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이었던 11일 오전, 서울의 날씨는 을씨년스러웠다. 올 가을 들어 유난히 잦은 비가 또다시 내린데다, 바람까지 거세 걷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주말이었지만 거리에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서울 목동에 위치한 제자교회는 현재 ‘천막 교회’다. 비대위 측은 주차장에서, 구(舊) 당회측은 본당 입구 쪽에서 각각 그렇게 ‘야외 예배’를 드리고 있다. 성도들은 지난 여름부터 겨울이 다가오는 이날까지, 6개월 가까이 멀쩡한 교회 건물을 앞에 두고도 전례없는 ‘풍찬노숙’의 고난을 체험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이런 ‘천막 예배’는 만나기도 쉽지 않다.

11일 비대위측 3부예배가 열리고 있다. 천막 위로는 단풍잎들이 붙어있다. ⓒ이대웅 기자

가을 들어 가장 추운 ‘주일’이었던 이날도 천막교회에서는 여전히 예배가 진행됐다. 하지만 다가올 겨울에 벌어질 일들의 ‘예고편’ 같은 모습들이 펼쳐졌다. 남성도들은 거센 바람에 천막 기둥을 예배시간 내내 부여잡고 있어야 했고, 앞뒤 하나씩 놓인 난로로는 온기를 느끼기 힘들었다. 낮 12시 3부 예배에서도 천막 안은 쌀쌀했다.

사회법정에서도 판결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해결은 난망하다. 수(數)적 우위에 있는 비대위측은 지난달 법적으로도 명분을 얻었지만 본당을 잠시 수복했을 뿐, 충돌을 우려해 본당에서 예배드리지 못하고 있다. 가스총에 소화기 공격까지 받은 경험 때문에, 성도들의 안전이 먼저라고 판단한 것이다. 교회학교 학생들 예배처소인 비전센터를 점거중인 구장로측도 그곳을 지키고만 있을 뿐, 예배는 바깥에서 드린다. 이 때문에 어린 학생들까지 입김 불어가며 예배드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본당 옆에서 천막을 치고 예배드리는 구장로측. ⓒ이대웅 기자
지난 6개월간 양측 성도들은 많은 영적·물질적 에너지를 서로간의 싸움에 쏟아부어야 했다. 건물을 놓고 싸운 것만 6개월이지, 분쟁은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감정의 골도 깊어질대로 깊어져, 불신은 기본이고 같은 교회 성도로 인정하지도 않고, 심지어는 서로를 ‘그리스도인’으로 보지도 않을 정도에 이르렀다. 이 어마어마한 에너지들을 ‘복음’과 ‘선교’에 모두 쏟아부었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영적 훈련을 통해 제자가 되어 세상을 변혁시켜야 할 성도들은 교회에서 천막 치는 기술, 소송 기술, 서로를 화나게 하는 기술만 배우고 있다. 거친 욕설과 몸싸움은 예사다. 예배당은 숙식 해결은 물론, 기물을 파손하고 교회 주변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쟁취해야 할 ‘공성전’ 장소가 됐다. 안식일은 1주일 중 가장 치열한 날로 변한 지 오래다.

11일 비대위측 예배에서는 “제자교회는 선교하는 교회였다. … 다시 선교하는 교회로 회복되기를 꿈꾸고 있다”는 설교 말씀이 선포됐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국교회의 관심에서조차 멀어져 ‘그들만의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의 소원을 한국교회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겨울이 오기 전에 너는 어서 속히 내게로 오라’고 했던 바울의 말씀처럼, 총회나 노회, 연합기관 등 누가 됐든 더 추워지기 전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들이 한겨울까지 천막에서 예배드리는 일만은 막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