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불국사에 오다?”

조선과 고려, 발해와 신라 등 우리나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개신교와 천주교를 합한 ‘그리스도교’의 한반도 전래 흔적을 찾아 나가는 책 <불국사에서 만난 예수(돌베개)>가 발간됐다. 목회자나 교회가 세워지지 않아 인정되지 않고 있지만, 그리스도교의 흔적은 고대 여러 문화재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저자 최상한 교수(경상대)는 “인도에서 기원전 6세기에 시작된 불교가 기원후 4세기 말에 한반도에 전래됐다면, 1세기 중엽에 시작된 그리스도교 또한 고대 한반도에 유입되었을 것”이라는 가정으로부터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천주교와 개신교가 구한말인 130여년 전 들어오기 전 이미 한반도에 들어온 것이 맞지만, 공동체가 세워지고 목사 또는 주교가 있는 교회의 성립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불국사 경내에서 발견됐으며 8-9세기 유물로 추정되는 ‘경교 돌십자가(Nestorian Cross)’와 경주에서 출토된 두 점의 철제 십자가 무늬 장식 등을 신라에 그리스도교가 유입된 근거로 제시하고, 석굴암 전실 내벽에 부각된 십일면관음상과 십나한상 등에 나타난 옷 무늬나 신발 등도 ‘그리스도교의 동진’ 결과라고 말한다. <삼국유사>를 쓴 일연이 굳이 부처가 아닌 ‘하느님(天神)’이 석굴암을 만들었다고 말한 것에도 의구심을 표한다.

발해에 대해서는 절터에서 발견된 동방 그리스도교의 십자가가 그려진 점토판, 수도였던 동경용원부 부처 왼쪽 협시보살의 십자가 목걸이 등을 제시하고, “다민족 공동체였던 발해의 특수성을 이해한다면 중앙아시아에서 발생한 동방 그리스도교인 네스토리안교가 발해의 불교와 어울림의 신앙을 빚어낸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외에 종교에 관대해 부활절과 성탄절까지 모두 챙긴 원나라 쿠빌라이의 사위였던 충렬왕과 제국대장공주, 수도였던 개경에서 2년간 살았던 조지 등 고려의 흔적, 현재 전해지지 않는 정약용의 <조선복음전래사>, 마테오 리치가 쓴 <교우론>, 임진왜란 때 포로로 끌려간 조선인들 중 신앙을 받아들인 이들을 토대로 조선의 그리스도교 흔적을 추측해내고 있다.

저자의 주장은 주로 동방 기독교라는 네스토리안교의 흔적을 근거로 해, 이를 이단으로 보고 있는 기독교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이를 의식한 듯 저자는 ‘보론’을 통해 ‘동방 그리스도교의 재조명’과 ‘화해와 용서’를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