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트마 간디(1869-1948)는 나라가 망해갈 때 나타나는 예고 조짐으로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를 지적했다.

조선시대 과천 현감은 서울이 가깝고 오가는 고관대작들을 접촉하기도 쉬웠으며, 세금 징수액이 많아 재물을 모아 상납하고 조정의 좋은 자리로 영전하기 딱 좋은 자리였다. 이때 현감 한 사람이 영전하여 서울로 떠나게 되자 아전들이 그의 송덕비를 세우겠다며 비문을 물어보자 “너희들이 알아서 쓰라”고 했다. 현감이 자기 송덕비 제막식에 가 보니 비문이 “오늘 이 도둑놈을 보내노라(今日送此盜)”고 쓰여있었다.

이에 떠나는 현감이 그 옆에다 “내일 또 다른 도둑놈이 올 것이다(明日來他賊)” 라고 적어 넣고 떠났다. 그 뒤에 아전들이 추가해서 “도둑놈들만 끝없이 오는구나(此盜來不盡)”라고 써 넣자 며칠 뒤 지나가는 나그네가 그 옆에다 “이 세상엔 모두 도둑놈뿐이구나(擧世皆爲盜)”라고 결론을 냈다고 한다. 이런 현감(공직자)들은 살아서 경제적 부요는 누렸을지 몰라도 삶의 흔적으로서는 너무나 초라한 것이다.

예기(禮記)에는 “生則不可奪志, 死則不可奪名: 살아있을 땐 의지를 빼앗을 수 없고 죽은 뒤에는 명예를 빼앗을 수 없다”란 말로 올곧게 사는 사람들의 뜻과 명예를 예찬하고 있다. 훌륭한 리더가 되기도 어렵고 좋은 리더를 만나기도 어렵다. 三國志에서 조조는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라(逢山開道 遇水架橋)”고 말했으며, 강권석 기업은행 회장은 “리더는 비올 때 우산을 뺏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 개신교에 대해서 “모르면 믿지만 알고 나면 못 믿는다”는 말이 있단다. 목사는 많은데 목회자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항존직 직분자들은 많은데 진정한 신자는 없다는 말도 나옴직 하다. 먼 훗날, 아니 이 세상을 떠난 뒤 관 뚜껑에 대못이 박힐 때 비로소 우리의 일생에 대한 평가가 나올 것이다. 따라서 단기간 승부에 올인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회의원에 입후보했다 떨어졌다거나 어떤 계획을 추진하다 실패했을 때 고스톱하다 한판 졌다고 생각하고 툴툴 털어버리기 바란다. 그리고 다음 기회를 준비하도록 하자. 독일에서 많은 동독인이 서독으로 이주할 때 서독 출신 카스너 목사는 거꾸로 동독으로 이사갔다. 통일된 독일을 바라보며 보통 사람과 반대의 길을 간 것이다. 거기서 딸을 낳아 박해를 받으면서도 올곧게 신앙으로 잘 길렀다. 그 딸이 현재 민족의 눈물을 닦고 유럽의 상처를 싸매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됐다.

이렇듯 지도자에게는 원대하고 심지 깊은 대의명분과 철학 또는 신앙적 지주가 있어야 한다. 여드레 팔십리를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 꼼수를 쓰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뒷통수를 치는 편법과 탈법 그리고 비겁함이 있어선 안 되겠다. 건축물의 철근 같은 중심축이 잡혔으면 그 다음엔 부드러움과 웃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악의 없는 유머센스가 있어야 한다. 직선의 힘에 곡선의 여유를 더해야 아름다운 멋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유대인 리더들은 유머를 애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즐겨 쓰는 유머 몇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유대인에 대한 나치(히틀러)의 탄압이 극심하던 무렵 베를린 길가에서 몇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빅 뉴스가 있어요. 하나는 good 뉴스이고 하나는 bad 뉴스예요.”, “good 뉴스란 무엇이죠?”, “히틀러란 놈이 죽었다는 소식입니다.”, “ 그것 참 기쁜 뉴스군요. 그런데 bad 뉴스는 무엇인가요?”, “그 소식이 잘못 전해졌다는 거죠.”

몸에 이상을 느낀 한 사내가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데 소변을 받아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다음날 큰 PET병에 오줌을 가득 채워갖고 갔다. “검사에는 이렇게 많은 소변이 필요 없어요. 하지만 이왕 가져왔으니 그대로 해 봅시다.” 검진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하자 그는 재빨리 밖으로 나가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가족 모두 이상이 없다니 마음 놓으라고.”

장학관이 일선 초등학교 수업을 참관하게 되었다. 그때 한 학생에게 물어보았다. “지구본은 왜 이렇게 기울어져 있는지 말해봐요.” 그러자 학생은 “제가 망가뜨린 것이 아닙니다” 라고 대답했다. 장학관은 어처구니가 없어 담임선생님을 나무랐다. 그랬더니 그 선생님은 머리를 긁적이며 “이것은 처음 사올 때부터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크게 실망한 장학관은 교장에게 교육이 잘못되고 있다고 충고하자 교장선생님은 즉시 그 담임교사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내가 평소 당부한 것을 잊었단 말이요. 유대인 가게에서는 절대로 교육재료를 사오지 말라고 한 것을…”

공을 세운 유대인 병사가 러시아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게 되었는데 훈장 대신 100루블을 받을 수도 있었다. 유대인 병사가 물었다. “내가 받게 되는 훈장은 얼마 짜리입니까?”, “바보 같은 친구, 훈장이란 명예일 뿐이야. 돈으로 환산하면 1루블도 안돼.”, “그렇다면 훈장과 99루불을 함께 받을 순 없나요?”

한창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의 참호 속을 돌며 마실 물을 팔고 있는 유대인 상인이 있었다. 그는 두 개의 물통을 짊어지고 다녔다. “물 한잔에 15프러토트요!”라고 외쳤다. 그때 적의 총알이 날아와 물통 하나를 명중했고 그 물통에선 금새 물이 새기 시작했다. 그때 상인은 재빨리 고쳐서 외쳤다. “물 한잔에 30프러토트요!” 이 얼마나 계산에 빠른 유대인인가?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