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 금융시장에 대형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9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다음 주에 세계 17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용등급 강등 대상에는 자산 기준으로 미국의 6대 은행 중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5곳이 포함돼 있다. 이들 5개 은행의 신용등급은 1∼3단계 내려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 등 미국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은 5개 대형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비하느라 분주하다. 신용등급 강등이 예상되는 은행들은 거래 계약을 담보하는 데 추가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으며 대형 펀드들은 은행과의 거래를 축소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무디스가 이미 지난 2월 세계 17개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예고했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금융시장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사업 등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은행은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차입 비용이 올라가고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신용등급이 높은 금융기관은 자본을 덜 비축해도 되고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기관은 많은 자본을 축적해야 하며 비싼 이자로 자금을 차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강등된 은행은 영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시와 주 정부는 공공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을 발행할 때 대형 은행의 보증을 받고 있어 대형 은행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자신들의 채권 등급도 내려가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 등 다른 주요 국제 신용평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무디스에 이어 S&P와 피치도 미국 5개 대형 은행의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제임스 맥카시 국제 유동성 관리 공동 책임자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다른 신용평가사들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무디스에 이어 S&P와 피치까지 미국 대형 은행의 신용등급을 내리면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 미국 및 중국 경제의 둔화 등에 시달리는 금융시장은 또다른 악재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