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베어에 우리 교회 스탭들이 2박3일로 함께 수양회를 다녀 왔다.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아서 눈 오는 것을 볼 수 있을지가 관심이었다. 동부에서, 혹은 한국에서 살다가 남가주에 이사 온 사람들이 시간만 있으면 눈 덮힌 산을 볼 수 있어서 눈에 대한 미련이 없다 했지만, 정작 눈이 하늘에서 내리는 것을 본 적이 수년이 흘러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지금이 되자, 다들 하늘에서 눈이 펑펑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충일되어 있었다.
바람이 기도가 되어 둘째날 저녁부터 눈이 하늘에서 흩날리기 시작했다. 눈이 오면 강아지들이 좋아서 깡충깡충 뛴다고 했는데, 빅베어에서 우리는 마냥 좋아라 뛰었다. “내일 일어나면 눈싸움이다”하며, 하늘에서 굴직하게 떨어지는 눈송이를 난생 처음 본 양 다들 신기해 했다. 모두들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을 꺼내어 사진찍기에 바빴고, 집에 두고 온 식구들에게 눈 내리는 현장을 실황중계하기에 바빴다.
91번 프리웨이에서 저 멀리 눈 덮힌 산을 보는 것과 직접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손으로 만지는 것은 그림의 떡과 입 안에 있는 떡의 차이라 할까, CD의 설교와 예배 현장에서 직접 듣는 설교의 차이라고 할까,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말씀 사역의 열매도 눈 덮힌 산과, 눈 내리는 현장의 차이에서 그 갈림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말씀에 대한 정통성은 종이 위에 있다기보다는 순종하는 행함에 있다. Word in paper가 아니라, Word in action에 있다. 성경공부와 모든 제자훈련이 지향하는 것은 눈 덮힌 산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눈 내리는 산의 현장으로 데려감에 있다. 눈을 봤다고 눈을 안다고 할 수 없다. 눈이 내려있는 현장을 보았다고, 눈이 내리는 진행형의 현장을 체험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성경공부의 목적을 지식에만 두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성경공부를 가르치는 자도 눈을 가르키는 자가 아니라, 눈 내리는 현장에 다녀온 자이어야 한다는 사실 앞에 하산하는 우리 모두는 다시 겸손으로 옷깃을 여며야 했다.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와 그 가운데에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나니 때가 가까움이라”(계 1:3)