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축제는 끝났다. 미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가 30일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대통령 후보로 확정하고 나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세월을 뚫고 나온 롬니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그는 자신보다 23세나 어린 부통령 후보 폴 라이언과 함께 백악관 입성을 위한 세몰이에 나서게 된다.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꿈을 좌절시키고 미 역사상 최초의 모르몬교도 대통령의 탄생이 실현될지 전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허리케인 '아이작'의 훼방을 견뎌낸 이번 전당대회에서 롬니가 약속한 것은 일자리 창출과 '강한 미국'이었다.

롬니는 공화당 전당대회 대미를 장식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미국의 약속'을 복원하겠다며 1천2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를 위해 '5가지 계획'을 제시했다. 2020년까지 에너지 완전 자립을 이루고 취업기술 교육에 주력하며, 새로운 무역협정 추진 및 불공정 무역관행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또 일자리창출 기업을 장려하면서 균형예산 기조를 지키고, 세금감면 등을 통한 중소기업 육성 등도 제안했다.

롬니는 이날 45분가량 진행된 연설의 대부분을 '오바마 공격'에 할애했다. 그리고 오바마가 지난 4년간 실현하지 못한 '희망과 변화'를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가 기회를 얻었지만 실패했고 미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이는 대통령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당선된다면 미국의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오바마가 지난 4년간 실현하지 못한 '희망과 변화'를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롬니가 집권할 경우 세금과 규제, 예산 등 정부의 역할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롬니의 외교분야 메시지는 '강한 미국' 또는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로 요약된다. 세계를 이끌어가는 초강대국의 위상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표출로 평가된다. 특히 과거 냉전 시대 해리 트루먼과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고수했던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의 계승이 공식화된 것으로 평가됐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유연성보다는 기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이 중국에 1조달러의 빚을 지기를 원하느냐”고 물어 청중으로부터 ‘아니오’란 답을 유도했다. 공화당내에 팽배한 '반중(反中) 정서를 상징적으로 대변한 셈이다.

그러나 롬니가 제시한 정책적 메시지에 대해서는 반론도 적지 않다. 특히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보수색채가 너무 짙어졌다"는 지적을 하고 있고, G2(주요2개국) 반열에 오른 중국을 직설적으로 공격한데 대해 "미중 관계가 걱정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제시되는 메시지는 사실 실제 집권 후에는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화당의 보수·우경화 흐름을 반영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그동안 '중도 성향'을 유지해온 롬니의 갑작스런 변신에 대해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당연히 민주당측은 "롬니가 표를 의식해 중도적 소신을 버렸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래서인지 롬니의 연설이 끝나자 '그가 누구인지'는 제대로 알게 됐으나 미국의 비전을 확실하게 파악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나흘간의 전당대회 일정을 마무리한 뒤 본격적으로 대선행보에 나설 롬니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탬파=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