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에 멕시코 정 선교사님을 만났다. 정 선교사님은 오래 전부터 선교사역을 위해 우리와 협력하고 계신다. 선교사님은 칼텍을 졸업하고 풀러신학교에서 선교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지난 10여년 간 멕시코와 남미의 미전도종족을 전도하는 데 헌신하셨다. 정 선교사님은 젊었을 때 우리 교회를 다니셨다. 그런 탓인지 선교사역에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 이런 저런 의논을 해 오곤 하신다.

한 달 전쯤 정 선교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얼마 전 멕시코 선교 1세대로 로사리토에서 선교사역을 하시던 아버님이 지병 끝에 소천하셨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아버님이 지난 25년간 그 지역에서 활동하시면서 지어놓은 건물이 있는데 자신은 앞으로 인도의 미전도 종족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까닭에 누군가 아버님이 지어놓으신 건물을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의논을 해왔다.

먼저 건물을 보는 것이 순서이겠다 싶어서 로사리토를 방문했다. 건물은 총 15000 스퀘어피트의 터에 예배당과 주거 및 단기선교팀 합숙시설 그리고 사무실이 있는 삼층 건물인데 화려하지는 않지만 구석구석 지은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따뜻한 건물이었다.

선교사님은 건물 이곳 저곳을 소개하다가 창고 비슷한 서너평 정도의 작은 공간에 들어서면서 이 곳이 아주 특별한 곳이라고 말했다. 선교사님의 아버지께서 선교 초기 이 좁은 공간에 5년여를 기거하시면서 사역을 시작하셨다고 하셨다. 그 말을 하는 선교사님의 눈에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건물을 소개한 후 선교사님은 다시 한번 우리를 부른 목적을 설명했다. 이 건물은 돌아가신 아버님이 평생을 걸쳐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 온 것이지만 그 배경에는 이를 도왔던 미주한인교회들의 도움과 헌신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건물은 남가주한인교회의 건물이나 마찬 가지이니 우리 교회를 비롯한 남가주 한인교회들이 유용하게 썼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선교에 헌신한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선교에 헌신한 아들. 아버지의 유별난 헌신으로 말미암아 아들도 적잖은 고생을 했을텐데도 아들에게 그 아버지는 생각하면 할 수록 고맙고 존경스러운 믿음의 뿌리요, 사역의 모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돌아가신 그 아버지는 참으로 행복한 분이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바쳐 헌신한 선교의 사역도 아름다우려니와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그 아버지의 사역을 그토록 귀하게 생각하고 어찌하든지 그 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하는 귀한 아들을 두고 가신 분이기 때문이다. ‘과연 내 아들들은 내가 이 세상을 떠난 후 여기 이 아들처럼 나의 평생의 사역에 대해 이 처럼 큰 긍지와 자랑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아울러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이 아버지와 아들은 큰 감동이자 도전이다.

우리 자녀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들은 과연 우리, 즉 그들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남긴 크고 작은 믿음의 유산을 얼마나 귀히 여기는 사람들이 될 것인가? 우리에게는 과연 그들에게 감동을 줄 어떤 믿음의 유산이 있을까?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