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농부들이 특별히 할 일이 없어 어정어정하는 사이에 7월이 가고, 건들건들하는 사이에 8월이 지나간다는 말입니다. 환경은 달라졌지만 지금도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날씨는 100도를 오르내려 잠을 설치게 하고,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개운하지 않은 여름에, 올해처럼 올림픽까지 열리는 해의 칠팔월은 더 맥없이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8월은 여름이 아닙니다. 8월 8일이나 9일은 가을로 들어서는 입추(立秋)입니다. 그때로부터 보름 정도가 지나면 더위가 그치고 모기의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가 됩니다. 그러니까 8월은 여름이 아니고 가을인 셈입니다. 이렇게 세월은 항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앞서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이 칠팔월이야말로 한 해의 허리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슨 중요한 일을 하거나 힘든 일을 할 때에는 허리띠를 고쳐 맵니다. 힘은 허리에서 나기 때문입니다. 한여름 내내 어정어정 노래하며 지내던 여치는 겨울준비의 기회를 놓치지만, 땀 흘려 양식을 모은 개미는 긴 겨울에도 염려 없이 지냅니다. 여름의 해는 한없이 길어 낮과 밤의 비율이 거의 3:1에 달합니다. 사계절 중에 이 여름을 잘 사용하면 삶이 훨씬 더 양질이 될 것입니다. 밝고 긴 낮 시간을 더 보람 있고 가치 있게 사용한다면, 그리고 짧은 저녁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면, 우리는 훨씬 맑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름은 얼른 지나가면 좋을 계절이 아니고 그 나름대로 유익한 계절입니다.

영적인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혹한의 시련과 시험이 지나고 느긋해졌을 때, 그 때가 영적으로 여름에 속한 계절입니다. 그때 다시 무릎 꿇어 기도하고 성경 읽고 하나님을 찬양하며 우리의 영혼을 일깨워 놓으면, 그리하여 편안할 때에 어정어정 하거나 건들건들하지 않고 깨어 근신한다면, 우리는 풍성한 신앙생활의 가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부터 성경을 펴서 읽읍시다. 그리고 다시 기도합시다. 주의 이름을 더 자주 부르며 주님께 가까이 나아가십시다. 영적인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