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교회 수양관에서 알파 수양회가 열렸습니다. 건물 넓이가 넉넉하지 못하여 어려움이 있을 법도 한데 모두가 충만한 은혜 가운데 마치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옛날 저의 장인 어른께서 이웃들과는 늘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가르치시면서 자주 사용하시던 관용어구가 있었는데, “이웃과는 황소 한 마리를 놓고도 다투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차라리 황소 한 마리를 양보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웃과는 절대로 다투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우리 수양관 주변에 드문드문 주택들이 떨어져 있는데 바로 길 건너에 한 이웃이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 수양관을 구입하기 전에 이웃을 먼저 찾아 갔습니다. 알고 보니 70년대 초에 춘천에서 군인생활을 했던 분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우리 내외는 맛있는 과일을 종종 사서 보내면서 그 분 가정과 좋은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현재 우리 수양관에는 상주하는 분이 없습니다. 그래서 늘 마음 한켠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고맙게도 빅토빌에 계시는 박상훈 목사님께서 매주일에 한두 번 씩 들러 보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하루는 그 이웃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자기들이 우리 수양관을 지켜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저의 걱정을 덜어주는 친절한 전화였습니다.

어제는 알파 주말수양회를 위해 수양관에서 몇 시간동안 머물렀습니다. 마침 수양관 주변에 펼쳐놓기 위해 주문한 자갈을 실은 트럭이 도착했습니다. 알파를 돕기 위해 오신 몇몇 남자 성도님들이 그 자갈들을 펼치는데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울타리 너머로 이웃이 손짓을 하면서 “우리 집에 백호(backhoe)가 있는데 가져다 쓰겠느냐?”고 물어왔습니다. 삽으로 퍼서 자갈을 나르는 모습이 딱해 보였던 모양입니다. 좋다고 했더니 정말로 ‘백호’를 끌고 왔습니다. 나더러 운전하라고 하는데 나는 그런 중기계를 다루어 본 적이 없다고 했더니 손수 2시간 동안이나 그 일을 대신 해 주었습니다. 그 장비로 자갈을 퍼다 옮겨주니 한 번에 30명 몫의 일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일이 다 끝난 후에 “이 기계는 너희 것이니 아무 때나 갖다가 사용하라”고 했습니다. 모처럼 옛 시골 인심을 본 듯해서 행복했습니다. 옛날 시골에서는 ‘내 것 네 것’ 없이 서로 나누어 쓰면서 살았으니까요.

점심으로 나온 돼지불고기와 백반을 그가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12월 첫 토요일 점심 때에 우리가 불고기 파티를 할테니 동네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서 다 모이게 해 달라고. 그는 저의 제안을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좋은 이웃은 언제나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