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정치(politics)라는 말은 도시국가(polis)라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시민을 위한 중요한 결정 행위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정치(政治)에 대한 동양적 의미는 “바르게 함”(正)입니다. 무엇으로 바르게 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회초리를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사(政事) 정(政) 자에는 회초리를 의미하는 둥글월 문(? 혹은 ?)이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무엇을 위해 회초리를 사용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여기서 다스릴 치(治)라는 글자는 정치의 목적을 말합니다. 치(治)는 물(?= 水 수)과 ‘높은 장소’ 혹은 ‘건축물’(台 태)이 합해져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이것은 물(水)의 넘침이 가져오는 피해를 높은 장소에서 바라보면서 수습한다는 의미, 즉 ‘치수’(治水, irrigation)를 통해 국민을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를 회초리로 바르게 한다는 말은 다시 쓸 수 있습니다. 회초리로만 정치의 목적을 추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직장과 군대와 기업과 심지어는 교회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 정치는 모두 회초리를 휘두름으로 수행할 수 없습니다. 삶의 각 영역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으로서의 정치는 글로 하는 정치, 말로 소통하는 정치가 더 이상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政)은 바를 정(正)과 글월 문(文)의 합체자로 창조적으로 읽혀져야 합니다. 정치는 그러므로 물리적 강제력이 등장하기 전에 교화로, 소통으로, 말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말이 더욱 거룩한 “말씀”이 되어 사람을 섬기는 정치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 아버지는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예수님은 살아있는 말씀이십니다. 성령님은 말씀을 생각나게 하시는 분입니다. 왕이신 성 삼위 하나님의 말씀으로 세상을 다스려야 합니다. 정치가들은 다윗이 그리했듯 백성과 소통하는 말씀의 정치를 하라고 부름 받은 하나님의 종입니다. 유대의 왕은 이 말씀에 의해 정치를 해야 했습니다. 말씀을 어기는 왕에게는 선지자들의 외침이 예비돼 있었습니다. 그들의 외침은 율법의 계명에 기초를 두고 있었습니다.

얼마전 조국은 광복절을 보냈습니다. 미국이나 조국이나 정치의 계절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기독교인임을 자처하는 정치인이 하나님 말씀을 무겁게 생각하는 모습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명목상 기독교 타이틀만 가진 정치인이 진정한 제자도를 퇴색시킬까 걱정 됩니다. 우리의 제자도가 교회 내부용인지, 아니면 나의 직업의 영역에서도 필요한 것인가 되묻게 됩니다. 하나님의 정치인, 말씀의 정치인을 위해 기도함이 우리의 사치가 아니길 바랍니다. 더욱이 우리 모두가 각자 직업의 영역에서도 제자로 굳게 섰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