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이자 주일 저녁에 사역을 마치고 귀가하여 소파위에 그냥 몸을 던졌다. 피곤한데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아 이 생각 저 생각에 골똘히 명상을 하고 지난날 어머님이 해주시던 잡채가 생각났다. 마지막 어머님의 남동생인 외삼촌이 지병으로 한국에서 소천한 주일이라 많은 추억들이 나의 뇌리를 스쳐갔다. 미국에 처음 유학 와서 고생한 일, 열심히 심방 다니며 중보기도하던 일 등...

갑자기 유학 온 한 형제가 생각났다. 플러싱에 거주하는 형제이고 많이 고생하고 있는 형제다. 이것이 돌이켜보면 뿌리칠 수 없는 주님의 음성이었던 것 같다. 한가위 저녁을 함께하고 싶어 플러싱으로 건너갔다. 나의 지역에서 가려면 3개의 톨을 지나고, 1시간정도 운전을 해야하는 장거리이다. 식당에 앉아 특별히 주문한 식탁 앞에 이 형제는 우물쭈물 한 자매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름은 이성은이고 목사님 자녀고 헌신된 기독교자매고 지금은 병원에서 투병 중이라는 두서없는 대화중에 우리 모두는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한밤중 11시가 넘어서 병원 주소도 모른 채 달려가기 시작했다. 가보니 노스 쇼어 병원 롱아일랜드였다.

순복음교회 목사님의 막둥이었다. 아버님이자 목회자인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상황은 막바지에 이르러 언제 병원측에서 산소호흡기를 뺄지 알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잇었다. 이민교회 목회자이면서 한 여식의 아버지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법정에 맞고소한 상황이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병동으로 가니 사모님이 침상에서 24시간 지키는 파수꾼과 같았다. 어머님의 애틋한 모성애의 울부짖음을 볼 수 있었다. 우리 동사목사인 그레이스 목사님과 동행한 터라 이성은 자매를 만나고 함게 기도를 드렸다. 누워있는 자매를 보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모든 말을 귀찮아했다.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늘 새벽 2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병원 거리도 멀고 교회 사역 등 10월 중 교단사역이 밀려있는 터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였지만 고민으로 꼬박 밤을 새울 때가 많았다. 또 하루는 꼭두새벽에 전화가 와서 하루 일과 리듬은 또 깨지게 됐지만 급히 준비하고 동사목사와 함께 병원에 도착해 로비에 가니 큰 일이 벌어져 있었다. 맞고소가 됐고, 언론 인터뷰로 인해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환자 성은 자매의 법정 대리인인 데빗 스미스와 이 목사와 가족들의 법적대리인 메어리 변호사와 대립 중에 있었다.

▲건강하던 시절 밝게 웃고 있는 성은 자매
우리 이민교회 목회자들과 교협 등의 교회연합 기관들은 성지순례 중에 일어난 일이나 근래의 병원에서 일어났던 의료사고를 그냥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병원 원목의 경험을 살려 환자의 권한을 대표할 수 있는 프락시 카드의 효력을 살리고 노력했고 모든 이들이 협력해서 이만호 목사의 가족이 프락시 카드의 권한을 받을 수 있었다. 성은 자매 가족들이 이 프락시 카드에 대한 권한을 처음부터 갖고 있지 못해 병원측의 안락사 결정에 일방적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프락시 카드의 효력을 얻는 과정에는 모든 이들의 기도가 있었고 그것이 성은 자매의 마음을 돌려 놓게 됐다. 특히 2세 사역자인 임그레이스 목사님의 눈물의 기도와 설득, 그리고 같은 2세로서 성은 자매의 마음을 깊이 알고 있는 사촌오빠 인태 군이 사랑의 마음으로 갖고 그녀를 설득해 결국 성은 자매의 마음은 돌아서게 됐다.

성은 자매는 지금 병상에 누워 아름다운 생명의 메세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왔느니라“는 이 세례 요한과 같은 외침을 하는 것 같았다. 언론 인터뷰와 법정 소송도 중요하겠지만 그 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과 병원에서 환자와 그 가족들이 받을 기본 권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이민교회 목회자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성은 자매는 지금 퇴원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점차 건강을 회복해가는 모습을 보이며 주위 사람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이 문제도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실 것이라 믿고 확신한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는 합력하여 선을 이루니라(로마서 8장 28절).

성은아! 너는 하나님이 만드신 걸작품이야. 주님의 사랑으로 일어나 빛을 발하거라. 주님 안에 거하거라. 너는 지금도 축복의 통로다. 너희 집안의 막둥이이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 주님은 “너는 나의 사랑하는 내 딸”이라고 말씀하신다. 지난 한 주간을 너를 향한 하나님의 깊은 사랑으로 참으로 분주하고, 어쩌한 무능한 1세들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너를 더욱 생각하게 됐다. 목사님의 자녀로서 자유가 없었던 생활에 많이 혼자 눈물지었지? 하나님이 다 아신단다. 조용히 쉬면서 잠잠히 주님만 바라보자. 법적 싸움과 인터뷰 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성은이의 마음을 감찰하시는 것이다. 하나님님만이 너의 산성이요 요새시요, 반석이시요, 너의 소망임에 오늘도 위로함을 얻는다. 우리 세대는 우리의 명예욕도, 자랑도 뒤로하고 주님께만 영광을 올려 드린다.

어린양개혁교회 류승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