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국 전역에서 이른바 ‘크리스마스 전쟁’(War on Christmas)이 한창이다.

전투 하나.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펠리세이드 공원이 있다. 이 공원에는 지난 59년동안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기 예수의 탄생 장면을 묘사한 조형물(Nativity)들이 전시되어 왔다.

하지만 지난해 한 무신론자가 공공장소에서 기독교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전시되는 것은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며 시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그 무신론자는 다른 무신론자들을 규합해 그 공원에 자신들의 전시물을 설치하겠다며 여러개의 공간 사용을 신청했고 시 당국은 신청이 늘자 뽑기로 공간을 나눠줬다.

그 결과 무신론자들이 대다수 공간을 가져갔고 교회는 2곳 밖에 쓰지를 못하게 되었다. 이후 무신론자들의 조형물이 파괴되는 등 물의가 일어나자 산타모니카 시의회는 지난 6월 공원에 관리하는 사람없이 조형물만 세우는 것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아기 예수 탄생 장면을 묘사한 조형물은 사람없이 세워져 왔기 때문에 이 조치는 이를 세우지 말라는 것이었다. 관계자들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LA 연방법원은 지난 11월 시의회의 조치는 기독교 조형물만이 아니라 모든 조형물이 사람이 없으면 공원에 세우는 것을 금지한 것이라며 시의회에 손을 들어줬다.

무신론자들은 자신들의 조형물도 세울 수 없게 되었지만 아기 예수의 탄생을 묘사한 조형물을 공원에 세울 수 없게 된 것을 환영했다.

전투 둘. 12월 초 아칸소 리틀락에 소재한 테리 공립초등학교는 학생들을 데리고 인근 교회로 견학을 갈 계획이었다. 그들은 미국 인기 만화영화인 땅콩소년 ‘찰리 브라운(Charlie Brown)의 메리 크리스마스’ 공연을 보러가는 것이었다.

이 공연은 주인공 찰리가 크리스마스를 친구와 보내는 줄거리로 내용 중 아기 예수의 탄생을 묘사하는 대사가 나온다.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보낸 통신문에서 이번 견학을 통해 학생들이 기독교를 접하게 될 것이라고 원하는 학생만 참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학생의 무신론자 부모는 무신론자 단체와 함께 이것은 정교분리에 위배라고 문제를 삼았다. 학교와 교회는 처음에는 맞섰지만 교사들과 관련자들이 어려움에 처할 것을 우려해 이 견학을 취소했다.

전투 셋. 12월 초부터 뉴욕 맨하탄에서 가장 분주한 타임스 스퀘어에 무신론자들이 세운 대형 간판이 걸렸다.

산타 클로스의 웃는 얼굴과 십자가에서 고통당하는 예수의 얼굴을 위 아래에 두고 다음의 두 문구가 써있다. “즐거움은 유지하라”(Keep the merry), “허구는 버려라’(Dump the myth).

예수는 허구라는 것이다. 이 간판을 세운 미국 무신론자 협회 대표는 ’기독교인’이라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수가 기독교를 가족의 종교로 믿을 뿐 실제로는 무신론자들이라면서 이들은 신이 허구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무신론자 협회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다른 무신론자들에게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며 사람들은 종교가 필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대형 광고판을 미 전역에 세우고 있다.

이 전투들은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대신 ‘해피 할리데이’(Happy Holiday)를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예의’가 된 미국에서 전체인구의 1.6%에 불과한 무신론자들이 크리스마스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는 사례들로 풀이될 수 있다.

보수 방송인 ‘팍스 뉴스’의 유력 방송진행자 빌 오라일리는 자신의 저서 ‘Culture Warrior’에서 기독교와 미국의 전통가치를 적대하는 이들을 ‘세속적 진보주의자’(secular-progressive)라고 불렀다. 그는 이들은 세속적 진보운동을 펼쳐 미국을 서구 유럽과 같이 급격히 세속화시켜려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 기독교인들이 크리스마스 전쟁에서 다 진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팰리사이드 공원에서는 지금 아기 예수의 탄생을 묘사하는 인간 조형물들이 늘고 있다. 사람없이 조형물만 두는 것을 금지하는 시의회의 조치에 대응해 사람들이 직접 아기 예수의 탄생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의상을 입고 마굿간 셋트에서 아기 예수의 엄마와 아빠, 목동의 역할을 하면서 예수의 탄생을 묘사하고 있는 것. 이들 인간 조형물들은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 지역 교회 교인들이 자원봉사로 하고 있다. (아래 동영상 참조)

러셀 무어 남침례교 신학교 학장은 “크리스마스는 앞선 모든 세대와 같이 우리가 ‘깊은 어두움의 땅’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며 “하지만 베들레헴의 빛은 어둠 속에서 빛났다. 그 어두움은 그 빛을 이기지 못했고, 이길 수 없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아메리칸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