贊: 영어로 예배드리면 새롭고 풍성하며, 성령도 체험할 수 있다
전도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해

反: 예배의 목적이 ‘하나님’에 있지 않고 ‘영어’에 있으므로 문제
전도를 위해 ‘영어’ 이용할 때는 지나갔다


외국인들이 많은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한 국제교회.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권 목회자가 영어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이 교회는 주한 외국인들을 위해 주일학교와 성경공부, 지역사회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루터교인’ 전도를 위해 교회를 세웠지만, 한국에 자리잡은 지도 벌써 50여년 이상 되다 보니 국제교회로서의 노하우도 쌓였다.

이곳 영어예배의 한국인 비율은 40% 정도. 교회는 한국인들이 찾아오는 것에 부정적이지 않다. 교회 한국인 관계자는 “외국에서 목사님이 오시기 때문에 영어예배 자체가 매우 풍성하다”며 “한국인들은 한국어를 평소 사용하지만, 영어로 이해했을 때 더 잘 이해되는 경우도 있고 한국어로만 듣다 보면 사고가 경직될 수 있어 영어예배를 드려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영어나 독일어 등 다른 언어로 의미를 생각해 보면 더 깊이 해석될 수 있다”며 “다른 언어로 드리는 예배를 통해 느끼는 점이 분명 있고, 다른 언어로도 분명 성령을 체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남스타일’ 열풍에서 보듯 서울 강남도 이제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 중 하나가 됐다. 이곳의 한 대형교회는 성인 대상 영어예배를 무려 3부로 나눠서 드린다. 참석자들 수도 1,200-1,300여명에 달하며, 절반 이상이 외국인들이다. 이곳의 영어예배는 철저히 외국인이나 교포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예배 후 소그룹 활동도 활발하다.

본 교회와 거의 별도 시스템으로 운영중인 이 교회 예배에 영어가 서투른 한국인들이 참석하면, 제대로 은혜를 받기 힘들다. 찬양도 영어로만 진행돼, 힐송이나 호산나 주최 찬양집회 실황을 듣는 기분이다. 들어서면 안내부터 영어로 하는 이 교회에서 한국어를 듣기란 쉽지 않다. 이 교회 외국인 공동체의 ‘비전’은 서울시내 모든 영어권 외국인들, 나아가 전 세계 영어 사용자들을 향해 있다.

국내 각 지방에도 원어민 교사 등의 수요로 인해 외국인들이 다수 포진해 있고, 지역의 대표적인 교회들은 이들을 위해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 등의 예배를 개설해 놓았다. 대전의 한 교회 영어예배 디렉터는 “외국인들은 직장이나 유학생, 교환학생 등으로 한국에 와서 예배를 드린다”며 “특히 이 지역에는 외국인 교수나 연구원들이 많아 그런 분들에 대한 필요를 파악하다 보니 영어예배가 시작된 것 같다”고 말한다.

▲카페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외국인들의 모습.

좀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거의 100% 외국인들로 구성된 강원도 원주의 ‘Chapel of Hope’에는 지금 목회자가 없다. 매주 30-40여명이 찾는 이 예배모임은 한 한국인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해외에서 거주하다 한국으로 왔고, 대형교회 영어예배에 출석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외국인 비율이 20% 정도였는데, 이들 중 마음 맞는 4-5명과 함께 이 ‘이곳에서는 순수한 마음으로 예배드리는 데 장애가 많다’고 토로해 함께 소모임을 갖게 됐다.

처음에는 목회자 자녀이면서 신학대 ‘청강’ 경력의 이 한국인이 설교를 맡다가, 최근에는 안정적인 신앙생활이 인정되는 몇몇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설교하고 있다. 매주일 저녁에 모이는 이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 교류를 나누고 있는데, 2-3년 한국에 거주할 목적으로 온 이들이다 보니 남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신앙이나 관계에 집중한다.

그는 “처음부터 목회자 없는 교회를 목표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 4년 이렇게 예배드리다 보니 목회자 없이도 괜찮지 않나 한다”며 “이런 말 하긴 조심스럽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목회자들에게 신앙생활을 많이 의존하는 것 같고, 이제 평신도들도 자발적이면서 유기적으로 교회 내에서 좀 더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북의 한 대형교회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연령별 영어예배를 드리고 있다. 성인예배의 경우 150여명이 참석 중인데, 절반 정도는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고 한다. 담당 교역자는 “‘영어설교 한번 들어보자’며 오시는 분들도 꽤 있는데, 막상 들어보고 쉽지 않아서 왔다갔다 하신다”며 “한 달에 한두 명 정도는 불신자들이 찾아오기도 한다”고 했다.

이 교역자는 “한국인들이 영어에 있어 가장 약한 부분이 말하기·듣기인데, 프로그램에 고정적으로 참석하다 보면 영어회화와 영어 발표력이 확실히 진보한다”며 “다른 이유로는 성경을 영어로 읽으면 새롭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이 참석하신다”고 덧붙였다. 이 교회에서는 영어예배 후 신학과 영어를 전공한 교수가 인도하는 ‘바이블 스터디’와 소그룹별 영어토론도 갖고 있다.

특히 반기별로 예배 시간에 콘테스트를 실시해 발표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성경 내용이나 자신의 감정에 대한 소개 등을 주제로 7분간 스피치를 실시하는 것. 그는 “재미있게 해야 계속 나오시니까, 워크샵도 하고 가끔씩 캠프도 연다”며 “애로사항은 원어민들이 스탭으로 세워질 만하면 체류 기간이 끝나 떠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인데, 원어민들이 적으면 외국인들이 정착하기도 힘들 뿐더러 한국인들도 자연스러운 교제를 통한 영어실력 향상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 사역자는 “우리 교회의 영어예배 목표는 영어를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예배이므로, 그게 외국인이든 국내에서 영어로 예배드리기 원하는 사람이든 목적과 본질에 있어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도를 위해 적극적으로 영어예배를 드리는 곳도 있지만, 생각이 다른 교회도 있다. 서울 강북 지역 또다른 중형교회는 ‘뉴질랜드 교회’에 장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영어예배를 대신하고 있다. 뉴질랜드 교회는 매 주일 오후 4시에 이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 중형교회 목회자는 영어 설교도 가능하지만, 영어로 예배를 드리고 싶은 성도들이 있으면 그 예배에 참석할 것을 권유한다.

이 목회자는 “영어예배는 어떤 의미에서 ‘예배’보다는 영어를 통해 관심있는 이들을 교회로 인도하는 방편이거나, ‘우리 교회에도 영어예배가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하는 경우가 있다고 본다”며 “물론 영어예배를 드리면 유익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 물으면 결국 일종의 전도 프로그램이지, 우선순위가 예배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실제로 한 교회에서 각 언어별 예배를 개설하기보다, 인종별 커뮤니티에 교회 장소를 빌려주는 경우가 많다”며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라면 예배 후 영어 성경공부를 하거나 다른 방식을 취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그는 “필요가 있을 때 교회를 빌려주면 되지, 영어로 ‘전도’한다는 건 어떤 면에서 ‘옛날 생각’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우리나라도 다문화 쪽으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을 위한 예배가 생겨나는 건 필요하지만, 여태까지 한국교회 속 영어예배는 그런 성격은 아니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20여년간 선교지를 오가며 사역하고 있는 부천의 한 목회자도 “대학생들을 선교사로 양성하기 위해 훈련을 하는 등 특별한 목적으로 영어예배를 드릴 수는 있겠지만, 일부러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저도 청중들 중 외국인들이 많고 통역을 하면 더 산만할 경우 한국에서도 영어로 설교할 때가 있지만 그 외에는 한국어로 설교한다”고 말했다.

이 목회자는 “영어 성경이 한글보다 뜻이 분명하게 들어온다는 말도 성도들이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하게 알아들을까 하는 고민이라면 일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영어에 대한 편향성을 갖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이는 영어 실력을 자랑하려는 것으로, 그 사람의 영성을 신뢰하긴 어렵다”고 했다.

20여년 전 공산권 선교 당시 영어 열풍이 있을 때 현지에서 영어설교를 한 경험이 있다는 그는 “기독교를 모르는 그들에게 영어가 좀더 권위를 부여하고 관심을 끌었지만, 지금은 그게 특별하지도 않고 영어 잘 하는 사람도 많다”며 “전도를 ‘성령’으로 해야지, 영어로 해서야…” 라고 했다.

예배학을 전공한 인천지역 한 목사는 ‘영어예배’에 대해 “한국에서는 사실 순수한 신앙적 동기보다는 ‘선교학적 관점’에서 영어예배를 드리고 있다”며 “젊은이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또는 시대 흐름에 맞추기 위해 할 수는 있겠지만, ‘진정한 예배’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어에 관심이 있어서 드리는 영어예배는 예배학적 관점으로는 옳지 않고, 영어권 성도들을 위한 영어예배여야 한다는 것.

이 교회에서도 교육적으로 다소 소외된 지역 특성 때문에 교회학교 학생들을 위한 영어예배를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는 “목적 자체는 예배가 아니었기 때문에 교회학교 예배 후 2부 순서처럼 영어예배를 드렸는데, 이러한 형태는 신학적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학대학 종교사회학 전공의 한 교수는 “우리 사회가 굉장히 영어를 강조하고 그런 쪽으로 경도돼 있는데, 영어예배는 이러한 사회적 조류를 따라가는 형태”라며 “복음을 전하는 데 있어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켜 주면서 하는 건 좋지만, 지나치게 시류에 영합하려는 모습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복음’이 주가 돼야 하는데, ‘영어’라는 포장이 더 확대 강조될 경우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 초창기 선교 때는 기독교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던 상태라 복음의 확산을 위해 이런 방식이 필요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런 역할은 사회에 맡겨두고, 교회는 이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그는 “교육적으로 소외된 지역에서 교회가 공부방 수준으로 영어공부를 도와주는 건 좋지만, 영어로 사람을 모으는 건 글쎄…” 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