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이·취임식 축도자로 내정됐던 루이 기글리오 목사가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기글리오 목사는 과거 자신의 동성애 관련 설교가 논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이취임식위원회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동성애에 대해 긍정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이 축도를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애디 화이즈넌트(Addie Whisenant) 대변인은 “우리는 기글리오 목사를 선택할 당시, 그의 과거 발언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의 과거 발언들은 나라의 번영과 포괄성(다양성)을 축복하기 위한 우리의 바람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화이즈넌트 대변인은 “우리는 현대판 노예제인 인신매매 근절 활동을 벌이고 있는 기글리오 목사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해 그에게 축도를 요청한 바 있다. 현재 우리는 축도를 맡을 다른 사람을 찾고 있으며, 그 신념이 모든 미국인들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행정부의 비전을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같은 논쟁은 지난 9일, 진보적인 성향의 블로그인 ‘씽크 프로그레스’(Think Progress)에 루이 기글리오 목사가 지난 1990년 중반, 많은 동성애자들 공동체의 공격적인 아젠다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확고하면서도 애정어린 응답을 해야하는지 설명한 설교가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이 글이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오자, 기글리오 목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통해 축도를 거절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애틀란타 로스웰의 패션교회 예배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 기독교 여성은 “기글리오 목사님이 거절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실망스럽다”며 “나는 기글리오 목사님이 좋은 분이고, 현대판 노예제도 철폐를 위한 사역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 믿는다. 나는 기글리오 목사님과 같은 분이 미국을 위한 축도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동성애가 죄라고 생각하는 그분의 신념 때문에, 축도의 자격을 잃게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즉, 동성애에 대해 목사님과 같이 느끼면서 우리가 모든 이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수백만 명의 기독교인들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기글리오 목사의 편지는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왔다.

미국의 동성애를 지지하는 공화당원들의 모임인 ‘로그 캐빈 리퍼블리컨스’(Log Cabin Republicans)의 자유교육포럼(Liberty Education Forum)을 맡고 있는 그레고리 T. 안젤로(Gregory T. Angelo)는 크리스천포스트(The Christian Post)에 보낸 메일에서 “기글리오 목사는 그의 인도주의적인 사역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가 축도를 맡지 않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고 그의 겸손의 표현이다. 향후 우리는 동성애 수용과 하나님의 모든 자녀들을 사랑하는 이슈에 대해 기글리오 목사와 공개적인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바마 이·취임식 위원회는 동성애자로 알려진 시인 리차드 블랑코(Richard Blanco)에게 동성애 이슈와 관련한 그의 시를 낭독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기글리오 목사의 대체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