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 가운데 어리석음은 사전경고를 무시하는 것이다. 며칠 전 뉴욕타임스는 세계가 놀랄만한 뉴스를 내보냈다. 악몽의 9.11 테러사건은 충분히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당시 미국의 중앙정보부는 알 카에다의 테러 공작이 진행되고 있는 구체적인 보고를 부시 대통령에게 여러 번 올렸으나 매번 무시당한 것이다.

당시 국방부의 보고는 달랐다. 그런 정보는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최고 책임자인 부시 대통령이 정보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머뭇거리다가 엄청난 피해를 봤다는 내용이다. 그 실수를 책임질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떠났으나 그 일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오늘도 고통 중에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단군 이래 전국이 폐허가 되고 수백만 명의 사상자나 이산가족이 생긴 6.25 전쟁은 미리 막을 수 있었으나 권력자들이 부패하고 타락해 사리사욕에 깊이 몰두해 그 중요한 남침의 정보와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당시 북한에 숨어 활동하던 남쪽 첩보원들은 북한의 상황을 여러 통로를 통해 최고 지도자에게 수없이 보고했다.

소련 탱크가 밤마다 기차에 실려 38선으로 가고 중공군의 일부인 한인 출신의 팔로군들이 38선에 집결하며 김일성이 중공과 소련의 수장들과 자주 만나는 것을 보고 남침을 시도하고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또한, 귀순한 인민군이나 포로들을 통하여 남침이 시간 문제라는 정보를 400여 차례나 상부에 올렸으나 그대로 묵살되었다. 심지어 미국 정보기관에서도 남침의 위험이 있다고 알렸으나 당시의 절대 권력자인 육군 참모총장에 의해 매번 묵과됐다. 남침 정보는 엉터리라고, 만일 전쟁이 일어나면 국군은 해주에서 아침을, 평양에서 점심을, 신의주에서 저녁을 먹을 것이라고 허풍을 떨면서 장성이나 고급 장교들은 사리사욕에 빠져 밤마다 유흥가에서 즐겼다. 38선의 둑이 무너져 인민군들이 홍수처럼 밀고 내려오는 순간에도 대책을 지시할 육군 참모총장은 아무에게도 연락장소를 알리지 않은 채 술집에서 기생들과 즐겼다.

역사에는 경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위기를 모면한 일이 무수히 많다. 그 대표적인 사건은 당시 강대국인 앗수르 제국의 수도인 니느웨에서 일어났다. 그곳은 강국의 수도로서 행정의 중심임은 물론 교통시설이 편리해 상업의 중심지로 경제적으로 풍요했으며 농업에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 사람들은 교만해서 타민족을 침략하고 잔인하게 죽이고 착취하며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멀리했다.

그때 요나 선지자는 그 도시인들에게 무서운 경고를 전했다. “너희들은 망하리라. 40일이 지나면 무서운 하나님의 징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오면 용서를 받을 것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 경고를 들은 왕과 온 시민이 금식하며 회개하자 하나님은 징계의 채찍을 거두어 들이셨다.

알 카에다의 만행을 사전에 알고도 대처하지 못한 책임자를 원망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 사건을 미국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경고로 받아들이면 안될까? 청교도들의 건국정신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퇴색되어 술과 마약과 성적인 쾌락이 우상이 되는 풍토는 소돔과 고모라를 닮아가는 것이 아닌지. 자신도 모르게 부유하고 풍요로운 사회에서 쾌락에 오염이 되어 끌려가는 것은 아닌지.
경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경시하거나 무시하면 바보 중의 바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