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길을 처음 갈 때, 꼭 신나고 설레는 마음이 드는 것만은 아니다.

때론 두려움이 들 수 있다. 학창시절, 지나치게 꼼꼼한 성격으로 신경성 위장병도 있었던 내가 어느 정도 성격적 결함을 극복했다 싶었는데 여행을 다니면서 예민해지고 피곤해지는 현상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이드북만 들고 가족을 데리고 처음 가는 길을 개척하듯이 다니면서 어려움과 기대치 않은 해프닝들을 겪었다. 때론 지갑을 날치기 당하는 일을 비롯해 지금 생각해도 살떨리는 도둑추격전을 겪고, 길을 헤매다가 들어가지 말아야 할 길에 들어가 전철 길로 초조하게 달리는가 하면, 예약해 놓은 호텔을 찾지 못해 헤매고, 때론 기대하고 찾아간 음식점에서 실망만 하기도 했다.

무더운 날씨에 하루 종일 걸어 지친 몸으로 찾은 호텔은 에어컨도 없는 주유소 옆 호텔이었다. 인터넷에 실린 사진은 근사했는데 ‘아이고 나 못살아!’ 가족을 가이드 해야 하는 가장으로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다음 날 또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운전대를 잡으면 콧노래 보단 절로 “주여!” 기도가 나온다.

목회도 꼭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자가 길을 먼저 가 본 사람의 가이드북을 들고 다니는 것과 비슷하다. 가이드북에 나온 입장료가 현장에 가면 한번도 맞은 적이 없듯이, 가이드북과 전혀 다른 우회로로 가는 일이 생기는 것이 목회의 현실인 듯 하다.

그런 면에서 목회도 여행처럼 예기치 않은 일이 터질까봐 설레임보다 두려움이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사진을 정리할 때 우리 가족들의 입가에는 모두 미소가 한가득이다. 고생한 일들은 잊고, 재미있는 일만 기억하며 웃듯이, 나의 목회 회고도 그러리라 믿고, 안식 기간을 마친 나는 또 목회의 운전대를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