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사회는 입으로 일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고 발로 일하는 사람을 원한다. 사람 중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 있으면 곤란한 사람,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이 있다. 입으로 일하는 사람은 있으면 곤란한 사람이고 발로 일하는 사람은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이다. 휴렛 패커드의 개발자인 찰스 하우스는 NASA에 제공할 모니터를 개발했다. 그가 개발한 신제품은 기존의 것보다 가벼우면서도 전력소비량 등 비용면에서 절감 효과가 크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납품 결과 NASA는 그의 모니터를 반품시켰다. 그의 모니터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NASA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우스는 자신이 개발한 모니터가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직접 제품에 맞는 고객을 찾는 데 고심하기 시작했다. 개발자가 직접 시장과 고객을 분석하고 나서자 마케팅 담당 직원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그의 실패를 예견했다.

그러나 그는 마케팅적 사고를 통해 개발자로서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냈고 결국 그의 제품은 많은 고객 기업들로부터 환영받게 되었다. 물론 그 속에는 NASA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 사람의 주도적인 두뇌 활동이 빚어낸 놀라운 성과였다. 아마 하우스가 개발자로서 자신의 위치에만 머물며 시장과 고객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신제품은 시장에서 외면받은 수많은 상품중 하나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주어진 문제 앞에서 다른 것들은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만 매달렸고 직접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해냈다. 기업에서 최고의 인재로 꼽는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이다. 확실한 실무 역량을 갖추고 자신의 직무에서 성과를 내는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직접 뛰어들어 실행에 옮기는 사람을 문제 해결형 인재라고 부른다.

그러나 문제해결이라는것이 말처럼 쉬운것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가장 적합한 해법을 찾아내야 하며, 그 해결 과정까지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기업가에서 컨설턴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문제해결력 때문이다. 기업에서 컨설팅을 원할 때는 문제의 해법을 얻고 해결하는 데까지 이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컨설턴트 중에는 그저 경영의 원칙이며 기업구조의 합리화 같은 교과서적인 충고만 들려주는 이들이 많다. 그것은 컨설팅이 아니라 코칭이다. 코칭은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해결 방법까지 찾도록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언을 해주는 것이지만, 컨설팅은 문제를 풀 수 있는 정확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기업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변수 속에서 직접 문제를 겪고 해결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웬만한 기업 컨설턴트들의 컨설팅이 기업으로부터 “그 정도는 우리도 안다니까”하는 실망스런 반응을 듣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문제해결형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더 많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입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움직이지 않을 때 문제 해결형 인재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집중한다. 또한 문제 해결형은 자기 성과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의 문제를 책임진다. 두 배의 열정과 두 배의 노력으로 조직의 문제를 파고든다. 거기서 문제를 분석하고 문제의 핵심을 보는 안목이 열리고 해결방법에 대한 지혜가 생기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담력을 갖게 된다. 자문료가 상당히 비싼 어떤 컨설턴트는 처음부터 그랬던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것을 알고, 남들보다 두 세배나 되는 시간을 들여 밤잠을 못자면서 공을 들였던 많은 세월이 있었던 결과였다. 기업사회에서 핵심 중추로 성장한 사람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무기가 있으니 바로 실행력이다. 누군가 일거리를 들고 오면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당장 서류를 찾아 들고 전화기를 꺼내드는 식이다.

실행력에 문제해결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면 어느 기업에서든 절대로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최고의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기업의 입장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인재인 동시에 수하 직원들로부터도 따르고 배우고 싶어하는 롤 모델이다. 진정한 고수는 막다른 골목에서 고전 중인 후배들을 몰아세우기 전에 조용히 해법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다. 시간이 없고 다른 일들이 많아서 그렇지, 당장 자신이 달라붙으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기업과 사회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과거와 달리 현재 기업 전선에는 전방과 후방이 따로 없다. 누구나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일을 알아서 결정하고 추진해야 하는 최일선에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기업은 순발력과 창의력과 적극성을 갖춘 해결사형 인재를 원할 수밖에 없다. 자기 권한과 책임 아래 놓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업무 지시를 기다리며 전전긍긍하는 직원은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다.

해결사는 담대하게 문제를 향하여 도전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남을 탓하지도 않는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를 주목한다. 해결사는 긍정적인 눈을 가지고 가능성을 바라본다. 결코 안된다는 비관론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고야마는 승부 근성으로 어떤 문제를 만나도 결코 후퇴하지 않는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 앞에서 의기소침해진 사람들, 절망적인 상황 앞에서 낙심하고 있는 사람들 앞에 그가 나타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그가 달려들면 반드시 해결된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각 때문에 조직에 생기가 넘치게 된다. 해결사는 조직에 문제가 많다고 불평하거나 낙심하지 않는다. 남을 탓하거나 비난하는 일로 에너지를 낭비하지않고 오직 해결을 위해 부단히 움직인다. 목전의 일을 예리하게 볼뿐만 아니라 멀리 미래를 내다보며 준비하며 나아간다. 승리는 준비하는자의 것이다. 문제 제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 해결사는 누구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어떤 희생도 두려워 하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