄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띔했다.

이 목회자의 말대로 헌금 내역을 공개하는 교회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최근 교회의 대사회적 신뢰도의 추락 속에서 ‘개혁’을 위해 주보나 홈페이지 등에 이를 공개하는 교회도 더러 생겨나고 있다.

경기도의 한 대형교회 역시 주보를 통해 매 주일 헌금 상황을 공개하고 있다. 이 교회가 공개한 헌금 내역에 따르면 올해 1월 27일 주일예배에서 걷은 헌금 총액은 약 2억6천만원에 달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29일 주일엔 약 2억9천만원이 걷혔던 것에 비하면, 1년 사이 헌금이 약 3천만원 가량 줄었다.

서울 시내 또 다른 중형교회에선 이런 현상이 더욱 뚜렷했다. 이 교회는 올해 2월 3일 주일예배를 통해 약 7천만원의 헌금을 모았는데, 1년 전인 지난해 2월 5일에는 약 1억원이었다. 약 3천만원 정도가 덜 걷힌 것으로, 1년 사이 무려 30% 가량의 헌금이 줄었다.

그런데 위 두 교회의 경우 특이했던 점은, 줄어든 헌금 중 상당액이 일명 ‘목적헌금’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주일헌금과 십일조는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교회 건물 매입과 특정 목적을 위한 특별헌금에서 변동의 폭이 컸다.

한 목회자는 “기독교 침체에 따른 교인수 감소로 전반적 헌금 액수가 줄어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건축 헌금 등 목적헌금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자영업자를 제외하면 경기가 나빠져도 회사의 급여는 적어지지 않아 십일조 등 고정헌금은 잘 줄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물가는 올라 교인들은 그 만큼 목적헌금을 덜 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헌금이 줄자 교회들도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선교비나 구제비 등은 일종의 ‘신앙적 저항감’으로 인해 잘 손 대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교회의 핵심 사역이기 때문이다. 담임목사의 사례비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부교역자들이 ‘긴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많은 교회들이 부교역자들의 사례비를 깎거나 그 숫자를 줄이고 있다.

한 부목사는 “교회의 수는 한정돼 있는 반면 목회자의 수는 갈수록 늘어나 교회 입장에선 부교역자 수급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그러니 부교역자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나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기업으로 치면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이 교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헌금의 감소는 ‘교회 파산’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한 교회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교회 건축을 진행했지만, 대출 이자와 건축 대금 지급에 시달리다 결국 건물을 경매에 넘기고 말았다. 이 교회 건물의 감정가는 80억원. 하지만 담보로 잡힌 빚과 가압류 금액은 100억원이 훌쩍 넘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2천년대 중반 부동산 경기가 절정에 이르면서 교회를 비롯한 많은 종교시설들이 증축 또는 신축됐지만 이후 이어진 불황 탓에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던 종교시설들이 다수 경매시장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 부동산 관련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08년 180건 정도에 불과하던 종교시설 경매 건수는 매년 증가해 지난 해 약 3백 건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교회다움’ 민걸 목사는 “기독교 쇠퇴에 따른 교인수 감소, 그리고 실직자의 증가는 자연스레 교회의 헌금액 감소로 이어진다. 이런 사회, 경제적 이유 외에 교회에 대한 교인들의 충성도가 약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 목사는 또 “사실 지금까지 상당수 교회들이 지나치게 믿음을 앞세워 밀어붙이기식으로 헌금을 사용해 온 경향이 없지 않았다”며 “특히 건물을 짓는 데 있어 낭비가 심했다. 평일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데도 저마다 건물을 지었고 또 크게 지었다. 앞으로는 헌금의 감소 추세 속에서 교회들도 점점 소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