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한 스타일이라기 보단, 조용조용한 성격이다. 그래서 어딜 가나 있는듯 없는듯 별 티가 안 나는 캐릭터다. 하지만 교회 내 웬만한 어려움 가운데서도 요동치 않고 버텨내는 뚝심을 지녔다. 유초등부 파트타임으로 교회 문을 두드렸다가 교육목사를 거쳐 어느새 담임 목사가 된 나성한미교회 전병주 목사 이야기다.

▲나성한미교회 전병주 목사는 은혜를 누리고 나누고 전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전 목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총신대학교 석사과정을 마친 뒤 뉴질랜드에서 6년간 부교역자로 목회 경력을 쌓았다. 미국에 온 건 2005년. 늦기 전에 신학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란다. 원어를 더 공부하고 싶어 탈봇신학교를 택했고 2008년 구약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나성한미교회와의 인연은 2007년부터. 파트타임으로 섬기다 전임 목사 사임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2010년 4월4일 담임 목사에 취임했다. 해서 이제 2년을 갓 넘겼다.

1984년 이진태 목사에 의해 개척된 나성한미교회는 올해로 벌써 29년째를 맞이했다. 내년이면 서른. 이민교회치곤 서른이란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다. 이민교회가 지닌 특성상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고, 그런 와중에 아픔과 상처가 많았다.

교회 구성원 대부분은 30-40년 미국에 안착한 기성세대다. 교육 수준도 상당히 높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짙다.

전 목사는 인터뷰에서 네덜란드의 신학자 크래머(Kraemer)의 말을 빌어 "교회 내 평신도들은 '동결된 자산(frozen assets)'이라며 "잠재력을 지닌 이들 평신도들이 교회의 주체로서 해동(解凍)돼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 학부에서 독일어를 전공한 이유가 있나.

"독일어를 공부한 건, 원래 신학을 하기 위함이었어요. 관심이 있어서 학부 때부터 신학 서적도 많이 봤고, 원어도 보고 그랬어요. 독일에도 실제로 가보기도 했는데, 거기서 신학을 할려면 최소 10년 이상은 해야 하더라구요. 10년 이상 공부만 할려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러던 중 마침 뉴질랜드에서 공부를 하면서 목회할 기회가 생겼고, 결국 거기서 이민교회에 대해 많이 배웠지요.

- 탈봇에서 성서신학 Th.M 석사과정을 마치셨는데

"원어를 좀 더 공부하고 싶어서였어요. 그래서 탈봇에 갔구요. 목회는 기본적으로 신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해 나가는 것인데, 최근 목회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신학 못지 않게 인간 이해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영성이나 상담, 심리 등에 관심이 많고 이 분야에 대한 공부도 해 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실제로 관련 책도 보고 있기도 하구요."

- -요즘 역점을 두고 있는 목회 방침이 있다면요?

"갑작스럽게 담임 목사가 됐으니, 저도 어떤 의미에선 배우면서 목회해 나가는 중이에요. 아무래도 담임 목사는 부목사 때와 많은 게 다르더라구요.

지금까지 해 보면서 느끼는 건 뭐냐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많이 느껴요. 보다 말씀과 기도를 붙들어야 한다는 거죠. 목회란 결국 목양인데, 순수하게 교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말씀으로 케어하는, 기본적인 것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은혜도 주시는 거죠.

무엇보다 저는 목사로서 목사다워야 하고, 교회 역시 지역 사회 앞에 교회다운 모습으로 바로 서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교회가 존재하는 데엔 분명한 이유가 있고 성도 역시 마찬가지이구요. 결국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상을 세워 나가야 하는 거죠. 이를 위해 끊임없이 방향을 점검하고, 그 방향에 일치시켜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구요.

프로그램을 하나 시행할 때에도 다른 교회에서 한다니까 따라 하는 차원이 아니라, 쉽게 말해 프로그램이란 옷인데, 우리 교회 실정에 맞는 옷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그에 맞춰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크래머의 말이 많이 와 닿아요. 오래된 교회들은 여러모로 경직되거나 폐쇄적이기 쉬운데, 어떻게 하면 동결된 자산인 평신도들의 동결돼 있는 잠재력을 녹여내고 해동시킬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