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부근에 사는 콥트교인(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기독교 분파) ‘나쿨라 배슬리 나쿨라’가 제작한,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 때문에 촉발된 대규모 반미시위가 리비아, 이집트, 튀니지 등 아랍권 국가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무슬림의 순진함’은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폄하하는 내용으로, 이 영화에서 무함마드는 탐욕스럽고 잔인한 학살자, 여자를 밝히는 호색한, 아동성애자로 묘사되었다. 2시간 분량의 영상물 중 일부가 유튜브를 통해 아랍권에 퍼졌고, 격분한 무슬림들이 리비아에서는 미국 대사를 살해하고, 예멘에서는 성조기가 불태우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기독교를 결부시켜 생각하는 아랍사회에서, 이 같은 사건은 자칫 이슬람교와 기독교간 종교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2010년 미국에서 코란이 소각된 사건이 발생하자, 무슬림 시위대는 교회와 기독교학교로 몰려가 불을 지르고 현지 기독교인들을 핍박했었다.

선교전문가들은 모두 이 사건에 대해 “기독교와 이슬람간 긴장관계를 조성하여 현지 선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슬람 문화는 종교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그들의 문화를 어느 정도는 존중하며 복음을 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대표회장 강승삼 목사는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이러한 영화가 제작됐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제작자가 기독교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무슬림들은 미국 하면 기독교를 떠올리는데, 이런 영화를 만들어 무함마드를 모독하게 되면 기독교는 사악한 문화라는 인식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독교와 무슬림을 이간질하여 긴장관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예수님은 부패한 세상 속에서도 인간과 하나되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셨다. 함부로 이슬람을 모욕하는 것은 선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MVP선교회 대표인 허드슨 선교사는 “무슬림들에게 코란과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행위는 사형감이다. 무슬림도 이제 인터넷과 여러 오픈 매체를 통해 각국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무슬림은 과거의 권위를 깨뜨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흐름에는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슬람 내부적으로도 종교를 평가하고 건전한 비판을 하는 것을 못 받아들이는 실정이다. 특히 이러한 사건은 무슬림들의 마음을 닫게 만들며 논쟁의 여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허 선교사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들이 이러한 문제를 자꾸 정치적 이슈로 만들고 있다. 코란 소각 사건 등을 볼 때에도 종교간 대립은 선교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슬림들도 뉴스를 통해 정보를 다 접하기 때문에 그들을 자극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현지에서 쿠란이 잘못됐다든지 무함마드는 나쁜 사람이라든지 하는 표현을 전혀 할 필요가 없다. 그저 그리스도만 증거하면 되는 것이다. 문화적 차이를 어느 정도는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프론티어선교회 대표 이현수 선교사는 “한국선교사들의 경우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서양선교사들은 잠시 피신하거나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사건이 장기적으로 무슬림 선교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선교의 경직을 초래할 수 있다. 9.11 테러나 오사마 빈 라덴 피살 사건 때에도 큰 문제가 있었지만, 꾸준히 선교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무슬림과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 보다는 그들의 실질적 필요를 깊이 이해하고 채워줄 수 있는 총체적 관점의 선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