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충돌> 등을 펴내며 WCC 부산총회 철회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최덕성 기독교사상연구원장(전 고신대 교수)은 최근 한기총과 NCCK, WEA준비위와 WCC준비위 등 4개 기관이 체결한 ‘공동선언문’ 내용과 이후 NCCK의 반응을 놓고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이 민낯-정직성 결여 또는 기만성-을 드러냈다”고 일갈했다.
최 원장은 일단 공동선언문 내용에 대해서는 “한국교회의 복음적 신앙을 담은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화합을 보여줄 목적으로 작성된 선언문의 핵심은 부산총회 지지이지만, 실제로는 WCC 신학 기조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라며 “선언문에 대한 에큐메니칼 단체들의 엇갈리고 격앙된 반응은 기독교와 WCC 사이의 신학충돌, 상이한 패러다임의 실체를 생생하게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공동선언, 역설적으로 WCC 실체와 그 독성 드러냈다
다원주의 반대하면서 WCC 총회는 환영하는 이율배반
최덕성 원장은 선언문 내용을 한 마디로 ‘한국교회의 신앙 확언(確言)’이라고 했다. 한국교회 신앙은 전체적으로 복음적이며, WCC에 가맹한 교단들조차 그러하다는 것. 그는 “이 공동선언문 내용 자체는 WCC가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종교혼합주의를 지향하며, 용공주의 활동과 무관하지 않고, 개종전도 금지주의를 실천하며,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고, 성경이 하나님의 특별계시이자 무오하다고 믿지 않는 ‘성경 불신주의’ 단체임을 사실상 인정한다는 뜻”이라며 “WCC 관련자들이 부정하고 싶어하는 불편한 진실들을 사실상 시인하는 이 공동선언문은 복음적 한국교회 신앙과 WCC의 하나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한국교회가 WCC의 실체와 독성을 다소나마 인지하고 경계하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선언문 내용은 또한 ‘이율배반적’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선언문의 궁극적 목적은 WCC 부산총회의 ‘성공적 개최’로, WCC의 중심사상인 종교다원주의나 혼합주의·용공주의·동성애 옹호·개종전도 금지·성경불신 등을 확산시키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정작 선언문 내용은 이를 반대하고 있으니 상충된다는 말이다.
최 원장은 “WCC 부산총회 계획 발표 이래 진보측 인사들은 WCC에 대한 보수측의 ‘오해’를 풀고자 ‘해명’에 열성을 보여왔지만, 공동선언문은 이것이 오해가 아니라 진실임을 반증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구차하게 공동선언문까지 발표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또 “공동선언문은 교계 일각에서 WCC에 대한 이의제기가 신학이 아닌 정치적 동기라는 주장마저 그릇됨을 말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WCC준비위가 보수 교회측의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 부산총회를 한국교회 전체가 환영하고 화합하는 행사로 삼으려는 것에 대해서는 “정직성 결여 또는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공동선언문으로 WCC 반대자들의 항의와 불만, 투쟁정신을 교묘하게 무마하고 무력화시키려 했다는 의견이다. 최 원장은 “진보와 보수가 근본적으로 하나임을 보여주려는 것은 속임수이자 사실호도이고, 진실은폐 행위”라며 “부산총회를 진보-보수 모두 환영하는 행사로 치르려는 의도에는 진실성이 결여돼 있다”고 밝혔다.
공동선언문을 놓고 보수와 진보에서는 서로 다른 이유였지만 일치된 거부 반응을 보였는데, 이에 대해서도 “한국교회는 ‘하나’가 아니고, 화합과도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했다. “화합이 진리와 신앙고백보다 더 중요한가?”라고 질문한 최 원장은 “서로 분명히 다른데도 다르지 않은 것처럼, 겉모습으로만 화평한 것처럼 꾸미는 행위를 기만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진보와 보수는 패러다임이 다르고, 결코 화합하거나 하나될 수 없음은 신학도의 상식”이라며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운동을 주도하는 인사들이 가진 공통된 특징은 진정한 하나됨의 기초인 ‘신앙고백적 일치’보다 ‘화합’만을 앞세운다는 사실”이라고도 했다.
최덕성 원장은 “WCC 신학은 한국교회의 신앙성격과 의지와 무관하게 돌아갈 뿐더러, 선언문에 WCC 신학의 복음적 회귀를 촉구하는 내용도 없다”며 “이번 공동선언문은 WCC의 신학 선언도, 한국 에큐메니칼 기구들의 신학적 합의를 도출한 문서도 아니다”고 규정했다. WCC가 한국교회 지도자 몇 사람이 서명한 공동선언문 때문에 자신의 신학을 바꾸리라는 기대는 상식에 어긋나고, WCC가 자신의 존재의의와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신학개조를 시도할 까닭도 없다는 것. 그는 “WCC가 반기독교 사상들과 반 세기 동안의 역사적 과오를 구체적으로 시인하고 만국 교회 앞에 사과하며, 공동선언문과 배치되는 사상들을 담은 기존 문서들을 ‘쓰레기’라 선언하겠는가?”라고 물었다.
딜레마 빠진 NCCK… ‘보수-진보 화합’ 대의명분 덫에 걸려
공동선언문 거부반응 상식적이나, 정작 거부하면 또다른 덫
NCCK에 대해서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배태진 총무(기장)가 WCC준비위 조직 과정에서의 잡음에 대해 “핵심은 진보냐 보수냐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듯, NCCK에서 공동선언문과 관련해 의견수렴 절차 부족을 문제삼고 있지만 실제 문제는 신학적 내용에 있다는 것. 그는 “부산총회를 가맹교회들끼리 행사로 치르려 했으면 덫에 걸릴 까닭이 없었지만,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자’는 정직하지 않은 대의명분의 덫에 걸려버렸다”고 분석했다.
최 원장은 WCC준비위가 보인 ‘정직성 결여’ 모습을 배태진 총무의 발언을 참고해 5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WCC준비위 인사들의 신앙이 에큐메니칼 정신과 신학에 충실하지 않고 복음적 노선에 서 있는데도, 이와 상반되는 WCC준비위를 이끌었다. 둘째, 아우를 수 없는 보수와 진보를 정치적으로 묶으려다 기독교와 WCC의 패러다임 차이와 신학충돌을 무시했다. 셋째, 복음주의 노선에 서 있으면서도 다원주의·포용주의·신앙무차별주의를 지향하려다 복음주의자들과 충돌했다. 넷째, WCC 에큐메니칼 정신과 신학을 깊이 이해하는 자들은 주변에 두고 복음주의자들을 중앙에 배치해 주객이 전도됐다. 다섯째, 한국교회 전체가 환영하지 않는데도 전체가 환영하는 과시적 행사로 준비했다.
최 원장은 “이상 다섯 가지 때문에 WCC준비위와 NCCK가 자중지란의 상황에 빠졌다”며 “에반젤리칼하면서도 에큐메니칼하고, 에큐메니칼하면서도 에반젤리칼한 양시쌍비적 태도와 발상에서 올무에 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공동선언문에 대한 NCCK의 거부반응은 합리적이고, 상식에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NCCK가 공동선언문을 거부하는 ‘정면돌파’를 선택한다 해도 또다른 덫에 걸릴 수 있다. 최 원장은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았고 WCC 신학과 상반된다는 구실로 공동선언문이 빚어낸 책임을 총무 개인에게 돌릴 수 있으나, 그렇게 하면 또다른 덫에 걸릴 수 있다”며 “김영주 총무는 NCCK 실질적 수장이자 대표자인데, 수장이 서명한 문서는 이미 공표됐고 널리 알려져버렸기 때문에 이 내용을 그 단체와 더 이상 무관하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더구나 김 총무가 강제적 억압 아래 서명한 것도 아니라는 것.
최 원장은 “대표자가 작성하고 서명해 공표된 공동선언문을 없었던 것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에, NCCK 지도부가 (실행위에서)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던 것”이라며 “NCCK는 자신이 한국교회의 복음적 신앙과 대립됨을 널릴 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기독교 신학과 충돌하는 WCC의 신학 패러다임이 노출될수록, WCC의 반기독교적·비성경적 정체가 밝혀질수록 한국 기독교인들은 WCC와 NCCK에 등을 돌리게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그는 “NCCK의 역사가 드러날수록 지지자들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며 “NCCK 초대 총무의 적극적 친일 행각만 들춰봐도 떳떳하지 않은 뿌리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예수를 ‘유일한 구주’로 믿는다는 것이 참회해야 할 일인가
개종전도금지, 필리핀·남미·구소련권 전도하지 않겠다는 것
특히 에큐메니칼 진영이 집중 문제제기한 ‘개종전도 금지주의 반대’에 대해 최덕성 원장은 “제가 고안한 신조어로, 본래는 ‘개종주의(Proselytism)를 중지하는 선교 유예(Mission Moratorium)를 의미한다”며 개신교가 정교회 또는 로마가톨릭이 선점한 지역에서 이신칭의 교리 중심의 구원론으로 전도하거나 복음을 받아들인 자들을 모아 교회를 세우지 않고, 다만 지역 기존 교회와 협력 하에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활동만 하겠다는 WCC의 합의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결국 필리핀과 남미, 구소련권에서 구원론과 기독론, 이신칭의 중심의 개종을 목표로 복음전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부산총회에서도 이것이 포함된 새로운 선교-전도 선언서(Together toward Life)’가 발표된다. 그러나 이번 공동선언문은 로마가톨릭 및 정교회권을 한국교회의 선교 대상으로 삼겠다는 내용이다.
최 원장은 “배태진 총무는 ‘공동선언문은 WCC의 근간을 무너뜨린다’며 WCC준비위 관련 모든 위원직과 NCCK 실행위원직도 사퇴하겠다고 했는데, WCC와 NCCK의 근간이 무엇인가”라며 “개종전도주의 뿐 아니라 이번 선언문에 포함되지 않은 로마가톨릭주의, 가시적 교회일치주의, 신앙고백 형식주의 등으로, WCC와 NCCK의 근간은 역사적 기독교의 근간과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영주 총무는 자신의 ‘잘못’을 탓하면서 울먹이고 참회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며 “공동선언문이 예수를 유일한 구주로 믿고, 종교다원주의와 혼합주의, 용공주의를 반대하며, 동성애 용인 태도를 거부하고, 개종전도금지를 반대하며, 성경이 무오함을 선언한 것 때문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렇다면 NCCK와 WCC가 믿고 고백하는 바는 무엇인지, WCC가 역사적 기독교에서 이탈한 집단은 아닌지 알고 싶다”며 “어느 네티즌은 이를 놓고 ‘이러한 단체에 혈세 20억을 써야 하는가’를 질문했고, 그리스도 구원의 유일성 신앙 때문에 바친 한국교회의 헌금 30억여원도 WCC 행사에 아무 조건 없이 투입된다”고 분개했다.
또 김영주 총무를 향해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실행위원회에서 울먹이고 참회할 기회를 달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WCC와 NCCK가 다름 아니라 성경이 언급하는 바로 그 ‘사단의 회’라고 소리지르면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야 하지 않는가”라며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고 참회해야 할 자들 앞에서 울먹이고 참회할 기회를 달라고 하는, 이 뒤집어지고 거꾸로 된 신앙고백 행위의 모습이 한국교회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풍경이자, 엄연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WCC준비위, ‘오해와 우려’ 불식하려다 ‘자충수’
WCC 부산총회, 가맹교단끼리의 행사로 치러야
최덕성 교수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왜 WCC한국준비위가 부산총회를 한국교회 전체가 환영하는 행사로 치르려 하는지 묻고 싶다”며 “공동선언문의 배후에는 WCC의 진실을 호도할 목적이 있었지만, 그들이 복음주의자들을 향해 쏜 화살은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되돌아와 거친 풍랑을 일으켰고 결국 ‘자충수를 뒀다’”고 정리했다.
최 교수는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권에서 일어난 오늘 사태의 근본 원인은 기만성이고, 정직성이 결여된 정치적 행보는 결국 WCC가 한국교회의 신앙과 충돌해 강한 독성을 갖고 있음을 알리는 촉매제가 되고 말았다”며 “WCC준비위가 애초부터 정직성 원칙에 따라 가맹교회들끼리의 행사로 준비했다면 보수 교회들이 극구 반대하거나 철회촉구를 외칠 까닭도 없었고, WCC가 교회의 생명력을 앗아갈 독성을 지닌 단체가 아니라면 WCC준비위와 NCCK가 보수 교회들을 그토록 의식하거나 눈치볼 까닭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호 신뢰의 기초는 예측 가능성과 정직성으로,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과 WCC 부산총회 관계자들의 의무는 WCC 신학을 정직하게 소개하는 일”이라며 “공동선언문 올무에 걸린 NCCK 지도층의 초상집 분위기는 한국교회로 하여금 WCC 신학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갈망하게 하고, WCC의 실체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WCC와 NCCK는 (이번 공동선언문 사태로) 타종교들과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지만, 복음주의 신앙과 개혁주의 정통 신앙과는 대화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 그 근본 구조의 차이를 노출시켰다”고 했다. <신학충돌 Ⅱ> 집필을 끝내고 인쇄를 앞두고 있던 최 원장은 공동선언문 발표 이후 관련 내용들에 대한 추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 원장은 일단 공동선언문 내용에 대해서는 “한국교회의 복음적 신앙을 담은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화합을 보여줄 목적으로 작성된 선언문의 핵심은 부산총회 지지이지만, 실제로는 WCC 신학 기조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라며 “선언문에 대한 에큐메니칼 단체들의 엇갈리고 격앙된 반응은 기독교와 WCC 사이의 신학충돌, 상이한 패러다임의 실체를 생생하게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공동선언, 역설적으로 WCC 실체와 그 독성 드러냈다
다원주의 반대하면서 WCC 총회는 환영하는 이율배반
최덕성 원장은 선언문 내용을 한 마디로 ‘한국교회의 신앙 확언(確言)’이라고 했다. 한국교회 신앙은 전체적으로 복음적이며, WCC에 가맹한 교단들조차 그러하다는 것. 그는 “이 공동선언문 내용 자체는 WCC가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종교혼합주의를 지향하며, 용공주의 활동과 무관하지 않고, 개종전도 금지주의를 실천하며,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고, 성경이 하나님의 특별계시이자 무오하다고 믿지 않는 ‘성경 불신주의’ 단체임을 사실상 인정한다는 뜻”이라며 “WCC 관련자들이 부정하고 싶어하는 불편한 진실들을 사실상 시인하는 이 공동선언문은 복음적 한국교회 신앙과 WCC의 하나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한국교회가 WCC의 실체와 독성을 다소나마 인지하고 경계하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선언문 내용은 또한 ‘이율배반적’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선언문의 궁극적 목적은 WCC 부산총회의 ‘성공적 개최’로, WCC의 중심사상인 종교다원주의나 혼합주의·용공주의·동성애 옹호·개종전도 금지·성경불신 등을 확산시키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정작 선언문 내용은 이를 반대하고 있으니 상충된다는 말이다.
최 원장은 “WCC 부산총회 계획 발표 이래 진보측 인사들은 WCC에 대한 보수측의 ‘오해’를 풀고자 ‘해명’에 열성을 보여왔지만, 공동선언문은 이것이 오해가 아니라 진실임을 반증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구차하게 공동선언문까지 발표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또 “공동선언문은 교계 일각에서 WCC에 대한 이의제기가 신학이 아닌 정치적 동기라는 주장마저 그릇됨을 말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WCC준비위가 보수 교회측의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 부산총회를 한국교회 전체가 환영하고 화합하는 행사로 삼으려는 것에 대해서는 “정직성 결여 또는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공동선언문으로 WCC 반대자들의 항의와 불만, 투쟁정신을 교묘하게 무마하고 무력화시키려 했다는 의견이다. 최 원장은 “진보와 보수가 근본적으로 하나임을 보여주려는 것은 속임수이자 사실호도이고, 진실은폐 행위”라며 “부산총회를 진보-보수 모두 환영하는 행사로 치르려는 의도에는 진실성이 결여돼 있다”고 밝혔다.
공동선언문을 놓고 보수와 진보에서는 서로 다른 이유였지만 일치된 거부 반응을 보였는데, 이에 대해서도 “한국교회는 ‘하나’가 아니고, 화합과도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했다. “화합이 진리와 신앙고백보다 더 중요한가?”라고 질문한 최 원장은 “서로 분명히 다른데도 다르지 않은 것처럼, 겉모습으로만 화평한 것처럼 꾸미는 행위를 기만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진보와 보수는 패러다임이 다르고, 결코 화합하거나 하나될 수 없음은 신학도의 상식”이라며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운동을 주도하는 인사들이 가진 공통된 특징은 진정한 하나됨의 기초인 ‘신앙고백적 일치’보다 ‘화합’만을 앞세운다는 사실”이라고도 했다.
최덕성 원장은 “WCC 신학은 한국교회의 신앙성격과 의지와 무관하게 돌아갈 뿐더러, 선언문에 WCC 신학의 복음적 회귀를 촉구하는 내용도 없다”며 “이번 공동선언문은 WCC의 신학 선언도, 한국 에큐메니칼 기구들의 신학적 합의를 도출한 문서도 아니다”고 규정했다. WCC가 한국교회 지도자 몇 사람이 서명한 공동선언문 때문에 자신의 신학을 바꾸리라는 기대는 상식에 어긋나고, WCC가 자신의 존재의의와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신학개조를 시도할 까닭도 없다는 것. 그는 “WCC가 반기독교 사상들과 반 세기 동안의 역사적 과오를 구체적으로 시인하고 만국 교회 앞에 사과하며, 공동선언문과 배치되는 사상들을 담은 기존 문서들을 ‘쓰레기’라 선언하겠는가?”라고 물었다.
딜레마 빠진 NCCK… ‘보수-진보 화합’ 대의명분 덫에 걸려
공동선언문 거부반응 상식적이나, 정작 거부하면 또다른 덫
NCCK에 대해서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배태진 총무(기장)가 WCC준비위 조직 과정에서의 잡음에 대해 “핵심은 진보냐 보수냐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듯, NCCK에서 공동선언문과 관련해 의견수렴 절차 부족을 문제삼고 있지만 실제 문제는 신학적 내용에 있다는 것. 그는 “부산총회를 가맹교회들끼리 행사로 치르려 했으면 덫에 걸릴 까닭이 없었지만,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자’는 정직하지 않은 대의명분의 덫에 걸려버렸다”고 분석했다.
최 원장은 WCC준비위가 보인 ‘정직성 결여’ 모습을 배태진 총무의 발언을 참고해 5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WCC준비위 인사들의 신앙이 에큐메니칼 정신과 신학에 충실하지 않고 복음적 노선에 서 있는데도, 이와 상반되는 WCC준비위를 이끌었다. 둘째, 아우를 수 없는 보수와 진보를 정치적으로 묶으려다 기독교와 WCC의 패러다임 차이와 신학충돌을 무시했다. 셋째, 복음주의 노선에 서 있으면서도 다원주의·포용주의·신앙무차별주의를 지향하려다 복음주의자들과 충돌했다. 넷째, WCC 에큐메니칼 정신과 신학을 깊이 이해하는 자들은 주변에 두고 복음주의자들을 중앙에 배치해 주객이 전도됐다. 다섯째, 한국교회 전체가 환영하지 않는데도 전체가 환영하는 과시적 행사로 준비했다.
최 원장은 “이상 다섯 가지 때문에 WCC준비위와 NCCK가 자중지란의 상황에 빠졌다”며 “에반젤리칼하면서도 에큐메니칼하고, 에큐메니칼하면서도 에반젤리칼한 양시쌍비적 태도와 발상에서 올무에 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공동선언문에 대한 NCCK의 거부반응은 합리적이고, 상식에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NCCK가 공동선언문을 거부하는 ‘정면돌파’를 선택한다 해도 또다른 덫에 걸릴 수 있다. 최 원장은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았고 WCC 신학과 상반된다는 구실로 공동선언문이 빚어낸 책임을 총무 개인에게 돌릴 수 있으나, 그렇게 하면 또다른 덫에 걸릴 수 있다”며 “김영주 총무는 NCCK 실질적 수장이자 대표자인데, 수장이 서명한 문서는 이미 공표됐고 널리 알려져버렸기 때문에 이 내용을 그 단체와 더 이상 무관하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더구나 김 총무가 강제적 억압 아래 서명한 것도 아니라는 것.
최 원장은 “대표자가 작성하고 서명해 공표된 공동선언문을 없었던 것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에, NCCK 지도부가 (실행위에서)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던 것”이라며 “NCCK는 자신이 한국교회의 복음적 신앙과 대립됨을 널릴 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기독교 신학과 충돌하는 WCC의 신학 패러다임이 노출될수록, WCC의 반기독교적·비성경적 정체가 밝혀질수록 한국 기독교인들은 WCC와 NCCK에 등을 돌리게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그는 “NCCK의 역사가 드러날수록 지지자들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며 “NCCK 초대 총무의 적극적 친일 행각만 들춰봐도 떳떳하지 않은 뿌리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예수를 ‘유일한 구주’로 믿는다는 것이 참회해야 할 일인가
개종전도금지, 필리핀·남미·구소련권 전도하지 않겠다는 것
특히 에큐메니칼 진영이 집중 문제제기한 ‘개종전도 금지주의 반대’에 대해 최덕성 원장은 “제가 고안한 신조어로, 본래는 ‘개종주의(Proselytism)를 중지하는 선교 유예(Mission Moratorium)를 의미한다”며 개신교가 정교회 또는 로마가톨릭이 선점한 지역에서 이신칭의 교리 중심의 구원론으로 전도하거나 복음을 받아들인 자들을 모아 교회를 세우지 않고, 다만 지역 기존 교회와 협력 하에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활동만 하겠다는 WCC의 합의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결국 필리핀과 남미, 구소련권에서 구원론과 기독론, 이신칭의 중심의 개종을 목표로 복음전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부산총회에서도 이것이 포함된 새로운 선교-전도 선언서(Together toward Life)’가 발표된다. 그러나 이번 공동선언문은 로마가톨릭 및 정교회권을 한국교회의 선교 대상으로 삼겠다는 내용이다.
최 원장은 “배태진 총무는 ‘공동선언문은 WCC의 근간을 무너뜨린다’며 WCC준비위 관련 모든 위원직과 NCCK 실행위원직도 사퇴하겠다고 했는데, WCC와 NCCK의 근간이 무엇인가”라며 “개종전도주의 뿐 아니라 이번 선언문에 포함되지 않은 로마가톨릭주의, 가시적 교회일치주의, 신앙고백 형식주의 등으로, WCC와 NCCK의 근간은 역사적 기독교의 근간과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영주 총무는 자신의 ‘잘못’을 탓하면서 울먹이고 참회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며 “공동선언문이 예수를 유일한 구주로 믿고, 종교다원주의와 혼합주의, 용공주의를 반대하며, 동성애 용인 태도를 거부하고, 개종전도금지를 반대하며, 성경이 무오함을 선언한 것 때문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렇다면 NCCK와 WCC가 믿고 고백하는 바는 무엇인지, WCC가 역사적 기독교에서 이탈한 집단은 아닌지 알고 싶다”며 “어느 네티즌은 이를 놓고 ‘이러한 단체에 혈세 20억을 써야 하는가’를 질문했고, 그리스도 구원의 유일성 신앙 때문에 바친 한국교회의 헌금 30억여원도 WCC 행사에 아무 조건 없이 투입된다”고 분개했다.
또 김영주 총무를 향해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실행위원회에서 울먹이고 참회할 기회를 달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WCC와 NCCK가 다름 아니라 성경이 언급하는 바로 그 ‘사단의 회’라고 소리지르면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야 하지 않는가”라며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고 참회해야 할 자들 앞에서 울먹이고 참회할 기회를 달라고 하는, 이 뒤집어지고 거꾸로 된 신앙고백 행위의 모습이 한국교회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풍경이자, 엄연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WCC준비위, ‘오해와 우려’ 불식하려다 ‘자충수’
WCC 부산총회, 가맹교단끼리의 행사로 치러야
최덕성 교수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왜 WCC한국준비위가 부산총회를 한국교회 전체가 환영하는 행사로 치르려 하는지 묻고 싶다”며 “공동선언문의 배후에는 WCC의 진실을 호도할 목적이 있었지만, 그들이 복음주의자들을 향해 쏜 화살은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되돌아와 거친 풍랑을 일으켰고 결국 ‘자충수를 뒀다’”고 정리했다.
최 교수는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권에서 일어난 오늘 사태의 근본 원인은 기만성이고, 정직성이 결여된 정치적 행보는 결국 WCC가 한국교회의 신앙과 충돌해 강한 독성을 갖고 있음을 알리는 촉매제가 되고 말았다”며 “WCC준비위가 애초부터 정직성 원칙에 따라 가맹교회들끼리의 행사로 준비했다면 보수 교회들이 극구 반대하거나 철회촉구를 외칠 까닭도 없었고, WCC가 교회의 생명력을 앗아갈 독성을 지닌 단체가 아니라면 WCC준비위와 NCCK가 보수 교회들을 그토록 의식하거나 눈치볼 까닭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호 신뢰의 기초는 예측 가능성과 정직성으로,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과 WCC 부산총회 관계자들의 의무는 WCC 신학을 정직하게 소개하는 일”이라며 “공동선언문 올무에 걸린 NCCK 지도층의 초상집 분위기는 한국교회로 하여금 WCC 신학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갈망하게 하고, WCC의 실체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WCC와 NCCK는 (이번 공동선언문 사태로) 타종교들과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지만, 복음주의 신앙과 개혁주의 정통 신앙과는 대화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 그 근본 구조의 차이를 노출시켰다”고 했다. <신학충돌 Ⅱ> 집필을 끝내고 인쇄를 앞두고 있던 최 원장은 공동선언문 발표 이후 관련 내용들에 대한 추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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