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인터뷰는 ‘이슬람 온라인(Islam Online)’이라는 이슬람 관련 잡지의 인터뷰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독일의 산부인과 의사 나딤 엘리아스(Nadeem Elyas)와의 인터뷰>

나딤 엘리아스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출신의 산부인과 및 세포학 전문의이며, 1964년부터 독일에 거주하며 결혼하여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그는 독일에서 의학 학위를 취득했고 독일 이슬람 단체에서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 그는 독일 무슬림 중앙회(Central Council for Muslims in Germany)의 회장이기도 하다. 독일 무슬림 중앙회는 19개의 무슬림 단체 및 700여 개의 모스크 중심 공동체를 총괄하는 중앙조직이다. 그 회원들의 고향도 터키, 알바니아, 보스니아, 토착 독일인, 아랍 등 다양하다. 2010년 현재 독일의 총인구는 약 8천 2백만 명인데, 그 중 무슬림 인구는 약 280만 명 정도이다. 본 인터뷰에서 엘리아스 박사는 ‘이슬람 온라인(Islam Online)’誌의 기자 율리안 하머(Juliane Hammer)와 독일 내 무슬림들의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기자의) 질문: 현재 독일 내 무슬림들의 일반적인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엘리아스 박사의) 답변: 우선 법률적인 측면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우리 무슬림들은 독일 기본법 (독일 헌법)에서 보장되고 있는 기본권을 향유할 권리(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기본적 인간의 권리 - 역주)가 있으므로 법적으로는 종교생활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무슬림이 진정한 무슬림 -즉, 이슬람교에 근거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되기 위한 기초를 독일 기본법이 보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독일에는 약 2백 8십만 명 정도의 무슬림이 살고 있는데, 그 대부분은 초기 이민자들의 2세대 내지 3세대들이고 현실적으로는 독일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들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받는 차별대우는 물론이고, 각 교구, 지역, 도시에서 현실적으로는 기본권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할 형편입니다. 그 결과 무슬림들은 독일에서 기본권을 향유할 수 없다는 인상까지 주고 있습니다. 우리 무슬림은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어떤 경우에는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반론이 있을 경우 우리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이를 해결할 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법적인 대응도 하고자 합니다.

그러면 현재 무슬림들의 종교의식이 일반적으로 점차 용인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답변: 최근 10년 내지 15년 동안은 그런 추세입니다. 특히 무슬림들 스스로 자신들은 선한 목적을 위해 독일에 거주한다는 자신들의 사명을 새롭게 자각하고 있는 경향입니다. 특히 무슬림 3세대들의 경우 그러한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으며 1세대 및 2세대 역시 이를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슬람 공동체 내부에서도 스스로를 쇄신하여 자신들의 조직을 보다 차별화시키고 각 프로그램을 수정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입니다. 대체로 이는 공개적인 대화를 통해 진행하고자 하며, 그런 목표를 달성하고자 선거를 통해 각 공동체의 지도자를 선출합니다. 선출된 대표자들은 독일에서 태어나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면서 독일식 교육을 받은 무슬림 3세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그 부모나 조부모들보다 독일을 더 잘 이해하고 있죠.

그 결과 기존 독일사회나 독일 언론, 독일 공공기관과 대화를 함에 있어서도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접근방식을 취하게 됩니다. 특히 무슬림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공간을 요구합니다. 지금까지는 아파트 내 뒤뜰 등에서 임시 모스크를 만들어 종교생활을 했으나, 이제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함께 기도하고 관심사를 서로 나누며 지역사회 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별도의 모스크 및 사무실이 필요합니다.

현재 독일 기본법 상 보장된 기본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새로운 자각과 자기의식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특히 모스크 건축허가가 각 지역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죠. 의도적으로 반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진심으로 이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어서 모스크 건축은 매우 길고 복잡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에 더불어 이슬람교의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드한 (adhan)”을 허락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종소리가 발생시키는 소음에 항의하는 지역주민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저는 이를 편견이나 무지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 무슬림은 이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합니다. 우선 대화가 우선이며 법적인 대응은 최후의 수단일 뿐입니다. 물론 지역주민이나 지역의 공공기관으로부터의 항의뿐만 아니라 무슬림 내부에서도 많은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독일에 거주하는 무슬림이라는 큰 공동체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을 무시하는 것은 그 문제들이 독일 사회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고 그릇된 일이라는 인식하에 무슬림 단체들이 이와 같이 활동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독일 내 무슬림이 독일사회와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답변: 하나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입니다. 왜냐하면 독일의 법률상 이미 독일은 다문화 다종교 사회입니다. 비록 독일 정치가들이 부정하고는 있지만, 독일은 과거로부터 이미 이민자들의 국가였습니다. 서로 다른 종교와 세계관들이 오래 전부터 독일에 들어와서 자리 잡았습니다. 따라서 독일사회와 통합되는 것만을 우리 근본원리로 세울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서로 다른 문화들이 오래 공존하다 보면 새로운 형태로 서로 함께 하는 방향으로 변천하리라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첫째 무슬림들이 스스로 법적인 대응으로나, 여러 사업에 참여하거나, 지역사회의 변화에 참여함으로서 독일사회와 통합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비춰볼 때 현재 추진 중인 반(反)차별법안은 올바른 취지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독일이 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무시하는 획일적인 사회가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독일은 물론 독일인 모두에게 이득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독일에 사는 무슬림으로서 우리의 정체를 확립하고자 합니다. 우리 무슬림은 독일사회의 근본적인 법칙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우리 이슬람교의 종교적 가치관과 전통을 지키면서 다른 독일인과 다른 개성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슬람교의 어떤 부분을 받아들이고 어떤 부분을 거부할지를 독일 사회가 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우리) 무슬림들이 정할 부분이고, (우리) 무슬림은 여러분들이 “독일과 함께 하는 이슬람교”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슬람교의 법률과 규칙들을 융통성 있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새로 만든 방식이 아닙니다. 만약 세계 곳곳을 여러분들이 비교, 관찰해보시면 서로 다른 지역에서 그 지역 무슬림들이 그 나라에 적응하여 살면서도 자신들만의 무슬림 공동체문화를 유지하고 있음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독일 무슬림들이 선한 목적으로 독일에 살기로 결정하셨다면 이슬람교의 규칙을 수정해야 할 텐데, 독일 이슬람교 내부에서 그에 대한 종교적인 논쟁은 없습니까?

답변: 그러한 토론이라면 독일 내에서 뿐 아니라 유럽 전체적으로도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슬람 율법 중에는 이슬람 국가 이외의 지역에서 무슬림이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를 규정하는 “핔 알-무흐타랍 (Fiqh al-Mughtarab)”이라는 법이 있습니다. 뛰어난 이슬람 철학자들과 이슬람 공동체 회원들이 이에 대한 토론에 참여하여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논란이 많은 주제로는 과연 이슬람 여성이 남자 없이 여행을 다닐 수 있는지, 또는 미혼 여성이 가장(家長)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 이슬람 방식의 도축에 관한 문제 등을 이슬람 원칙에 위반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기적절한 방안을 찾아내곤 했습니다.

그러면 현재 선생님께서 재직 중인 이슬람 협회에서 젊은 무슬림들은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까? 다시 말해서, 독일에서 태어나서 독일에서 성장한 무슬림 청년들이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선생님께서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주고 계신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답변: 우리는 가정 문제 및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팀을 별도로 구성했습니다. 그 팀들이 이슬람 청년들의 문제 역시 담당하고 있고요. 그 팀은 주로 사회학자, 심리학자, 교사 및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우리 이슬람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이들 이슬람 청년들의 여러 가지 질문에 응답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독일에서 성장하여 생활하고 있는 이슬람 청년들이 가정 및 학교생활에서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토론하는 공청회를 가졌습니다. 특히 우리는 이슬람 청년회에서 제공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과연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검토하였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여기서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권고안이 담긴 행동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또 별도로 특별 팀을 구성해서 이 팀이 학교 내에서 이슬람 두건 착용 문제, 수영복 문제, 소풍 및 수학여행 문제, 성교육 문제 등에 관한 문제를 전담하도록 했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요. 제가 보기에는 무슬림 3세대들이 여러 이슬람 조직에서 지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 아주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그 숫자를 제한하고 있지 않고, 그들은 단지 역할을 분담하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 공동체에 통합된 구성원입니다.

독일의 이슬람 가정의 자녀들 중 몇 명이나 이슬람교의 종교적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까? 최근 미국의 통계를 보면 약 이슬람 가정의 자녀 10%가 무슬림 활동에 참여 중이라고 하는데, 독일에서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답변: 구체적인 숫자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또 “참여한다”는 표현 자체가 제게는 다소 거북합니다. 이슬람교에서 신앙이란 정기적으로 기도하고 율법이 정하는 대로 정기적 금식을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굳이 그가 매주 한 번씩 모스크에 가는지, 과연 그들이 금요 기도회에 참여하는지 아닌지가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슬람교의 관점에서 본다면, 독일의 이슬람 청년이 가정에서 때때로 기도한다면 그는 세계 어느 다른 곳, 가령 미국의 이슬람 청년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가령 라마단 기간에 금식하는 것은 종교 활동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현상 또는 전통적인 행위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리라 봅니다. 이러한 신앙의 표현이 바로 이슬람교의 신앙고백이기 때문에 그 것으로 그는 충분히 무슬림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기도도, 금식도 하지 않고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오히려 그런 사람이야말로 이슬람교의 종교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무슬림으로서 독일에서의 개인적인 경험 중 인상적인 것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답변: 독일에 유학 온 후 저는 이슬람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습니다. 졸업 후에 이를 그만 두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졸업 후에도 이를 계속 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이슬람 활동과 의사활동을 병행했고 전문의로서 성공한 후에도 이슬람 단체의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한 적은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결혼도 했고 자녀들이 태어났습니다. 저는 제 자녀들이 불이익 없이 학업을 잘 수행하고 다음 단계로 잘 진학하기 원했기에 독일에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제가 독일에 남아서 의료 활동을 하는 것이 사우디아라비아나 다른 아랍국가에서 의료 활동을 하는 것보다 무슬림 공동체의 회원으로서의 임무를 더 잘 수행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이는 제가 영원히 독일에 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가 독일에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정당하고 유익한 한 독일에서 근무하겠다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움마(Ummah -이슬람교에서 이슬람공동체를 부르는 명칭, 역주)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변: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독일 무슬림 또는 독일 내 무슬림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는 움마의 한 부분일 뿐이지 (움마로부터) 별도로 독립한 조직이 아닙니다. 우리는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을 거부하며 스스로 독일 무슬림들에게 독일에 충성을 다하고, 독일 무슬림들의 생활과 활동이 독일에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합니다. 물론 우리는 무슬림 세계와 협력하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의 무슬림으로부터 후원을 받고자 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이슬람 국가나 단체 또는 독일이 이슬람 원칙이나 인권에 반하는 행위나 결정을 할 경우 이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움마의 원칙을 참고하기도 하지만 움마의 독립적인 구성원입니다. 유럽이나 미주의 정부기관 및 각종 단체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무슬림 디아스포라”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만, 무슬림은 서구에서 이미 성장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표현을 남용한다면 이는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우리 독일 무슬림은 우리만의 단체가 있습니다. 가령 이슬람 전문직업인 협의회는 우리 자신의 법적인 결정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이슬람 이사회(diwan)에서는 다른 이슬람 지역의 결정과는 달리 우리만의 라마단 축제방식이나 월례회를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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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진행한 기자 율리안 함머(Juliane Hammer)는 독일 베를린의 작가로서 훔볼트 대학(University of Humboldt) 이슬람 연구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자료제공 : 투아이즈네트워크(대표 전호진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