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하나님이시기에 구약시대에도 수많은 성경 구절에서 나타납니다. 특히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 하나님은 거의 모든 경우에 선재하시던 그리스도 예수이십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나타나심을 ‘신의 나타나심’ 즉 신의 현현(顯現) 혹 신현(神顯)이라는 용어로 표현합니다.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난 예수님을 우리는 이사야서 6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사야가 성전에서 기도하고 있을 때에, 구약에도 이미 존재하시던 그리스도께서는 성전의 환상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높은 보좌 위에 앉으시고 성전에 가득하게 옷을 드리우신 예수님은 선재하시던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의 나타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모습을 “그리스도의 현현”(Christophany)이라고 말합니다.

이사야의 환상 가운데 그리스도 예수는 왕으로 나타나십니다. 그는 유대의 왕이실 뿐 아니라 온 세상에 높이 들린 왕으로 나타나셨습니다. 당시는 웃시야라는 강력한 왕이 죽으면서 정치적인 위기가 찾아왔다고 생각하던 불안한 때입니다. 사람은 정권이 흔들리면 긴장하고 위기 의식을 느끼지만,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그 시대에 성전에 나타나셔서 성도를 위로하십니다. 높은 보좌에 앉아계신 그리스도는 이스라엘의 영원한 왕이 되신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과 교회의 왕이시라면 우리는 두려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상의 왕권은 흔들리고 약하여져도 하늘 왕권은 변화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영원히 통치하시고 쇠하지 않는 능력으로 우리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는 위기의 시대에 환상으로 나타나 우리의 연약함을 알게 하십니다. 선지자는 하나님의 영광 속에서 자신의 입술이 부정한 사람임을 고백합니다. 선지자인 이사야가 ‘입술이 부정한 자’(사 6:5)라면 결코 선지자에 합당한 사람은 아닌 것입니다. 선지자는 하나님의 나팔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지자로서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이사야는 그러나 하나님의 천사를 통하여 제단의 숯불로 정화됩니다. 핀 숯불을 통하여 입술을 지지는 것은 하나님이 악을 용서하시고 죄를 사하신다는 의미입니다.

정결함을 받은 이사야를 향하여 그리스도는 선지자의 소명을 주십니다.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사 6:8)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질문에 이제 입술을 정결하게 하는 은혜를 받은 이사야 선지자가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사 6:8)라고 응답합니다. 이사야는 성전에서 기도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자신의 부르심을 듣고, 부르심에 합당하게 행동하는 그리스도의 종이 됩니다. 이사야의 생애는 이처럼 그리스도와의 만남으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