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선진화라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가난을 벗어났습니다. 이제 먹는 것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단계에서 건강한 것, 즐거운 것, 행복한 것 등 좀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 서지 않으면 오히려 뒤로 미끄러질지도 모릅니다. 그 다음 단계로서 성숙한 사회, 안정된 사회 속에서 급속하지 않은, 그러나 지속적인 질의 향상을 이루면서 명품(名品) 대신에 귀품(貴品)을 추구하는 것이 선진화입니다. 한국의 산업도, 한국 교회도, 한국의 시민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궁하고 빈한 단계를 벗어나 여유있는 단계를 지나서 귀하다고 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숙제가 있습니다. 공동체의 가장 작은 구성원이 최고의 품질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지도자가 가난을 벗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소수의 특권층이 강하고 부유한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진화는 공동체 안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이루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가장 작은 사람들이 이루는 것입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노벨상을 받고 세계적인 영웅이 나온다고 선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한 나라가 선진국인가 아닌가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탁월하고 성공한 사람들보다는 평범한 시민들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올림픽 본선에서 금메달을 따는 선수보다는 고등학교 육상 대회에서 보여주는 스포츠맨십과 정직함, 최선을 다하는 감동이 선진국의 특징입니다. 아무리 가난한 나라에도 오성급 호텔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도로 변에 있는 공중 화장실은 선진국과 중진국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 줍니다.

평양에 갔을 때 건축현장을 여러 곳 들러 보았습니다. 부족한 자재로 인해서 건축이 중단된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중의 한 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습니다. 벽을 반쯤 쌓은 곳에 벽돌 사이 사이 연탄재 같은 석탄 재 덩어리가 끼어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현대 자동차는 연비 측정에서 작은 규정 하나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천문학적인 손해를 보고 명성이 추락했습니다. 가짜 인증서를 사용해서 오래 동안 원자력 발전소에 납품된 작은 부품 때문에 발전소가 중단되고 겨울을 앞두고 심각한 전력 공급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조직의 아래 쪽에 있는 실무자와 종업원이 대여섯 명 밖에 되지 않는 소기업인의 작은 소홀함이 거대한 조직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거대한 꿈을 꾸고, 영웅되기를 구하며, 위대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서 인생을 던지기 보다 눈 앞에 있는 작은 일에서 최고의 성취를 맛보고 곁에 있는 이웃에게 감동과 기쁨을 안겨 주고 뒤에 쳐진 친구에게 힘이되고 희망이 되는 일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선진화를 이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