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은 ‘연합’

아침에 일어나 기도할 때도, 점심 때 직장 내 동료들을 만나 밥 먹을 때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그에겐 ‘청년’이 제 1순위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건너온 뒤 UC산타바바라 화공과에 재학할 당시 영어 공부를 위해 파란눈의 외국인이 아니면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만큼 독하게 살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 독한 ‘기(氣)’를 살려 자신같은 한인 청년들을 한 영혼이라도 더 주님께로 인도하는 것을 목표로 자나깨나 청년 사역에만 몰두하고 있다. 남가주 일원을 중심으로 13년째 청년연합사역을 해 오고 있는 HYM의 더글라스 김 대표다.

HYM은 ‘내가 또 주의 목소리를 들은즉 이르시되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그 때에 내가 가로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이사야 6:8)’ 말씀 중 ‘Here am I ; Send Me’의 첫 알파벳 H와 Young Christian의 Y, Movement의 M을 따서 만든 이름이다. 지난달 22일 토렌스조은교회(담임 김바울 목사)에서 제27회 찬양집회를 마치고, 내년 봄에 열릴 차기 집회를 놓고 벌써부터 기도의 진을 치고 있는 김 대표. 그는 청년연합 사역의 당위성에 대해 “하나님께서 주의 자녀들이 연합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신다고 성경에 적혀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파 운운하며 당을 짓고 나눠지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오늘날 기독청년들을 통해 회개 운동이 일어남으로 이 땅에 새로운 연합의 역사를 써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사비를 털어 해마다 이 사역에 투자하고 있는 걸로 안다. 왜 청년사역에 목숨을 거는가.

하나님께서 내게 청년사역에 대한 마음을 처음 주신 건 93년, 얼바인에 위치한 베델한인교회에 다닐 때다. 대예배 시간에 성령 체험을 했다. 하나님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마나 나를 사랑하시는지 깨닫고 내 삶을 하나님께 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교회 내 봉사라면 주일학교 교사부터 시작해 차량 정리, 교회 안내, 주보 접기, 심지어 화장실 청소까지 안해 본 일이 없었다. 일주일에 다섯번 교회에 나오니, 어떤 할머니는 나를 전도사로 오해하기도 했다. 지금이야 베델한인교회 한어권 청년부 인원이 5백 여명이지만, 그땐 기껏해야 15명이 전부였다. 1998년 겨울 청년부 회장에 당선돼 성경공부도 인도했는데, 청년부 담당 목사님이 지나가시면서 하신 말이 귀에 꽂혔다. “얘, 우리끼리만 예배드리지 말고, 다른 교회와도 함께 예배드리면 좋겠다. 그치?”
이 말을 들은 난, “바로 이거다. 이거 하면 하나님이 좋아하시고 기뻐하시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게 없다. 당시 청년부 임원 8명에게 연합집회를 하자고 했더니, “더글라스는 미쳤다”고 하더라. 우리 꺼 하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왜 그런 거 하냐는 거였다. 워낙에 어느 한 가지에 꽂히면, 그것밖에 못 보는 성격이다. 하나님이 이런 내 성격을 쓰시는 거 같다.

1999년 6월에 HYM 사역에 대한 콜링을 받고 9월 11일에 4교회가 모여 첫 연합집회를 드렸다. 이후 해마다 봄, 가을 두 번씩 집회를 개최해 왔고, 지금 딱 13년 반이 지나 14년째를 향해 가고 있다.

- 그간 어려운 일도 많았을텐데.

처음부터 힘들었다. 교회에서 이 사역을 위한 재정적인 지원도 거의 없었고, ‘네가 알아서 해라’는 식이었다. 홀로 십자가를 지고 가는 듯한 심정이었다. 첫 집회 이후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다시는 이런 것 안한다고 했는데, 한달 여가 지나고 회복이 되고 나니까 잠자리에서 하나님이 막 깨우시더라. ‘내일은 또 어느 교회에 가서 어느 목사님을 만나서 청년연합집회 사역을 도와 달라고 해야 할 것인가’라는 고민거리를 안고 교계 목회자들을 만나 교제하는 일이 일상다반사가 됐다.

물론 여기 오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금까지 만나온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청년연합사역에 대한 마인드 자체가 없거나, 자기 사역에만 몰두한 나머지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하면 대놓고 귀찮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목사나 전도사도 아닌 일개 청년부 회장이, 일개 집사가 도와 달라고 하니 우습게 보는 듯 했다.

벌써 13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처음부터 10년 뒤를 내다보고 시작한 건 아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10년 뒤에 내가 무슨 일을 할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하나님께 찬양하면서 예배드릴 수 있다면, 또 그 청년들이 변화돼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사람들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이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복음전파의 일꾼으로 쓰임받을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것은 다 이룬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목사님들 중엔 “뭐하는 거냐. 또 하나의 선교단체를 만들려고 하는 거냐”면서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분들이 더러 있다. 그럼 난 이렇게 말한다. “이 땅의 청년들이 연합해 일어나는 것이 내 꿈이다”라고. 세상엔 아직도 믿지 않는 청년들이 너무도 많다. 교회에 한두 번 나오다 안 나오는 청년들도 셀 수 없이 많다. 이들을 다시 교회에 나오도록 초청해야 하고, HYM이 이 일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다.

궁극적으로는 흩어져 있는 모든 교회들이 이 일을 위해 연합하고 일어나길 바란다. 말하자면, ‘교회 세우는 운동’이다. 교회 안 다니는 사람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워 교회로 돌려보내면, 교회의 미래가 세워지는 거다. 나는 그 일을 하다가 죽을려고 마음 먹은 사람이다.

-평일엔 부동산 매매를 중개하는 에이전트로 일하면서, 집회 때마다 집중적으로 이 일에 매달리는데 일에 지장은 없나.

집회가 시작되기 한두 달 전에는 평소 하고 있던 일을 못 한다. 그런데 집회 드리기 전에 집들이 막 팔린다. 매 집회 때마다 신기한 방법으로 하나님이 도우시는 손길을 체험하게 된다. 옆에서 지켜보는 스탭들이 은혜받는다. 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집회 때마다 하나님이 은혜를 가득 부어주신다. 그래서 남가주에 있는 한어권 청년부 중에 HYM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1년에 한두 번씩 드리는 HYM 예배를 통해 하나님이 우리 청년들을 사랑하는 걸 느낀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목사님들도 집회에 참석하면서 은혜 많이 받고 도전 받고 가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 사역의 목적은 청년들을 깨워 연합하게 하고 영적인 부흥을 일으키기 위함이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땅의 것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것을 구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겠다고 고백하는 청년들을 한 명 한 명 세우고 싶은 거다. 동시에 믿지 않는 이들을 세우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다. 세상보다 더 열심히 살고, 삶 속에서 주변에 영향력을 끼치는 청년들을 양산해 나가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